목록반민주주의 증상 (50)
월간 최소주의행정학
정부관료제가 쓸데없는 규정이나 절차를 들먹이며 시민들을 골탕먹이곤 한다. 오랜 관행이라거나 전통이라는 이유로 고집을 피운다. 타성에 젖어 중복되고 지나친 규제에 막무가내로 집착한다. 상식과 합리성과는 거리가 먼 이른바 빨간띠(Red Tape)질이다. 관료가 다 해먹는 관료독재의 완장질이다. 못된 버르장머리다. 어떤 제도가 정착되면 사람의 자의성이 아니라 약속된 규칙과 절차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효율성과 예측성이 높아지고 부패 가능성이 낮아진다. 하지만 그 제도가 변화하는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 관료제 곳곳에 때가 타고 기름이 낀다. 흐름은 느려지고 재량은 짓눌려 숨이 막힌다. 조직이 뻣뻣해지고 돌처럼 굳어진다. 이른바 석회화石灰化(calcification) 현상이다. 인간이 제도를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곤욕을 겪고 있다. 카투사로 복무하던 아들 서씨가 휴가 중에 무릎수술을 한 일을 두고 수구세력들이 일제히 “황제휴가”라며 매일 동네방네를 들쑤시고 있다. 서씨와 당직 사병이 통화를 했는지, 관련 서류가 왜 빠졌는지, 추장관이 국방부 민원실에 청탁을 했는지를 따지고 있다. 문제가 없다는 여당과 특혜라는 야당의 난타전에 신문사와 방송사들이 미소를 머금고 공방을 부채질을 하고 있다. 작년 조국 사태와 같은 양상이다. 의혹이 의혹을 낳고 폭로가 폭로로 이어지는 사이 사실과 진실은 설 곳이 없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떨어지자 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추장관과 문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섰다. 어리석은 분탕질에 혀를 차다 나는 그저 혀를 찰 뿐이다. 수구세력의 의혹에 손을 들어줘서가 아니다. 서씨..
수년 전 우연한 기회에 일본 소니 회장을 역임한 분의 강연을 듣게 되었다. 과거 1990년대까지만 해도 천하를 호령했던 “소니왕조”가 어떻게 몰락해 왔는지를 경영자 시각에서 회고했다. 문득 난생 처음으로 소니 워크맨(Walkman)을 사서 산으로 들로 다녔던 90년대 중반을 떠올렸다. 오토리버스 기능에 흡족해 하면서 이승환의 을 테이프가 닳도록 들었던 군대시절이다. 소니의 몰락은 앞선 일본 민주주의 때문? 연사는 소니가 시장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덩치가 커서 쉽게 움직이기 어려웠다고 했다. 지금까지 해오던 것을 바꾸기 싫어하는 일본인들의 정서도 지적했다. 국제화를 위해 해외지사로 발령을 내면 직원들은 좋아하기는 커녕 좌천된 사람처럼 사표를 냈다고 했다. 그런데 강연이 끝날 무렵 노..
수년 전 병원에서 투석透析하시던 소정 선생님을 찾아뵈었다. 대뜸 일본 관료제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셨다. 나는 좀 얼떨떨하다가, 일정한 체계를 잘 갖추어 일을 꼼꼼하게 수행하지만 너무 경직되어 있다고 답했다. 선생님은 일본을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결국 일본은 우리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짧게 말씀하셨다. 강의실에서 한국, 중국, 일본의 관료제를 비교하여 설명하신 것은 기억하지만 정확한 취지는 당시에 알지 못했다. 최근에서야 내 답변이 피상적이었음을 깨달았다. 일본에 머물면서 이런 저런 일을 관찰하고 경험한 결과다. 원칙아닌 원칙, 위법아닌 위법 아베 총리의 사학비리 사건이 확산되고 진화되는 과정은 흥미로왔다. 아베 측근이 운영하는 모리토모森友 학원에 국유지를 헐값에 넘겨주었고, 재무성 고위 공무원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되었다. 신문과 방송마다 크든 작든 정권의 잘잘못에 대한 평가를 내놓고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호의적이나 경제정책에 매겨진 점수는 가혹하다. 혹자는 F라거나 평가 자체를 아예 거부했다. 지난 1분기 실질국내총생산 성장률이 .3푼이나 떨어졌다며(-.3%) 호들갑이다. 경제가 “폭망”했다는 것이다. 어느 금융기관 간부는 최저임금인상으로 조만간 정권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정말 경제가 “폭망”했나?지난 5월 3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54푼이 노동고용정책을 잘하고 있다고, 29푼이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복지정책은 51푼이 잘하고 있고(33푼이 부정평가), 45푼이 각각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을 좋게 평가했다. 하지만 인사정책은 26푼만이 잘한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25일부터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동이 당혹스럽다. 무기력했던 “식물국회”가 다시 야성이 넘치는 “동물국회”가 되었다. 제1야당 의원들이 떼거지로 의장실에 몰려가서 남의 당의 사임과 보임을 허락하지 말라고 윽박질렀다. 여자 의원을 앞세워 육탄전을 벌였다. 새로 사법개혁특별위원으로 보임된 채이배씨를 6시간 동안 의원실에서 오도가도 못하게 했다. 또 국회 의안과에 들이닥쳐 여야 4당이 법률안을 제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문을 잠그고 묶고 자물쇠로 채웠다. 팔을 걸고 드러눕거나 줄지어 앉거나 인간띠를 만들어 회의장을 가로막았다. 여기저기 몰려다니며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킨다며 비장하게 애국가를 불렀고, “헌법수호”를 외쳤다. 급기야 질서유지권이 발효되고 3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