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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 이문영 선생님의 최소주의 행정학, 비폭력, 협력형 민주주의를 밝히고 알리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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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PC의 IP주소와 알리바이

2021. 6. 15. 17:54 | Posted by 최소주의 못골

검찰은 2019년 9월 6일 조국 교수의 법무무장관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는 시간에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를 기소했다. 총장이름으로 나가는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라지만 피의자를 조사하지도 않고 한밤중에 재판에 넘긴 것은 상식과 거리가 멀다. 검찰은 정교수에게 자본시장법과 금융실명법 위반 등 14개 혐의를 씌워 기어코 구치소로 보냈다. 언론보도에 비친 조국 내외는 반역죄를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는 파렴치한이다. 하지만 “차고도 넘친다”는 검찰의 증거는 1심 재판에서 대부분 허무하게 무너졌다. 다른 것은 몰라도 총장 표창장 위조에 관한 검찰의 설명과 법원의 판단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사실에 근거한 증거 제시와 과학적인 추론이라 할 수 없다.

IP주소가 뭐길래?

검찰은 동양대에서 압수한 PC에 저장된 IP (Internet Protocol) 주소를 근거로 정교수가 2013년 6월 방배동 자택에서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주장했다. IP주소는 네트웍에 연결된 장치(예컨대, 컴퓨터, 프린터, 스마트폰, 라우터)를 인식하기 위해 장치에 부여되는 번호다. IPv4는 8비트(0~255) 네 개를 붙여서 만든 번호체계로 최대 43억개 주소를 정의할 수 있다. IP주소는 특정 번호로 고정될 수도 있고(포트에 번호가 지정되어 있고), DHCP (Dynamic Host Configuration Protocol)가 그때그때 다른 번호를 할당할 수도 있다. 서버를 운영하려면 고정 IP주소가 필요하고, 대부분(정교수의 PC 포함)은 효율성이 높은 변동 IP주소를 사용한다.

ICANN에서 관리하는 공인 IP주소는 전체 인터넷에서 고유한 번호로서 Public 혹은 Global 주소라고 하고, 개별 네트워크(흔히 LAN)에서만 고유한 IP주소는 Private 주소라고 한다. 정교수가 라우터(Router)를 통해 PC를 연결했다고 하는데, 이는 라우터의 DHCP에서 사설 IP주소를 할당받았다는 뜻이다. 검찰은 192.168.123.xxx라고 했다. 정교수가 LG U+ 제품을 사용한 듯하다.

IP주소로는 위치를 알 수 없다

인터넷에 연결되는 장치가 많아짐에 따라 IPv4로는 감당하지 못하고, 16비트 여덟 개를 붙인 IPv6는 호환성 문제로 널리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IP주소를 전환해주는 NAT (Network Address Translation) 기술이 대안이 되었다. 라우터의 NAT는 PC에서 외부로 신호(패킷)를 보낼 때 사설 IP주소를 공인 IP주소(라우터의 IP주소)로 변환하고, 외부에서 PC로 정보를 받을 때는 공인 주소를 사설 주소로 바꾸어준다. 따라서 똑같은 사설 IP주소가 동시에 다른 네트웍에서 사용될 수 있다. 한 네트웍 안에서만 고유한 번호라면 상관없다.

결론은 변동형 사설 IP주소로는 PC의 위치를 특정할 수 없다. 검찰이든 변호인이든 마찬가지다. 내 PC의 사설 IP주소는 192.168.50.xxx인데, 방배동도 동양대도 아니다. Asus 제품이다. 위치와 무관하게 제조사가 정한 주소체계일 뿐이다. 같은 라우터를 사용하는 한 세계 어디에서 접속하든 같은 IP주소(범위)를 받는다. 게다가 IP주소를 변조하여 서버를 속이는 방법도 있다.

MAC 주소는 좀 다른가?

검찰은 윈도우를 재설치하기 전과 후의 MAC (Media Access Control) 주소가 같으니까 PC가 방배동에 있었댄다. 황당하다. MAC주소는 제조사에서 네트웍장비(Network Interface Controller)에 물리적으로 적어놓은 고유번호다. MAC주소가 같다는 것은 그 PC의 네트웍카트를 빼내지 않았다는 뜻이지, 방배동인지 아닌지와는 무관하다.

그러면 어떤 조건에서 IP주소나 MAC주소로 장치의 위치를 알 수 있을까? 첫째, 잘 관리된 고정 IP주소를 사용해야 한다. IP주소를 지정하는 부서에 가면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둘째, 서버가 라우터의 공인 IP주소, 할당된 변동 IP주소, MAC주소를 같이 저장해놓았다면, 특정한 시간에 어느 장치가 어느 변동 IP주소로 작업했는지를 알 수 있다.1) 하지만 이런 네트웍 환경을 가진 경우는 흔하지 않다. 인터넷서비스회사(ISP)나 구멍가게 수준에서 이런 정보를 관리할 가능성(수익성)은 거의 없다.

컴퓨터를 좀 한다는 사람이라면 아는 사실을 검찰이 몰랐을 까닭이 없다. 이런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검찰의 억측을 받아들인 1심 재판부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정말 방배동 주소가 적혀있는 줄로만 믿었을까?

최성해의 거짓말이 증거다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하루 전(참으로 절묘한 시기다) 검찰에 출석한 당시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씨는 조국 교수의 딸에게 표창장을 발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일정한 일련번호를 부여받아야 하고 발급기록이 보관되기 때문에 총장 자신도 모르게 표창장이 발부될 수 없다고 했다.

검찰청을 나오면서 해맑게 교육자의 양심을 선택했다는 최씨를 보면서 나는 혀를 찼다. 정말 기억력이 좋아서 수년 전 발급된 표창장까지 다 꿰고 있단 말인가? 총장이 일련번호가 어떻게 생겼는지, 발급절차가 어찌되는지, 어떻게 기록이 보관되는지 시시콜콜 다 알고 있었단 말인가? 학과나 연구소에서 요청하는 표창장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일련번호와 형식은 물론이고 기록을 관리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일련번호 형식이 서로 다른 동양대 총장 표창장이 여러 개가 발견되었다.

뉴스에 나온 최씨를 보면서 나는 2007년 학력위조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씨를 떠올렸다. 그녀는 공항에서 출국하면서 예일대 박사학위를 증명하겠다며 기염을 토했다. 나는 아연啞然했다. “아니 어떻게 본인 스스로가 박사학위를 증명한단 말인가? 지도교수와 심사위원이라면 모를까... 정말 박사과정 공부를 한 적이 없는 사람이군...” 최씨도 학위 5개 중 3개가 가짜로 드러났다. “교육학박사 최성해”가 찍힌 표창장 자체가 허위라는 것 아닌가.

가짜박사와 법쟁이들의 비양심

가짜박사의 인터뷰를 본 소감은 (1) 총장 노릇을 제대로 못한 사람이다(동양대의 학사가 엉망이다), (2) 당시 정황으로 보면 최씨는 정교수의 딸에게 표창장을 발급해 주었는지 아닌지를 잘 알고 있다, (3) 발급해 주었는데도 아니라고 말했을 가능성이 크다. 평소 며느리감이라며 애지중지하던 사람에게 표창장이 아니라 명예박사인들 아깝겠는가. 지금은 관계가 틀러졌지만서도.

정말 최씨가 표장장에 대해 몰랐다면 일련번호나 장부를 운운하지 않았을 것이다. 검찰에 가기 전에 살펴보고 계산을 했다는 뜻이다. “교육자의 양심”은 1999년 옷로비 사건 때 “성경에 손을 얹고 맹세할 수 있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양심있는 사람은 무겁게 진실을 말할 뿐 속보이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최소주의와 거리가 멀다.

나는 표창장이 위조되었는지 아닌지 모른다. 다만 검찰과 최씨의 주장이 사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기소하고, 사실과 과학은 외면하고, 증인과 언론을 동원하여 망치를 두드린다면 판검사 편에 서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동양대 표장장이 뭐길래 이 난리인가? 과연 한 집안을 풍비박산 낼 일인가? 법쟁이와 가짜들의 양심에 모진 털이 무성하고, 백성들의 이성과 상식은 아파서 울고 있다. 

끝주

1) 인디애나대학교에서 컴퓨터를 네트웍에 연결하면 서버는 컴퓨터의 MAC주소를 읽어서 사용자 데이타베이스에 등록되어 있는지를 확인한다. 목록에 없으면 사용규정에 동의하고 10분 이상 기다렸다가 다시 접속하라고 한다. 서버가 누가, 언제, 어느 장치(MAC주소)를, 어느 변동 IP 주소로, 어디서(대강의 위치), 얼마동안 사용했는지를 기록하고 있다는 얘기다.

같이 읽기

 

인용하기: 박헌명. 2021. 정경심 PC의 IP주소와 알리바이. <최소주의행정학> 6(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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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포탈의 알고리듬은 그들의 욕망이다

2021. 6. 11. 22:27 | Posted by 최소주의 못골

네이버와 다음을 통해 제공되는 뉴스의 편향성이 화두다. MBC의 <스트레이트>에 따르면, 뉴스가 노출된 위치, 빈도, 기간 모두 수구언론사의 기사가 압도하고 있다. 이에 국내 웹포탈(Web portal) 업체인 다음과 네이버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알고리듬(algorithm)이 한 일이라고 둘러댔다. 사람이 한 것이 아니라 컴퓨터가 한 일이니 공정하고 정확하다는 항변일 것이다. 박정희시절 세금문제를 따지는 민원인에게 국세청 직원이 퉁명스럽게 “컴퓨터로 출력했다”며 훈계했다는 얘기가 떠오른다.

알고리듬이 바로 인간의 마음이다

그저 웃음이 나온다. 인공지능의 알고리듬이 어디 하늘에서 떨어지기라도 했단 말인가? 이른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이나 심층학습(deep learning or hierarchical learning)과 같은 아리송한 말로 사람들을 홀리고 있지만 진실은 간단하다. 신경망이든 양자 알고리듬이든 인간의 지능을 조금이라도 더 닮을 수 있을까, 어떻게 사람처럼 배울 수 있을까 하는 몸부림이다. 컴퓨터는 인간을 거울처럼 비치고 있다. 인공지능(알고리듬의 집합체)은 제작자의 마음과 의도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아무리 처리속도가 빨라지고 저장능력이 커졌다 해도 사람이 만든 기계일 뿐이다. 인간의 마음과 의도를 반영하지 않는 기계는 아무리 우수해도 실패작이다. 부수어지고, 버려지고, 다른 기계에 끼워질 운명이다.

데이타가 운명을 좌우한다

둘째, AI는 철저하게 데이타에 의존한다(data-driven). 알고리듬의 논리구조에 따라 데이타를 분석하여 대상의 특성치(parameters)를 수정해 나간다. 이것이 학습이다. 따라서 규모가 크고 다양하고 믿을 만한 데이타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쓰레기를 입력하면 쓰레기가 나올 뿐이다. 아무리 수퍼컴퓨터에 초대형 데이타(big data)를 넣어 돌린다 해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확률이나 회귀분석을 P(y|θ)라고 표현한다면, Maximum Likelihood (ML)나 Baysian 회귀분석은 조건부 확률인 P(θ|y)라고 말할 수 있다(King 1998: 14-18). 여기서 y는 데이타이고 θ(theta)는 특성치가 포함된 모델이다. AI는 주어진 데이타에서 특성치를 수정하면서 찾아가는 베이지안 방법을 취하고 있다. ML이든 베이지안이든 특성치의 운명은 전적으로 데이타에 달려있다.

네이버와 다음이 웃기고 자빠졌다

웹포탈의 인공지능이 바로 그들의 의지다. 알고리듬이 한 것이 아니라 바로 네이버와 다음이 한 짓이다. 거울에 비친 자신에게 “니가 했지?”라고 손가락질하고 있다. 하지만 반드시 문재인 정권을 흔들고 말겠다는 웹포탈의 의도라기보다는 그들의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욕망이다. 돈을 벌기 위해 클릭수와 노출시간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포탈의 셈법이다. 그들의 알고리듬은 이런 의도에 충실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과 상관없이 독자를 유혹하는 기사를 백미터 경주하듯 쏟아내야 하는 기자들의 강박이 있다. 기사를 쓰느라 취재할 시간이 없다는 황당한 푸념이다.

웹포탈의 인공지능이 뉴스내용을 이해하고 평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AI의 학습은 진위를 판단하고 문맥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패턴을 찾아 연결(추론)하는 것이다. 알파고가 바둑을 두는 것이 아닌 것처럼 AI는 기사를 읽는 것이 아니다. 컴퓨터는 단지 주어진 논리구조에서 계산을 굉장히 빠르게 할 뿐이다. 사람들은 경이로운 계산능력을 지식능력으로 착각하고 있을 뿐이다. 둘째, 뉴스 자체가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과거 데이타에 의존하는 AI는 쓸모가 별로 없다. 주가를 예측한다는 AI가 허무맹랑한 까닭이다. 입력된 데이타가 없으면 나올 것이 없고, 적으면 정확성과 신뢰도가 떨어진다. 그래서 알파고가 이세돌의 변칙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결국 웹포탈의 뉴스편집은 인공지능이 아닌 AI를 가장한 “인공직원”의 작품이다. 미끼상품을 골라 진열하는 일이다

정말 웹포탈이 인간의 역사, 정치, 사회, 문화, 종교 등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더이상 데이타가 필요없이 정확한 θ값을 알고 있는), 그러면서 엄청난 계산능력을 장착한 인간을 구현해 냈다면, 이 알고리듬은 인류역사를 바꿀 수 있는 “제왕의 반지”다. 네이버와 다음이 불확실성(uncertainty)을 통제할 수 있다는 뜻이고, 세상을 지배한다는 의미다. 이자율과 주가를 예측할 수 있으니 온세상의 뭉치돈은 다 그들의 차지가 될 것이다(주가예측 AI를 광고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런 AI는 꽁꽁 숨겨놓고 혼자만 사용해서 돈을 긁어모을 일이다). 대통령, 국회의원, 법관, 검사, 경찰, 종교인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주무를 것이다. 네이버와 다음은 웹포탈 시장의 푼돈이 아니라 전 세계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도 불사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붙들어 매시라. 그들의 “수동 알고리듬”은 고작 문재인 정권을 흠집내고 낙인찍으려는 기사를 골라내고 있다. 한미정상회담을 해리스 부통령이 문대통령과 악수한 손을 닦은 것으로 요약하는 수준이다. 앙증맞지 않은가.

네이버와 다음은 뉴스에서 손을 떼라

웹포탈과 언론사의 거래와 상술에 기자들은 노예가 되고, 시민들은 불량기사를 습관처럼 보면서 매출을 올려주고 있다. 클릭수와 노출시간에 쫓긴 기레기는 이제 모이를 쪼아대는 닭처럼 쉴새없이 글쇠판을 두드리는 “계자鷄者”가 되었다. 수구세력이 지배하는 언론지형에서 AI의 편파성은 놀라운 것이 아니다. “Garbage in, garbage out”이라 했다. 시민들이 포탈이 골라주는 쓰레기를 생각없이 받아먹으면 거짓과 왜곡으로 꾸며진 메아리방(echo chamber)에 스스로를 가두게 된다. 허상에 중독되고 편파성이 강화된다. 사실 AI의 알고리듬을 공개하냐 마냐는 본질이 아니다. 포탈이 뉴스장사를 못하도록 해야 한다. 방송이든 신문이든 날조기사는 엄중히 처벌해서 퇴출시켜야 한다. 무엇보다도 깨어있는 시민 스스로가 진위를 따지고 진실을 밝히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 King, Gary. 1998. Unifying Political Methodology. Ann Arbor, MI: The University of Michigan Press.

같이 읽기

 

인용하기: 박헌명. 2021. 웹포탈의 알고리듬은 그들의 욕망이다. <최소주의행정학> 6(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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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없는 셈법과 납세와 사면

2021. 5. 15. 16:31 | Posted by 최소주의 못골

가끔씩 소정 선생님께서 사용하신 독특한 말글이 생각난다. “경우境遇”라는 표현이 있다. 사리나 도리에 부합하면 “경우가 맞다(옳다)”라고 하고, 아니면 “경우가 아니다”라고 한다. 어른들이 흔히 “경우가 바른(밝은) 사람” “경우없는 사람” 등으로 말씀하시곤 했다.

"경우에 맞는 성장"

소정 선생님은 <샘터> 1972년 7월호에 “경우에 맞는 성장”이라는 글을 쓰셨다. 대학졸업 후 취직을 하면 자신을 보살펴 준 부모나 식구들에게 먼저 값(학비)을 치르고 남은 돈으로 자기 생활을 꾸려야 한다. 취직턱으로 생색이나 내고 용돈을 좀 드리는 것은 경우에 맞지 않다. 셈이 틀렸다는 얘기다. 선생님은 자신이 마땅히 치러야 할 것을 제대로 치르고 나서 자기의 몫을 늘려 나가는 모습을 개인이나 국가에서 보고 싶다고 적었다(1986: 62). 신랑신부에게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으되 세금은 꼭 제대로 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 말씀을 오랫동안 곱씹어 생각했다. 치러야 할 값을 제대로 치른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요즘처럼 이 말씀이 가슴을 파고 든 적은 없었다. 한마디로 경우가 없는 언행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신문과 방송과 인터넷을 보기가 겁이 난다. 사실판단은 물론이려니와 듣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말이 아니라 고문이고 폭력이다. 가장 힘든 것은 경우없는 짓거리가 널려 있는데도 경우를 따지지 않고, 경우가 바른 언행인데도 경우없는 짓으로 매도되는 일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과연 경우에 대한 합의된 인식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전두환과 검찰의 경우없는 셈법

경우가 없는 일을 몇가지 적어보자. 반란 수괴인 전두환은 80년 광주에서 게엄군이 헬기사격을 하여 민간인을 학살한 사실을 부정하고 간첩(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해서 다시 재판을 받고 있다. 건강이 안좋다면서도 골프를 치고 수하들과 만찬을 즐기던 자가 이제는 재판 출석도 멋대로 하겠다고 한다. 추징금 2천억원 중 8할 가까이를 내지 않고 통장에 달랑 29만원 뿐이라던 그는 취재중인 기자에게 돈을 대신 내달라고 했다. 무기징역을 사면해줬더니 돈보따리를 내놓으란다. 몰염치다. 자신이 마땅히 치러야 할 값은 뭉개고 자기 몫만 알뜰하게 챙기는 철면피의 모습에 다들 실망도 화도 아닌 한숨이다. 어찌하여 정치권, 정부, 언론은 이 살인마에게 경우(도리)를 가혹하게 묻지 않는 것일까?

어제 검찰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직권남용과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그가 반부패부장이었던 2019년 김학의씨의 출금금지 과정을 수원지검이 조사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댄다. 김학의 성접대가 담긴 고화질 동영상을 보고도 두 번씩이나 무혐의로 사건을 덮었던 검찰이다. 대선배에 대한 충정으로 똘똘 뭉쳐 김씨의 공소시효를 기어코 완성하고 말았다. 이런 검찰이 외국으로 도망치려는 김씨의 출국을 막은 절차가 맞니 틀리니 하고 있다. 한마디로 경우없는 짓이다. 검찰은 먼저 김학의 무혐의 처분에 관련된 모든 검사들을 잡아들인 뒤 법조항과 절차를 하나하나 따져 정밀하게 발라냈어야 했다. 그런 연후에 출국금지가 법에 맞는지를 따졌어야 했다. 하도 검찰발 보도가 요란하니 이젠 이지검장이 마치 김학의 수사를 못하게 해서 기소되었거나, 검사가 아니라 패륜를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는 잡범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이런 기세라면 이씨는 이미 최소한 무기징역이다. 만일 경우밝은 검사나 공수처가 이씨를 기소한 검사들을 기소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입건하고, 수십차례 불러다 조사하고 기소하면 어떻게 될까? 털어서 먼지 안나는 검사가 있을까? 마땅히 치러야 할 값을 치르지 않고 제 몫만 챙기려다 곤욕을 겪게 생겼다.

경우없는 납세와 사면

지난 2년 간 집(아파트)값이 폭등했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지만 집값을 잡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효과를 면밀하게 분석하지 않고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고 몰아붙여서는 안된다. 부동산은 긴 시간을 살펴야 하며, 복잡한 인과관계가 얽혀있으며, 정보(돈)를 쥔 자들에게 휘둘리기 쉽다. 선거 결과에 놀라 마구잡이로 던지고 흔들면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재미있는 것은 정부정책을 비난하는 자들이 내놓는 대안이다. 보유세를 내리고, 거래세를 줄이고, 대출규제를 풀자는 것이다. 집 한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종부세와 대출규제로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세금폭탄이란다. 경우없는 요설이다. 침소봉대나 조작에 가깝다. 전국민의 1%이 종부세 대상인데, 그 절반이 100만원을 낸다. 종부세를 내리고 양도세를 줄여주면 누가 좋을 것인가? 1%의 부자와 다주택자들만 환호성을 지를 것이다. 특히 갭투자로 숨넘어가기 직전인 자들에게는 신의 은총이다. 마땅히 내야 할 양도세를 내지 않고 집을 팔아 큰 차익을 챙기게 될 테니 말이다.

집값이 올랐으면 그만큼 세금을 더 내는 것이 당연하다. 경우에 맞는 일이다. 세입자에게는 전세금대출을 받으라 하면서 왜 집부자들은 백만원이 없어 죽는다면서도 주택담보대출은 안받는가? 말은 많지만 결국은 세금내기 싫다는 소리다. 다주택자를 규제하고 집값을 안정시키는 정책을 끝없이 흔드는 이유가 있다. 시장을 교란하여 집값을 올려놓고 불로소득을 날로 먹으려는 심보다. 어리석은 “영끌”을 부추기며 정부의 헛발질을 유도하는 까닭이다.

삼성도 경우가 없는 것은 매한가지다. 이재용씨가 구속된 뒤 반도체가 어쩌니 코로나 백신이 어쩌니 하면서 사면을 거론한다. 수구세력도 거든다. 뇌물 86억원에 2년 6개월이면 헐값이건만 이마저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겠다는 것 아닌가. 이런 셈법으로 장사하면 망한다. 전두환 하나로도 부족한가? 또 이건희씨가 사망한 뒤 12조원의 상속세를 어찌 낼 지 언론이 걱정한다. 정해진 상속세를 내는 것 뿐인데, 삼성이 미술품을 기부한다며 호들갑이다. 당연한 이씨의 납세가 영웅담이 된다. 그럼 이참에 몇 백조라도 화끈하게 쏘든가. 그래야 감옥에서 꺼내서 국민훈장이라도 안겨줄 것 아닌가... 呵呵. 제발이지 돈질·힘질도 좀 경우있게 하면 안되겠니?

인용하기: 박헌명. 2021. 경우없는 셈법과 납세와 사면. <최소주의행정학> 6(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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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olamoo 2021.05.24 17:00

    박상영. “종부세 완화 땐 최상위 자산가에 혜택 집중”…감면 ‘신중론.’ 이코노미. 2021. 5. 23

    원문보기: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2105232134015&code=920100

“MB없다”와 시장선거에 나선 고대생

2021. 4. 4. 12:26 | Posted by 최소주의 못골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고전하고 있다. 서울과 부산 시장이 성추문으로 물러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LH공사 직원의 투기의혹에서 시작된 부동산 문제가 일파만파로 퍼지며 선거를 뒤덮고 있다. 공약은 눈에 띄지 않고 여야 세력의 힘겨루기만 보인다.

지난 주부터 광역시장 후보의 언행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사실관계가 어떠한지를 시시콜콜 따지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선거가 끝난 뒤 재판으로 가려질 것같다. 하필 유력한 후보 세 명이 고대를 졸업했다는 점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박형준·오세훈에게 이명박이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MB 없다”

고대와 연대의 응원전에서 벌어졌다는 우스개소리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피겨스케이트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가 국민영웅이 되었다. 이명박 정권 시절이다. 고대쪽에서 “우리는 연아 있다”라며 뻐기자, 연대쪽에서는 “우리는 MB 없다”라고 응수했댄다. 연아가 우아하게 벌어놓은 것을 명박이가 까먹는 것으로도 부족해 빚더미를 잔뜩 남겨놓은 셈이다.

“DAS는 누구겁니까?”의 주인공 이명박은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도곡동 땅이 어떻다고요? BBK 의혹이 어떻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라고 했고, “온갖 음해에 시달렸습니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것 아시죠?”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11년 뒤 그 말이 새빨간 거짓말이 되어 이씨를 감옥에 쳐넣었다. 기업인으로서 회사를 망치고, 4대강 사업, 자원외교, 공작정치 등으로 나라를 망치고, 그리고 아귀餓鬼처럼 사리사욕만 탐하다 인간을 망쳤다. 이씨에게 빌붙어 호의호식했던 이상득, 최시중, 원세훈 등이 감옥으로 끌려갔고, 김희중, 김백준, 김성우 등 측근들이 배신하고 그의 목을 졸랐다. 이씨에게 줄을 댔던 “고대생”(천신일, 이학수, 이팔성, 김우룡, 김재철 등)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갔다. 모교의 얼굴에 똥칠을 했다. 선량한 교우校友들이 공공의 적으로 몰려 악몽을 꾸었다.

박형준과 오세훈과 이명박

박형준과 오세훈은 이명박의 판박이다. 고대 졸업생이면서 끊임없이 부와 잇속을 탐하다 꼬리를 잡혔다. 도곡동 땅과 엘시티 아파트를 비롯한 여러가지 부동산 의혹을 받았다. 부적절한 공직자의 처신으로 도마에 올랐다. 거짓말로 세상을 속이려다 낭패를 보게 생겼다. 이명박 정권에서 박씨는 청와대 민정수석을, 오씨는 서울시장을 맡았다. 박씨가 이씨를 대통령으로, 오씨를 서울시장으로 적극적으로 밀었다. 이씨는 1964년 한일국교정상화 반대와 “샐러리맨 신화”로, 박씨는 학생운동권과 민중당과 동아대 교수로, 오씨는 민변과 환경운동연합 경력으로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모두 수구세력의 기수로 변신하였다. <이솝우화>에서 악한 강자는 위장하고 교묘한 말을 하여 약자를 속인다고 했다(2001: 138-139).

박씨는 민정수석시절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문건을 본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했다. 지시한 적도 관여한 적도 없다고 했다. 이미 국정원의 사찰문서 배포처에 민정수석이 들어있음이 확인된 상황이다. JTBC의 썰전 231회(2017년 8월)에 출연한 박씨는 국정원이 민간인 댓글부대를 운용한 사실을 알았냐는 유시민씨의 질문에 대해 당시 국정원의 사이버 심리전단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했다. [알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단두대로 가겠다고 못을 박았다.

오씨도 배우자의 도곡동 토지에 대해 존재도 위치도 몰랐다고 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토지보상은 주택국장이 결정했다는 것이다. 토지측량을 나온 국토정보공사 팀장, 경작인, 식당 주인 모두 틀림없이 오씨가 왔다고 증언했다. 당시 유명인사였던 오씨가 백바지에 선글라스를 쓰고 온 것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오씨는 입회사실을 부정하면서도 측량문서에 서명한 사람, 경작인의 계약 요구, 입회했다는 처남의 행적 등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이 일에 관여했다는 증언이 나오면 후보를 사퇴하고, 땅으로 이익을 봤다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이명박씨도 2000년 자신이 BBK를 설립했다고 말한 동영상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잡아뗐다. 2007년 대선 당시 자신이 BBK 소유주라면, 주가조작에 가담했다면 대통령이 되어서라도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이씨와 박씨와 오씨의 화법이 똑같다. 사실과 증거로 다투는 것이 아니라 벼랑 끝 패를 들이밀어 위기를 모면하려는 술책이다. BBK관련 의혹이 드러나면 어차피 대통령 노릇을 못하는 것이고, 민간인 사찰을 알았다면 감옥에 가야 할 것이고, 도곡동 땅을 알았다면 시장자리는 물건너 간 것이 아닌가. 손해볼 것이 전혀 없는 일을 마치 양보라도 하듯이 교묘하게 말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일단은 목적을 달성해놓고 보려는 사기꾼의 수법이다.

시장선거에 나선 고대생의 궁상

소정 선생님은 종종 <논어論語> 학이편學而篇에 나오는 교언영색선의인巧言令色鮮矣仁을 언급하시면서 말을 교묘하게 하고 생김새만 번지르르한 사람을 경계하셨다. 자신이 불리할 때는 숨어 있다가 무섭지 않을 때 기어나와서 이말 저말을 늘어놓으면서 잇속을 챙기는 이를 싫어하셨다. 남자가 성실하고 경우가 바르기보다는 친절하기만 하면 위선자일 뿐 좋은 배필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2001: 103).

불행하게도 이씨(경영학), 박씨(사회학), 오씨(법학) 모두 위장과 변신에 능한 “고대생”인 것같다. 사실을 분명히 밝히지 않고, 말을 바꾸거나 교묘한 말로 헷갈리게 한다. 기억 앞에서 겸손하라니... 마음 속에 땅이 자리하지 않다니... 본성이 드러날까 전전긍긍하는 속내다. 명명백백한 증거와 증언이 나온다 해도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태세다. 또한 이씨(배우자), 박씨, 오씨 모두 인물이나 언변에서 빠지지 않는다. 특히 박씨는 학식과 경험을 달변으로 그럴듯하게 풀어내는 솜씨가 있다. 사람을 속이고 말을 바꾸어 약속을 어기면서도 당당할 수 있는 재주다. 꾀병으로라도 감옥에서 벗어나려 용쓰고, 아이들 무상급식을 복불복에 걸고, 호화 아파트 의혹을 개인신상이라며 덮으려는 태도에서 고대생다운 당당함이 없다.

부산시장 후보로 나선 김영춘(정치외교학)은 세 사람과 반대편에 서 있다. 학생운동이나 진보를 배신하지 않고 소신을 지켜왔다. 눌변에 가까와 토론에서 박씨에게 많이 밀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가진 것이 비난받을 정도로 특별한 비리는 없어 보인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하여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이번 선거에서 예기치 못한 부동산 바람에 휩쓸리고 있다. 친절하지는 못해도 성실하고 경우 바른 고대생이 우직하게 고난을 헤쳐가고 있다.

굽은 것을 펴는 고대생이길

소정선생님은 “눌린 자들 쳐들기에 굽은 것 펴기에 쓰리로다 부리리라”라는 고대의 옛교가를 더 좋아하셨다. 누가 바른 것을 눌러 굽힌 자이고 누가 굽은 것을 펼 자인가. 주택국장이 전결했다고 둘러대고 민정수석실로 보내진 사찰문건을 알지 못한다는 자가 굽은 것을 펼 수 있을까. 또다시 교우들이 시민들 앞에서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하는 수모를 당하지 않았으면 한다.

악한 강자는 백성에게 아첨이나 구걸을 해서라도 권력을 얻은 뒤 백성을 해친다 (2001: 139). 사기꾼의 눈속임·말속임에 넘어가 곡간열쇠를 맡기는 우를 되풀이해선 안된다. 분위기에 휘둘리지 말고 사실과 거짓말을 냉철하게 따져 심판해야 한다. 

인용하기: 박헌명. 2021. “MB없다”와 시장선거에 나선 고대생. <최소주의행정학> 6(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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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으로 흥한 선거 부동산으로 망하나

2021. 4. 1. 09:45 | Posted by 최소주의 못골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사생결단이다. 문재인 정부를 전체주의 독재로 낙인찍은 수구기득권 세력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가 드디어 LH공사 비리를 계기로 파상공세를 시작했다. 예민한 부동산 문제를 물고 늘어지면서 선거판을 휩쓸고 있다. 한 쪽에서는 보유세가 별것 아니라며 “영끌”이니 “패닉바잉”을 부추기면서 다른 쪽에서는 세금폭탄이라며 사회주의를 운운하는 자들이다. 어쩌면 이번 선거는 부동산에서 시작해서 부동산으로 끝날 것같다. 부동산으로 흥한 선거 부동산으로 망하는가.

공직 후보의 무책임한 말잔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오세훈씨는 부인이 소유했던 도곡동 토지에 대해 위치도 존재도 몰랐다고 했다. 수억대 토지보상을 받았으면서도 손해를 봤댄다. 이명박 정권에서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고 보금자리주택지구를 지정한 것은 주택국장 전결사항이라 자신은 알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전결 얘기를 듣자마자 실소가 나왔다. 행정절차상 전결사항이라 해도 시장이 몰랐다고 말하다니... 23만평이나 되는 택지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뒤얽힌 사안이 아닌가. 부서의 주요한 일은 사후에라도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설명하는 것은 상식이다. 국장이 시장의 권위를 빌어 일을 하지만 그 책임은 시장의 몫이다. 전결을 했든 안했든 시장이 꼼꼼하게 살펴야 하고 필요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전결사항을 정말 몰랐다면 한마디로 무능하고 무책임한 상급자다. 어찌 그리 천연덕스럽게 몰랐다고 말할 수 있는지... 다 주택국장의 책임이니 나에게 묻지 말라는 소리인가?

땅의 위치도 존재도 몰랐다는 말은 거짓임이 분명하다. 오씨는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에 당선된 뒤 도곡동 110번지와 106번지를 배우자의 재산으로 신고했다. 2005년 택지개발용역이 시작되기 직전 오씨가 백바지에 선글라스를 쓰고 와서 처가 식구들과 토지측량을 입회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토지를 측량한 팀장과 직접 말뚝을 박았다는 경작인이다. 그럼에도 오씨는 토지측량 보고서에 장인이 서명했으니 자신이 현장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했다. 또 “기억 앞에서는 겸손해야 한다”며 어물쩍 뭉개고 있다. 누군가 자신이 압력을 가했다고 나서면 바로 후보를 사퇴한댄다. 땅으로 이익을 봤다면 정계를 은퇴한댄다. 자신의 양심문제에 웬 조건을 거는가. 자기관리와 자기책임에 게으른 사람이다.

부산시장 후보로 나선 박형준씨도 이명박 정권에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한 사람들을 사찰한 국정원의 문서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문서에 청와대 홍보기획관의 요청사항이라고 적혀있고, 14건은 배포선에 민정수석을 포함하고 있었다. 당시 홍보기획관이었고 민정수석이었던 박씨는 불법사찰을 알지도 듣지도 못했다고 했다. 배포선에 넣으면 우편물처럼 가게 되어있다는 임태희 전비서실장의 발언이 무색해진다.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원세훈의 국정원이 제멋대로 문서를 생산해서 아무렇게나 배포했다는 것인가? 민정수석이면 보고를 받지 못했다 해도 입소문이 난 일을 잘 살펴서 잘못된 일을 바로잡았어야 했다.

배우자와 그 딸이 홍익대학교를 찾아가 울면서 미대입학을 청탁했고, 민정수석이던 박씨가 외압을 넣어 입시비리 검찰수사를 덮었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박씨는 딸이 당시 런던예술대학을 다녔는데, 입학시험을 보지도 않았고 홍대 근처에도 안갔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실기시험 점수를 올려주었다고 고백한 김승연 전 미대교수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하였다. 어느 쪽이 사실인지 쉽게 밝힐 수 있는 일을 논박하는 모습이 우습다. 홍대가 박씨 딸이 시험을 쳤는지를 밝히면 되는 일 아닌가? 진실을 알고 있는 학교나 검찰에서 침묵하고 있으니 난감하다.

엘시티 아파트와 동경 아파트

박씨 부인 명의로 된 해운대 엘시티 아파트도 공방중이다. 2005년 배우자의 아들과 딸이 하필 분양계약 첫날에 아래위층(17-18층) 분양권을 구했댄다. 자녀가 모친과 친분이 있던 중개인을 우연히 만났고 마침 분양권을 팔려는 사람을 만나서 복비도 주지 않고 계약서를 썼댄다. 참으로 기묘한 우연이고, 112평 아파트를 구입한 자녀의 재력이 놀랍다. 지난해 부인이 아들에게 웃돈 1억원을 주고 아파트를 구입했는데, 1년만에 가격이 20억에서 35억으로 올랐댄다. 그런데 엘씨티에 18억원 조형물을 납품한 회사의 대표이사가 박씨의 아들이라고 한다. 부산의 복마전을 상징하는 엘시티처럼 박씨의 아파트 의혹은 쉽게 해소될 것같지 않다.

이에 수구야당은 부산시장 후보 김영춘씨가 서울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고, 서울시장 후보 박영선씨의 남편이 동경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며 군불을 지폈다. 박씨가 BBK로 이명박씨를 집요하게 몰아붙인 탓에 남편은 일본으로 사실상 쫓겨갔고, 지난 2월 아파트를 처분했다고 해명했다. 10억원정도의 20평 아파트란다. 과연 얼마나 많은 차액을 벌었을까?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일본에서 가격상승을 노리고 아파트에 투자했다면 어리석다. 휴양지에서도 비싼 공과금을 버티지 못해 공짜로 부동산회사에 넘기는 판이다. 박씨 남편이 동경의 부동산 물정에 밝았다면, 큰 수익도 없이 번거로운 매매보다 임대를 선택했을 것이다. 게다가 동경에서 20평이면 평균치일 뿐 엘시티의 호화로움과는 거리가 멀다.

깨어있는 시민의 지혜와 실천이 필요하다

여론조사는 민주당 후보가 서울과 부산에서 야당 후보에게 두 자리수 차이로 밀리는 것으로 나왔다. 성난 민심의 반영이라지만 과하다. 대다수 방송과 신문은 수구세력에 기울어져 있다. LH공사를 비롯한 공무원의 부동산 투기 보도는 넘치지만 유력한 야당 후보에게 쏟아진 부동산 의혹은 가뭄에 콩나듯 하다. 후보 단일화와 상호 난타전을 전할 뿐 이성과 상식에 근거한 분석과 토론은 찾아보기 어렵다. 우격다짐같은 “백날토론”을 할 뿐이다. 사실관계를 묻는 질문은 “네가티브”라고 깎아내린다. 수구기득권의 힘이 선거판을 움직이고 있다. 만일 오세훈이나 박형준이 조국이나 추미애였다면 벌써 3족이 난도질을 당했을 것이다. 깨어있는 시민의 냉철한 판단과 굳건한 믿음과 불굴의 용기가 필요한 때다. 

인용하기: 박헌명. 2021. 부동산으로 흥한 선거 부동산으로 망하나. <최소주의행정학> 6(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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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주경제 [팩트체크] 오세훈 내곡동·박영선 도쿄 아파트·박형준 엘시티

    https://www.ajunews.com/view/20210328161138709

  2. 미디어오늘 [부산시장보궐선거모니터 보고서] 근거 있는 의혹 제기도 네거티브인가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2574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와 공직자의 자세

2021. 3. 5. 10:22 | Posted by 최소주의 못골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직했다.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헙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기 어렵습니다.” 수많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또박또박 사퇴의 변을 찍어내는 윤총장의 모습에 비장함이 서려있다.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독재 투사의 절규인가? 대통령 선거에 나선 유력 후보의 사자후인가?

공무원인가? 정치인인가?

윤씨는 지난 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꾸준히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우리 사회가 퇴보하고 헌법 가치가 부정되는 위기 상황”이라며,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는] 검찰을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폐지하려는 시도다. 갖은 압력에도 검찰이 굽히지 않으니 칼을 빼앗고 쫓아내려 한다. 원칙대로 뚜벅뚜벅 길을 걸으니 아예 포크레인을 끌어와 길을 파내려 하는 격이다. 거악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보다 공소유지 변호사들로 정부법무공단 같은 조직을 만들자는 것인데, ... 입법이 이뤄지면 치외법권의 영역은 확대될 것이다. 보통 시민들은 크게 위축되고 자유와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중수청 설치를 검찰 폐지로 보고 잔뜩 뿔이 난 자의 푸념으로 들린다.

“이 검찰을 지탱해온 헙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그 피해는 오로지 검사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저는 우리 검찰이 오랜 세월 쌓아올린 반칙과 특권이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기 어렵습니다. ... 어떤 위치에 있든지 검찰지상주의와 검사의 기득권을 보호하는데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어제는 대구고등검찰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금 진행중인 ...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이라고 하는 것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서 헌법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꽃다발을 건네며 마중을 나왔고, 많은 지지자들이 윤씨를 연호했다. 공무원이 아닌 개선 장군이나 대선 후보에 걸맞는 위엄이었다.

문재인 정권에서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뒤 여권과 갈등을 빚다가 하차한 윤석열씨는 김영삼 정권에서 감사원장과 국무총리로 발탁되었지만 대쪽같은 행보로 좌충우돌하다 사표를 내던졌던 이회창씨에 비견된다. 윤씨와 이씨는 권력자에 맞서는 거침없는 행보로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 수구세력의 부름을 받고 대선 후보가 된 이씨처럼 윤씨도 지리멸렬支離滅裂인 수구야당의 대선 후보로 우뚝 서는 꿈을 꾸고 있는가? 시시비비와는 별개로 지금 이 순간 윤씨는 공무원에서 정치인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고 있다. 숨길 수 없는 욕망의 분출이다.

열혈 공무원 윤석열의 길

윤씨가 직분에 충실한 공무원이었다면 어떤 길을 선택했을까? 윤씨도 검사에 취임할 때 “나는 ...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라고 선서했을 것이다.

윤씨가 현재 상황을 헌법가치가 부정되고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정부가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고 인식했다면 그 결기를 행동으로 보여주었어야 했다. 조직이든 인맥이든 법기술이든 모든 화력을 집중하여 반란세력을 진압했을 것이다. 부하검사를 사방팔방 풀어 사돈의 팔촌까지 탈탈 털어 죄를 그리고 판을 짰을 것이다. 국회의원이든 장관이든 총리든 대통령이든 굴비엮듯이 끌고가서 물고를 냈을 것이다. 진압작전에 협조하지 않는 불순무리들은 경찰이든 법관이든 학자든 언론인이든 정치인이든 종교인이든 잡기술을 걸어서라도 기어코 자빠뜨렸을 것이다. 한 나라의 총리를 파렴치한 범죄인으로 만든 솜씨가 어디 가겠는가? 이 나라가 망하고 검찰이 무너지는 판에 못할 짓이 무엇인가? 나라가 곧 검찰이고 정의가 곧 검찰인데... 게다가 현재 검찰이 가진 권능과 기개는 군사반란 수괴인 박정희와 전두환의 무력과 용맹에 못지 않다.

윤씨의 구국 운동이 설령 실패로 돌아간다 해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윗사람을 들이받고 꼬마 검사들을 달고 다니던 낭만 칼잡이 아닌가. 검찰공화국의 헌법이 무너지는 판에 두목인 총장이 모른체 하거나 도망갔다면 열혈 윤석열은 끝장났을 것이다. 식구들까지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해도 멋있게 한 판 뜨고 칼을 맞는 것이 낫다.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불의와 범죄에 맞섰다는 자부심,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움으로써 국가에 봉사했다는 명예를 믿기 때문이다. 역사가 자신의 결백과 고뇌와 용기와 희생을 기록해주리라... 국민도 헌법도 검찰도 아닌 그냥 “자뻑”일 뿐이다.

공직자의 올바른 자세

윤씨는 결국 칼을 버리고 사직서를 던졌다. 민주주의 퇴보와 헌법 파괴는 수사일 뿐 사실은 검찰 수호를 명분으로 개인의 탐욕을 불사른 것이다. 정치권에게는 검찰을 건드리지 말라면서 스스로 정치질에 푹 빠진 정치 검찰의 민낯이다. 5년 만에 완전한 민주주의국으로 복귀한 마당에 무슨 헌법 타령인가. 중정과 안기부의 설계인지 윤씨의 항의성 사퇴는 모양새도 좋고 시기도 절묘했다.

윤씨가 올바른 공직자라면 임명권자와 입법부에 대하여 과격한 발언을 하지 않는다. 정말 헌법상 책무를 저버렸다거나 갖은 압력을 넣어 검찰의 정치 중립을 훼손했다면 절차에 따라 부당함을 밝힌다. 여의치 않으면 법에 따라 수사하고 기소하면 된다. 국회에 의견을 전달하고 묵묵히 입법사항을 집행하면 된다. 진실만을 쫓는 공평한 검사라면 자신이 곧 진리가 아니라 언제든 실수를 범할 수 있는 인간임을 겸허하게 인정한다. 상급자와 뜻이 다르다면 조용히 물러날 뿐 날세워 비난하거나 구차하게 변명하지 않는다. 

같이 읽기

 

인용하기: 박헌명. 2021.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와 공직자의 자세. <최소주의행정학> 6(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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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설] 사퇴한 윤석열, 정치권 진출은 ‘검찰 중립’ 부정이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985482.html#csidxf5483de91e63e60a2b4b5b45fec0303

비상식 수사·기소·판결을 처벌하라

2021. 2. 2. 23:08 | Posted by 최소주의 못골

요즘 언론에 오르내리는 사건에서 검사의 수사·기소와 판사의 판결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지난 21일 검찰은 김학의씨의 출국금지과정에 문제가 있다면서 법무부를 압수수색했다. 이른바 “별장 성접대”의 주인공인 김씨가 재수사를 앞둔 2019년 3월 인천공항을 통해 도망가려다가 들통난 사건이다. 당시 김씨 본인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던 일을 2년 가까이 묵혀두었다가 느닷없이 꺼내 대놓고 소동을 벌이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럼 탈출하는 줄을 알면서도 내버려두었어야 했나? 그물망을 넓혀 범죄사실로 엮어낸다면 누가 덕을 보고 누가 다칠 것인가? 일반 시민의 출국금지절차에 흠이 있다 해도 이렇게 전방위로 뒤질것인가?

김학의, 최강욱, 정경심의 희비

지난 달 28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업무방해로 1심에서 징역 8개월형을 받았다. 조국 전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 줬다는 혐의다. 검찰은 지난해 1월 23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로 피의자 조사도 없이 최대표를 기소했다. 10월 15일에는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공소시효를 4시간 앞두고 또 불구속 기소했다. 같은 사안을 가지고 이리 걸고 저리 건 셈이다. 깡패의 보복이 이런 것이다.

1심 판사는 조장관의 아들이 체험활동을 했지만 9개월 간 16시간은 인턴활동으로 보기 어렵댄다. 따라서 인턴 증명서는 허위랜다. 술접대를 받은 금액을 96만원으로 계산한 검사의 꼼꼼함에 비견된다. 누가 16시간을 따져 인턴과 체험활동을 구분하는가? 어느 입시사정관이 인턴 증명서를 보고 당락을 결정하는가? 설령 증명서가 허위라 해도 징역 8개월이 합당한가? 최대표가 아닌 일반 시민이 똑같은 혐의를 받는다 해도 똑같이 기소하고 판결할 것인가?

조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씨는 남편의 청문회가 열리는 동안 전격 기소되었다. 피의자 조사도 없었다. 출발점인 사모펀드에 관련된 죄는 어디 가고 자잘한 입시비리만 남았다. 검찰은 공소장대로 표창장 위조를 증명하지 못했지만 판사는 정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구속했다. 반면 검찰은 자녀입시비리와 관련되어 고발되었던 나경원씨의 고소·고발 13건을 불기소처분했다. 75억대 횡령·배임으로 기소된 홍문종씨는 징역4년을 받고도 구속되지 않았다. 탈탈 털린 정씨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고 체포동의안 부결로 버틴 홍씨는 도망갈 우려가 없댄다. 어찌하여 법의 칼날은 정씨에게는 그리도 야박하게 굴고 적폐청산을 반대한 나씨와 홍씨에게는 그리도 관대하단 말인가?

공소장과 판결문으로 말한다?

흔히 검사는 공소장으로 말하고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말”을 납득할 수 없으니 난감하다. 검사는 조사권과 기소권으로 흥정하고 판사는 재판권으로 기분내는 것은 아닐까? 국민의 검사임을 믿어달라지만 오해를 살만한 언행을 하지 않으면 된다.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달라고 말하지만 존중받을 만한 판결을 내리면 그만이다. 자신의 판단이 곧 진리가 아님을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 공정과 균형을 잃은 법적용은 그 자체로 흉기다.

김학의의 출국금지절차를 따지려고 법무부를 뒤엎었다면 생생한 성접대 동영상을 보고도 두 차례나 불기소한 검사들은 눈알이라도 뽑았어야 했다. 그 눈뜬 장님들에게 불기소라니 누가 불편부당이라 말할 것인가? 표창장을 위조했다며 조씨의 부인을 홀딱 발랐다면 수백억대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윤총장의 처가는 쑥대밭으로 만들었어야 했다.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정씨가 4년이라면 86억 뇌물을 건네 박근혜의 국정농단을 후원한 이재용은 최소한 40년은 받았어야 했다. 2년 6개월이라니 터무니없다. 헐값에 죄를 끊어준 것이다. 유전무죄다.

국민의 상식이 헌법이다

검사는 정의를 실현하고 인권을 수호한다고 했다.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심판한다고 했다. 법은 시민의 상식을 표현한 것이고 양심은 그 상식을 느끼는 것이다. 법리라는 것도 그 상식을 뛰어넘을 수 없다. 검사와 판사의 결정에 의문을 갖는 것은 그들의 법적용이 국민의 상식과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또 그들의 양심이란 것이 국민의 정서와 다르다는 뜻이다. 제식구 감싸기와 전관예우는 그들만의 미풍양속이다. 정치중립과 독립성을 내팽개치고 법기술을 날세워 휘두르는 그들의 비양심이다. 이런 검사와 판사의 비위를 건드렸다가는 부처님도 공자님도 목숨을 건지기 어렵다.

검찰과 법원의 자정自淨이 불가능하다면 불량품을 솎아내야 한다. 비상식 수사·기소·판결에 대하여 퇴임 후에도 권한에 비례하여 철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항상 감시하고 따지고 처벌해야 한다. 또 “영감”들의 직급을 낮추고 고위직은 선거나 공채로 임명했으면 한다. 그래봤자 국민의 머슴임을 뼈속 깊이 새기도록 해야 한다. 

인용하기: 박헌명. 2021. 비상식 수사·기소·판결을 처벌하라. <최소주의행정학> 6(2): 2.

Comment

  1. solamoo 2021.02.02 23:24

    박용현. 김학의 출금과 정의의 형평. <한겨레신문> 2021년 2월 2일.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81459.html?_fr=mt2

방역이란 공공재는 공동체가 만든다

2021. 2. 2. 23:05 | Posted by 최소주의 못골

한국은행은 26일 지난 해 실질국내총생산(GDP)이 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수구언론은 일제히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했다고 제목을 달았다. 엄청난 재앙이나 실정이 일어난 느낌이다. 역시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허무맹랑한 짓이었다는 평을 덧붙였다. 지난 해 거의 모든 나라가 COVID-19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는 사실은 비껴간다. 한국보다 재정을 몇 곱절 쏟아붓고도 역성장 폭이 더 큰 나라 얘기는 얼버무린다. IMF 추정치로 말하자면 미국은 세계 평균에 가까운 -4%, 일본은 -5%, 영국은 -10%이다. 도대체 뭐가 불만일까? 문재인 독재정권이 폭주하고 소득주도성장이 실패했다고 몰아붙였는데 결과는 정반대로 나온 것이 화나고 당혹스러운 것일까?

이 나라가 기재부 나라냐?

정치권이 추진하고 있는 COVID-19 손실보상제도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료들이 난색을 표하거나 미적거리자 국무총리가 21일 중앙재난안전대책회의에서 “이 나라가 기재부 나라냐?”고 일갈했다. 홍남기 장관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며, 국가채무가 빠르게 늘어가고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랏빚을 걱정하고 재정건전성을 따져야 하는 곡간지기의 입장이다. 수구야당은 손실보상에 반대하지 않지만 선거에 이용하면 안된다는 입장이다. 제도화보다는 대통령의 긴급명령으로 선거 전에 빨리 지급하거나 한참 지나서 연말 쯤 추진하랜다. 전 국민에게 넓게 지원할 지, 피해가 심한 국민들에게 두텁게 지원할지, 작년까지 소급해서 지원할 지를 두고 옥신각신 하고 있다. 돈을 쓰려는 자와 돈을 쥐고 지키려는 자의 시각과 논리와 이해가 서로 엇갈리고 있다(Boardman, Vining, & Waters, 1993). 이러한 논란 속에 지난 1년 동안 방역에 동참하느라 생업이 망가지고 일상이 어그러진 서민들의 시름은 하루하루 깊어만 간다.

방역상식과 시민의식이 판을 갈랐다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보다 COVID-19와 경제 위기에서 선방했다. 이른바 K-방역의 성과다. 정부는 과학과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치밀하고 과감하고 전략적으로 대처했다. 상식에서 벗어난 정치인의 선호와 이해에 따라 방역이 흔들리지 않았다. 강제성이 지나치고 개인정보(위치나 거래 정보)를 과도하게 사용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방역과 경제의 균형을 지향한 덕분에 국경이나 도시를 폐쇄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또한 대다수 시민들이 정부의 방역지침을 적극적으로 따랐다. 스스로 가게와 골목을 소독하고 쓸고 닦았다. 서로를 위해 마스크를 쓰고 개인간 거리를 지켰다. 산발적 일탈은 있었지만 마스크를 쓰기 싫다며 집단으로 난동을 부리지 않았다. 중국에서 탈출한 교민들이 격리시설에 수용되었을 때도 심각한 충돌을 벌어지지 않았다.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백성이 나섰던 것처럼 이번에도 공동체와 이웃을 지키려는 시민의식이 빛을 발했다. 우리 공동체의 소중한 전통이자 자산이다.

방역이란 공공재는 공동체가 만든다

전염병과 싸우는 방역防疫은 공공재(public goods)다. 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국방과 마찬가지다. 누가 혜택을 독점할 수도, 누구를 배재할 수도 없다. 방역이나 국방에 기여하지 않고 그 혜택만 누리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바이러스는 무색 무취여서 누구에게 옮겨왔는지 누구에게 전염시킸는지 그때그때 가려내기 어렵다. 어쩌면 COVID-19은 무임승차(free riding)와 외부성(externality)을 노린 지능범인지 모른다. 개인이 아무리 방역수칙을 잘 준수한다 해도 공동체의 협조가 없다면 자신을 지킬 수가 없다. 말하자면, 방역은 공무원과 의사와 간호사만의 일이 아니다.

방역활동에 동참하는 일은 군대에 자원하거나 의병으로 싸우는 일과 마찬가지다. 방역지침을 지키고 생활수칙을 따르는 일은 자신이 숙주가 되지 않음으로써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행위다. 전쟁으로 치면 물자(군비)나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다. 재택근무를 하고 영업시간을 줄이고 개인 간 모임을 자제하는 것은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을 통한 접촉을 줄여 감염 가능성을 낮추는 일이다. 장사를 제대로 못하고 일상의 불편함을 감수함으로써 공공재(방역)를 생산한 것이다. 백신과 치료제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정부의 방침을 따르고 생활수칙을 준수하는 일이 방역이다. 국민이 감내한 손실과 고통은 당연한 의무가 아니다. 공동체를 살리기 위한 배려와 실천과 희생이다.

공동체를 망각한 무리들의 패악질

어느 사회나 공동체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자들이 있다. 종교와 이념을 빙자하여 정부와 시민들의 방역을 무리지어 헐뜯고 방해하는 자들이다. 이기심에 찌든 망상과 망동이 방역의 중요한 길목마다 찬물을 끼얹었다. 사회의 암종이고 국민의 짐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확진자 세 명중 1명은 신천지예수교, 사랑제일교회, 인터콥 BTJ센터, IM선교회 등에서 감염되었다. 방역지침과 수칙을 무시하고 그들만의 믿음에만 집착했다. 휴대폰을 꺼놓고, 거짓으로 동선을 알리고, 진단검사를 거부하였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개인간 거리도 지키지 않았다. 전세계 구석구석까지 선교를 하듯 COVID-19의 저변 확산에 목숨을 건 듯한 기세다. 문정권을 독재와 신적폐로 낙인찍고 무조건 반대와 저주를 일삼은 집단도 마찬가지다. 주관적인 의심과 바람을 객관적 사실로 뒤바꾸고 일을 저지르는 확신범이다. 이 두 부류가 합작한 작품이 지난 해 광복절 광화문 집회다. 전국에 바이러스를 퍼뜨려 방역에 재를 뿌렸다. 그들에게 과학과 상식은 악마의 속삭임이다. 그들에게 공동체란 그들 자신일 뿐이다. 일반 시민은 없다. 그동안 힘겹게 참아온 시민들이 분노하는 까닭이다. 만일 예수가 살아온다면 돌팔매질을 당하고 다시 십자가에 못박혀 매달려야 할 판이다.

시민의 협조와 희생에 보답하라

정부는 이미 3차에 걸쳐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처음에는 모든 국민에게 10만원씩 주었고, 2차와 3차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위주로 피해 정도에 따라 300만원까지 지급했다. 일본정부가 개인에게 10만엔(110만원)씩 지급한 것에 비하면 소액이지만 서민들에게는 그런대로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지원금은 정부가 국민에게 시혜를 베푸는 차원이다. 방역에 참여하고 협조한 시민의 몫에 대한 보답이 아니다. 방역이 공공재이며, 시민이 공공재를 생산하는데 기여했음을 인식해야 한다. 가게문을 일찍 닫고 외출을 자제하고 거리두기하는 것 자체가 방역이다. 시민의 협조와 희생이 K-방역의 한 축이다. 그 손해와 불편은 홍수나 태풍으로 입은 피해와 전혀 다르다. 정부의 손실보상은 이런 인식에서 출발하여 구성원들이 서로 고통을 나누고 노고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손실보다는 기여로 따져야

정부의 보상은 피해를 입은 정도를 따지기보다는 방역에 기여했는지를 따져야 한다. 방역지침을 어기고 방역수칙을 무시하여 타인에게 피해를 입혔다면 보상에서 일단 제외해야 한다. 그들의 경제활동이나 사회활동은 사익을 위해 공동체를 위험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무임승차자에게는 보상이 아니라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환기해줘야 한다.

정부의 방역지침에 협조하느라 사회활동(일상의 자유)를 자제한 것은 모두가 같은 보답을 받아야 한다. 경제활동이 제약되어 손실을 입은 경우라면 대상과 규모를 잘 따져봐야 한다. 예컨대, 공공기관과 대기업에서 월급을 받는 사람들은 대상이 될 수 없다. 손실 규모는 2019년 납부한 세금으로 추정하여 계산하면 될 것이다. 모든 손실을 보상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먹고 살기 위해서 방역 수칙을 어길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으로 내몰아서는 안된다.

이 나라는 기재부의 나라도 아니지만 정치인의 나라도 아니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시각에서 정치인은 유쾌한 상상을 하고, 기재부는 곡간지기의 소임을 다하면 그만이다. 전대미문의 위기상황에서 경제이론과 재정건전성은 금과옥조가 될 수 없다.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마당에 국가부채만 붙잡아놓는 것이 상책은 아니다. 소득주도성장이 아니어도 시민들이 협조하고 희생한 몫에 대하여 정당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일단은 살고 봐야 할 것 아닌가. 

참고문헌

  • Boardman, A., Vining, A., & Waters, W.G. 1993. Costs and benefits through bureaucratic lenses: Example of a highway project. Journal of Policy Analysis and Management, 12(3): 532-555.

인용하기: 박헌명. 2021. 방역이란 공공재는 공동체가 만든다. <최소주의행정학> 6(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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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은 망했나? 자가격리 한일비교

2021. 1. 7. 18:57 | Posted by 최소주의 못골

COVID-19가 온세상을 뒤덮고 있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재앙이 지난 1년 동안 우리의 삶을 짓누르고 있다. 사람들과 어울려 마음껏 먹고 마시고 떠들 수 있었던 일상이 참으로 꿈결같다. “그 당연함”의 소중함이여...

한국은 한발 앞선 진단키트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COVID-19 방역에 나섰다. 세계의 주목을 끈 이른바 K-방역이다. 하지만 수구 야당과 언론에 비친 한국은 한마디로 최악이다. 독재 권력이 폭주하면서 방역은 물론 민생도 망했댄다. 백신확보에도 실패했으면서 1,200억원이나 들여 엉망진창인 K-방역을 홍보했댄다. 재난지원금을 뿌려 표를 매수한다며 악다구니다. 초기에 중국인 입국을 봉쇄하지 않았고 마스크를 빼돌려서 마스크 대란을 자초했다는 억지와 날조가 아직도 반복된다. 수년간 맞아왔던 독감백신은 접종받은 사람이 죽었다며 게거품물고 나자빠지고, 초고속으로 개발되고 긴급사용이 승인·권고된 코로나 백신은 당장 맞아야 한다며 숨넘어갈 지경이다. 똥이든 된장이든 약이라면 달라는 대로 돈을 퍼주고 단숨에 목구녕으로 쑤셔넣을 기세다.

과연 K-방역은 망했나? 한국 정부가 정말 무능하고 무책임했나? 같은 통계치를 두고도 극과 극으로 치닫는 숫자놀음은 의미없다. 대신 한국과 일본의 자가격리가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하여 답을 찾아보자.

천신만고 끝에 일본에 입국하다

감염병 규제 때문에 한국에서 수 개월간 머물렀던 식구가 지난 달 중순에 일본으로 돌아왔다. 연말이 되고 COVID-19가 기승을 부리자 더 기다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일본비자를 받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제일 어려웠던 것은 소속 기관에서 발급받아야 하는 규정준수 서약서였다. 바뀐 외무성의 규정/지침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는지, 처음에는 발급해주지 않겠댄다. 대사관에 문의했더니 그냥 아무 데서나 구해서 내랜다. 황당하다. 다행히 기관이 입장을 바꿔 발급해 주겠댄다. 그런데 Line 앱을 사용할 수 있는 일본 스마트폰 번호가 있어야 한댄다. 급하게 중고 아이폰을 장만했다.

서약서 내용은 철저했다. 입국 전 14일부터 체온, 호흡, 피로 증상을 기록해야 했다. 출발 72시간 안에 진단검사를 해서 그 결과를 이민국에 제출해야 했다. 만일을 위해 의료보험(여행자보험)에 가입하랜다. 입국할 때 스마트폰에 Line 앱을 설치하고 14일간 건강상태를 보건소에 보고하랜다. 또 노동후생성의 코로나접촉확인 앱(COCOA)을 설치하고 현위치 정보를 기록하랜다. 입국시 감염검사를 받고 지정된 장소에 격리된댄다. 음성판정이 나오면 대중교통이 아닌 자가용이나 택시로 이동하랜다. 격리기간 중 사무실에 나오거나 낯선이를 만날 수 없댄다. 해당 증상이 보이거나 양성으로 판정되면 보건소와 상담소에 위치/이동 정보를 제공하고 조사에 협조하랜다. 항상 마스크를 쓰고, 소독제로 손을 씻고, 외부인과의 접촉을 피하라고 강조했다.

체류자격확인서에 필요한 출생증명서와 증명사진은 다행히 전자파일로 제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달 반을 기다린 확인서 원본은 서약서와 함께 제출해야 했다. 수개월째 임시 중단·지연·재개로 불안한 우체국 EMS 대신 Fedex로 보냈지만, 그마저도 1주일 넘게 걸렸다. 어렵사리 마련한 서류는 여행사를 통해서만 제출할 수 있었다.

출국을 며칠 앞두고 체온 기록과 진단검사 결과는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통지가 왔다. 나리타공항에서 진단검사를 받고 입국하기까지 한 시간 이상 걸린다고 했다. 하지만 식구는 공항에서 건강상태질문서를 제출하고 발열검사만 받았을 뿐, PCR 검사를 받지 않았고, 격리되지도 않았다. 모바일 앱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듣지 못했다. 적혀진 규정과 현실이 한참 달랐다.

일본에서 자가격리는 권고다

자가격리 규칙은 강했다. 14일 간 온 식구들이 집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학교도 유치원도 사무실도 나갈 수 없다고 했다. 음식재료를 사러 나갈 수도 없다더니, 나중에는 한사람만 마스크 쓰고 다녀오랜다. 직원은 시청에서 연락이 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자가격리가 끝나기까지 단 한번도 시청에서 전화를 하거나 전자우편을 보내지 않았다. 누구도 어떤 모바일 앱을 어떻게 설치하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말해주지 않았다. 같이 밥을 먹고, 방을 쓰고, 잠을 자도 되는지 안되는지 말해주지 않았다. 사흘이 지나 시청에 전화를 했더니, 식구가 도착한 줄도 몰랐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해주지 않았다. 잘 모르는지 그냥 집에 머물러 있으라고만 했다.

쉽게 말해 자가격리는 그냥 본인이 알아서 집에 머무는 것이었다. 소속 단체나 공공 기관이 자가격리를 점검하고 관리하지 않았다. 본인이 마음대로 밖으로 나가 무슨 짓을 하든 어떠한 제지도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격리대상자가 길거리에 돌아다닌다는 소리다. 실효성도 없는 일을 꼬치꼬치 적어놨지만 통제도 안(못)하면서 일이 잘못되면 책임을 개인에게 조목조목 따지겠다는 것 아닌가? 관료들의 빨간띠질이다.

한국에서 자가격리는 의무다

한국의 입국절차와 자가격리 규정은 대체로 일본과 비슷하다. 외국인은 출발 72시간 내에 발급받은 음성확인서를 제출하고, 발열검사를 받은 후 14일간의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물론 스마트폰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단순히 서약서를 받는 일본과는 달리 한국에서 자가격리는 의무사항이다. 입국한 외국인은 안전보호앱을 설치하고 매일 건강상태를 입력해야 한다. 아침 저녁으로 체온을 측정하여 보건소에 통지한다. 또 보건당국이 직접 전화를 하거나 방문하여 점검한다. 일본과는 달리 숙박시설(호텔)에 머물 수 없다. 격리 장소를 무단으로 벗어나면 손목안심밴드가 채워지거나 지정된 시설에 격리당한다. 자가격리가 끝나기 전에 PCR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질병관리본부의 자가격리중 생활수칙은 매우 구체적이다. 독립된 공간에서 자신만의 의복, 침구, 식기, 세면대, 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 식구 간 접촉을 최소화하되, 얼굴을 맞대지 않고 마스크를 쓰고 2미터 이상 거리를 둬야 한다. 외출이 불가피할 경우에는 보건소에 먼저 연락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서는 소독제, 마스크, 체온계, 음식 등을 제공하기도 하고, 격리대상자가 사용한 쓰레기 치워주기도 한다.

그럼 동경에서 한번 살아보시라

일본의 자가격리는 권고사항이다. 개인의 선의에 맡기고 사후책임을 묻는다. 개인의 사생활과 자율성을 끔찍이도 존중하는 것인지, 공동체의식과 기술과 의지가 부족한 것인지... 한마디로 각자도생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앱을 설치하는 것에서부터 격리해제 진단검사까지 철저하게 통제된다.

최근 COVID-19의 전파 속도가 가파르다. 미국은 매일 20만명이 확진되고 있으며, 영국은 6 만명에 이른다. 일본은 매일 2만명 검사에서 4천명이 확진되고 있고, 한국은 10만명 검사에서 천명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누구나 의심이 들면 길을 가다가도 무료로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절대 불가능하다(일단 집에서 37.5도 이상으로 3-4일 앓아야 한다).

한국은 지나칠 만큼 과감하고 치밀하게 대처하고 있다. 많은 인력과 자원과 기술이 동원되는 일이다. 그 고역을 버텨내고 있는 공무원과 의료진의 사투가 눈물겹다. K-방역을 헐뜯고 정부의 노력을 폄훼하는 수구세력들이여. 그럼 백신을 확보하고 있다는 뉴욕, 런던, 동경에서 한번 폼나게 살아보시라.

인용하기: 박헌명. 2021. K-방역은 망했나? 자가격리 한일비교. <최소주의행정학> 6(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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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방역한답시고 계속 영업 중단 명령때문에 힘들어하는 자영업자 분들이 가장 힘드실 거 같네요;;; ㅠㅠ 잘 보고 갑니다!! 맞구독해요!!

민망한 검사 선서와 법관 선서

2021. 1. 2. 12:25 | Posted by 최소주의 못골

지난 12월 23일 조국 전 장관 부인인 정경심씨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었다. 재판부는 정씨가 뻔뻔하게 인턴확인서와 표창장을 위조하고도 사실을 부인했다며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이튿날 법원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처분 집행을 정지하라고 결정했고, 검찰은 나경원씨와 관련된 13건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지난 10일에는 김봉현씨로부터 술접대를 받은 검사들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96만 2천원이어서 백만원이 안된댄다. 숙성된 법기술로 빚어낸 알뜰하고 정교한 계산이다. 30일에는 끝간데 없는 막말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되었던 전광훈씨가 무죄로 풀려났다. 문대통령이 간첩이고 황교안 대표가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고 설파한 전씨다. 지난 10월 28일에는 전 법무부 차관인 김학의씨가 2심에서 성폭력이 아닌 금품수수로 법정구속되었다. 검찰은 김씨가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는 동영상을 확보하고도 두 번씩이나 무혐의로 사건을 뭉갰다. 참으로 눈물겨운 “내 식구 감싸기”다. 반면 “드투킹 특검”이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으로 기소한 김경수 지사는 11월 6일 2심에서 닭갈비집 사장의 결정적인 증언에도 불구하고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수구기득권 세력이 산 권력이다

나는 이런 사건의 사실관계를 소상히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몹시 불쾌하다. 노여움이 솟는다. 쓴웃음이 난다. 사건은 서로 다르지만 검사와 법관의 판단에는 일관된 맥락이 있다. 사법고시를 합격한 자와 그 편을 드는 자들의 포악함이다. 산 권력은 선출된 공직자(어공)가 아니라 바로 이들이다. 돈을 쥐고, 몽둥이를 들고, 붓을 휘갈기고, 나발을 불고, 무당춤을 추는 자들이다. 그들의 돈은 이웃을 돕는 성금으로도 쓰이지만 불순한 자들을 짓밟는데 쓰인다. 몽둥이는 도둑을 잡을 때는 얌전하지만, 기어오르는 난동꾼을 두들겨 팰 때는 사나운 짐승이다. 진리를 쓰는 붓은 추상처럼 매섭지만 꺾인 붓은 화려한 요설로 사람을 해친다. 사실과 정의를 읊어대는 나발은 감동이 있지만 거짓과 왜곡을 불어댈 때는 귀청을 찢을 뿐이다. 서러운 자의 한을 풀어내는 무당춤은 칼날도 녹여내지만 신심이 들지 않은 춤은 애먼 사람을 잡을 뿐이다. 선량들을 흡혈하는 진정한 적폐들이다.

기득권을 움켜진 무리들이 그들이 만들었고 누려왔던 판을 지키기 위해 지금 용을 쓰고 있다. 한가하게 아랫사람에게 은혜를 베푸는 상전놀이를 더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위기를 직감한 이들이 난폭해진 것이다. 그들만의 아성을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무너뜨리려는 반란군을 철저하게 짓밟아야 하는 절박감이 있다. 양심이고 체면이고 따질 때가 아니다.

그들의 신성불가침에 도전하는 역당逆黨들을 수구세력(정당이든 종교집단이든 시민단체든)이 마구잡이로 고발하면 경찰과 검찰이 성심을 다해 조사하여 기소한다. 먼지까지 탈탈 털거나 없는 죄를 만들어서라도 법정에 세운다. 수구 기레기들이 파리떼처럼 달라붙어 나발을 불어대며 바람을 잡는다. 말기술이 좋은 학자나 평론가가 거든다. 법관은 주문받은 대로, 법기술로 분칠된 대로, 나발이 부는 대로 망치질을 한다. 전주錢主가 이들을 끈끈하게 이어주고, 짝패들은 서로서로 품앗이를 한다. 사실이 어찌 되었는지, 논리가 어찌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 편이냐 아니냐를 물을 뿐이다. 설령 붓다나 공자가 살아온다 해도 패륜범이 되는 것은 한 순간이다. 차별과 유전무죄는 그들이 설계한 세상의 순리이고 진리다. 재벌 3·5 법칙은 미덕이다. 노무현과 한명숙을 보내고 이건희와 이재용을 풀어준 까닭이다. 산 권력의 벌거벗은 힘이다.

검사 선서와 법관 선서가 민망하다

검사 선서라는 것이 있다. 새로 임용되는 검사에게 정의를 실현하고 인권을 수호하는 공익의 대표자로서의 자세와 마음가짐을 엄숙히 하기 위함이란다. 참으로 민망하고 허망한 다짐이다.

“...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법관 선서도 있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했고, 법원공무원 규칙 69조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어차피 민망하기는 매한가지다. 

“...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하고, 법관윤리강령을 준수하며, 국민에게 봉사하는 마음가짐으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기자들에게는 한국기자협회의 윤리강령이라는 것이 있다.

“기자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진실을 알릴 의무를 가진 언론의 최일선 핵심존재로서 공정보도를 실천할 사명을 띠고 있으며...”

왜 이런 선서나 윤리강령이 필요한 것일까? 풋내기 검사나 판사나 기자라 해도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을 모를 까닭이 있을까? 용기있는 검사라면 먼저 이승만과 박정희와 전두환에게 칼을 겨눴어야 하고, 진실을 따라가는 검사였으면 억지로 간첩이나 범인을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헌법과 법률에 충실한 법관이라면 윗사람의 뜻대로, 피아를 차별하여 널뛰지 말았어야 했다. 진실을 알리려는 기자라면 사실을 왜곡하고 거짓을 퍼뜨리지 말았어야 했다.

비양심적 정치질에 국민은 없다

이들 모두 국민을 들먹이면서 “공정”과 “공평”을 말하고 있다. 검사도 법관도 기자도 정치 중립과 독립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독재자의 눈 밖에 나면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던 시절에나 맞는 얘기다. 검찰총장이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라며 대들고, 부장판사가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고, 언론과 목사가 대통령을 헐뜯어도 아무 일 없는 호시절 아닌가. 그런데도 검찰과 국회와 경찰의 신뢰도는 바닥이고, 언론은 세계 꼴찌수준이다. 견제받지 않은 권력의 숙명이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고 비판한다는 자들이 실제 권력자라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정치 중립을 방패삼아 국민이 염원하는 개혁에 온몸으로 저항하고 있다. 자신들이 곧 정의이고 양심이니 절대로 건들지 말라는 것 아닌가. 비양심적 정치질이다. 여기에 섬겨야 할 국민도 봉사할 공익도 없다. 그들만의 국가와 헌법과 법치와 상식이 있을 뿐이다.

인용하기: 박헌명. 2021. 민망한 검사 선서와 법관 선서. <최소주의행정학> 6(1): 1.

Comment

  1. solamoo 2021.01.10 15:44

    사법농단 ‘최초 저항’ 이탄희 “법원은 판사 것 아닌 국민 것”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78032.html?_fr=mt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