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파트 두레기(승강기)에 시뻘건 글씨가 적힌 인쇄물이 붙었다. 두서도 없이 1, 2, 3... 으로 적고 밑에다 손글씨로 이름 석자를 갈겨썼다. 주소도 연락처도 없다. 떼면 재물손괴로 처벌받을 수 있다면서 으름장이다. 맥락도 없고, 문장도 형편없다. 배배꼬인 심술만 덕지덕지 붙어있다. 한마디로 “나 승질나써, 재 시러”였다. 사실여부는 따지기도 싫다. 짖궂은 낙서가 아니라 막돼먹은 악당이 사람들이 오가는 담장에 똥칠을 해놓고 튄 것이다.
토착왜구들의 아무말과 어거지
이런 악당은 차라리 귀엽다. 주변국의 지도자들을 보라. 트럼프, 푸틴, 시진핑, 아베... 제왕(대통령) 놀이에 푹 빠져있는 김명신, 숙취인듯 반국가세력을 운운하는 윤석열, 그들이 임명한 장차관들... 국회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은 공직자들. 국가안보와 수사를 들먹이며 자료제출과 답변을 거부하는 공복들.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뻔한 거짓말을 늘어놓는 자들. 국회의원을 윽박지르고 뒤에서 낄낄대는 자들. 차마 친일을 부정하지 못하고 멍한 눈으로 동문서답하는 자들. 임사단장은 똥별이 되었고 방통위는 빵통위가 되었다.
이들의 주장은 양지만 쫓는 기회주의자의 고백이다. 신념을 팔아먹은 자들의 과시용 간증이다. 일제 강점기에 모두가 일본국적이었다(사람취급도 못받았다), 일제의 곡물 수탈이 아니라 수출이었다(원하지 않았다), 일제 식민지 덕에 근대화를 이루었다(일제를 위한 일이었다), 광복이 아니라 건국이다(개천절이 건국절이다). 천황폐하의 항복을 의미하는 광복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안중근과 김구는 황은皇恩을 배신한 반역도이자 테러리스트이다. 오매불망 끗발있는 일본인이 되고 싶었고, 황민皇民으로서 당연히 곡물과 군수물자를 바친 것이고, 황군皇軍 깃발을 들고 앞장서서 남의 자식들을 징용으로 성노예로 보냈을 뿐이다...
또 상해임시정부는 국민, 영토, 주권 어느 것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으니 정부가 아니라고 강변한다. 감히 대일본제국에 맞선 불경스런 집단아닌가. 이런 식이면 친일반민족행위자를 쓸어버리지 못했고, 헌법에 나와 있는 한반도를 영토로 확보하지 못했고, 북한 인권을 들먹이면서도 주석궁을 압수수색조차 못하고, 작전통제권조차 제대로 갖지 못한 지금의 대한민국은 대체 뭐란 말인가. 자존自存과 자존自尊으로 살아가는 국민, 온전한 영토, 멀쩡한 주권을 갖추지 못했으니 국가라 할 수 있는가? 입에서 나왔다고 다 말이 아니다. 도대체 누가 어디서 이런 기라성같은 토착왜구들을 발굴했는지... 뼛속까지 왜놈 본색인 기회주의자들을...
교양있는 대화와 논쟁으로 대적하라
지난 8월 21일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 오프라 윈프리(Oprah G. Winfrey)가 등장하였다.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대화쇼(talkshow) 달인으로 성공한 흑인여성이다. 나는 윈프리의 지지연설을 듣고 무릎을 쳤다. “We know all the old tricks and tropes that are designed to distract us from what actually matters, but ... and they require adult conversation. ... because civilized debate is vital to democracy...” 철지난 속임수와 말공작이 우리들을 문제의 핵심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한다. 필요한 것은 성숙한 어른다운 대화다. (야만스런 말싸움이 아닌) 교양있는 논쟁은 민주주의의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토착왜구들의 배설에 가까운 궤변과 막말이 “old tricks and trops”이다. 종북, 주사파, 공산주의, 반국가세력 등 끝간데없는 빨갱이칠이다. “흘러간 주문呪文”도 신물이 날 지경인데, 한물 간 자들이 돌아와 철지난 사술邪術을 부리고 있다. 일제 강점기 선조들의 국적이 일본인 것을 몰랐냐고 당당하게 훈계하는 변절자,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라는 국가안보 책임자. 어떻게든 천황의 황민으로 승천하려는 왜구의 발악질이다. 구역질이 날 지경이다.
법제사법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벌어진 딴죽걸기를 보라. 쟁점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트집을 잡고 시비를 건다. 정작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도록 난장판을 만든다. 성숙한 대화와 논쟁을 저지하는 육탄방어다.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따져보려는 의욕마저 무참하게 꺾는다. 청중들은 악다구니같은 횡설수설에 어질어질하다가 분별력이 흐려진다. 듣기도 쳐다보기도 싫다. 그 놈이 그 놈이라며 자포자기한다. 감언이설에 통달한 기회주의자들에게 유리한 판이 된다. 공작이 성공하는 순간이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자가 장관이 되고, 환경을 보호할 의지가 없는 자가 환경부를 지휘하고, 방송통신에 문외한인 검사가 방통위를 맡고, 임시정부와 광복이 탐탁찮은 자가 독립기념관장이 된다. 조직은 방향감각을 잃고 유인체계가 뒤집힌다. 지향이 다르니 하는 일마다 엉뚱하고 황당하다. 일을 모르니 무엇을 해도 되는 일이 없다. 소신있게 일하는 자는 좌천이고 말만 잘듣는 자는 영전이다. 근본없는 낙하산이나 앞잡이가 완장을 차고 설친다.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된다. 하지만 책임지는 자는 없다. 관료제가 급속도로 와해된다. 토착왜구의 숙원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적들의 난동에 맞서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윈프리는 또 힘주어 말했다. “[T]he work is not done, the work will never be done because freedom isn’t free... It requires commitment. ... every now and then it requires standing up to life’s bullies.”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따라서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여정은 끝나지 않았고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언제나 인생 최대의 악당들과 당당히 맞서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영원히 완성될 수 없다. 시민들이 끊임없이 문제를 찾아내서 수정해야 하는 과정과 절차일 뿐이다. 민주주의 적들은 호시탐탐 빈틈을 노리고 있다. 이들의 난동에 맞서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적들의 요설에 흥분하면 안된다. 말폭력으로 맞대응하면 말려드는 것이다. 정신줄을 잡고 참아야 한다. 차분하게 사실과 논리로 말하고, 성숙한 토론으로 적들을 제압해야 한다. 아무말과 어거지가 난무하는 판에 강유정, 김영환, 이소영, 이해민, 임광현, 임미애, 최기상의 이성과 상식이 대안이 되길 바란다.
인용: 박헌명. 2024. 토착왜구들의 난동과 교양있는 논쟁. <최소주의행정학> 9(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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