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반민주주의 증상 (50)
월간 최소주의행정학
해병대 제1사단장 임성근씨가 진술서에서 실종자 수색에 투입된 장병들이 물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현장에서 작전을 수행한 대대장들이 자신의 지시를 잘못 해석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정녕 별을 둘 씩이나 단 자의 언행이란 말인가. 현재 권력을 틀어쥔 자들의 정신줄과 행동방식을 고스란이 드러내고 있다. 수색이 아니라 죽든지 말든지 지난 7월 19일 예천 내성천에서 수해로 실종된 주민을 수색하던 해병대 포병대대 채일병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폭우와 영주댐 방류로 거세진 유속 때문에 장갑차 투입도 포기한 상황이었다. 붉은 티셔츠를 갖춰입은 장병들이 줄지어 손을 잡고 허리높이까지 강물을 훑고 있었다. 물속 움직임을 방해하는 멜빵장화를 신기면서 구명조끼도 입히지 않았으니 위험천만한 짓이었다. 차..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가 고초를 겪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016년에서야 시작된 1차 소송에서 배춘희 할머니 등은 2021년 승소하였다. 2차 소송은 이용수 할머니 등 16명이 참여하였는데, 2021년 4월 1심 재판부는 이른바 “국가면제”라며 일본 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지난 달 23일 열린 항소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2억원씩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일본군 성노예(wartime sexual slavery of Japanese military)가 아니라 가해자의 시각을 담은 위안부慰安婦(comfort women)라는 표현이 탐탁찮다. 인권을 유린당한 피해자들의 소송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아니 피고인 일본의 편을 드는 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사회생起死回生 했다. 지난 달 21일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되어 구속위기에 몰렸으나, 27일 법원이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현재 민주당 의원이 168명이고 여당이 111명인데, 다수당 대표를 체포하는 일에 149명이나 찬성표를 던졌다는 것이 놀랍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대표를 사지로 몰았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에게 눈초리를 쏘아붙이고 있다. 배신자를 발본색원하여 응징하겠댄다. 여당에서는 법원이 “개딸”(한 정치인을 맹종하는 극렬 지지층)에게 굴복했다며 게거품을 물고 있다. 이 모두가 막말이고 말폭력이다. 왜 그들은 찬성표를 던졌을까? 민주당 의원들이 당대표의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까닭은 무엇일까? 검찰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수사했다고 믿었을까? 이대표의 결백이 못미더..
소정 선생님은 가장 포악한 정권의 모습을 자기비대화自己肥大化로 그렸다. 또한 과다한 체제 경직화硬直化나 우경화右傾化라고 했다(1986: 298; 1996: 383). 이렇게 최악으로 진행된 불치병(1996: 390)은 자기희생으로 치유할 수 있다. “자기 스스로를 자아에 의하여 희생하는,” “자신의 자유의사에 의하여 자신의 것을 포기하는,” “자신의 손해를 무릅쓰는 결단”이다(1980: 363; 1986: 327; 1991: 49). 정권의 자기비대화 자기비대화(self-aggrandizement)는 주어진 한계를 넘어 권한을 탐하고 끊임없이 확대하는 것이다. 힘으로 타인을 윽박질러 일을 강요하거나 강제로 타인의 권한을 빼앗는 행위다. “아랫사람을 쥐어 짜고 끝임없이 의심하면서 모든 권력을 빨아들인다. ..
지난 3월 윤석열 정부는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노동에 시달렸던 징용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제3자 변제로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일본기업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배상하도록 한 대법원의 판결과 어긋난다. 인권과 법은 사라지고 일본 극우정권이 내세운 돈얘기만 남았다. 2015년 박근혜 정권의 한일 위안부(성노예로 불러야 마땅하다) 문제 합의도 마찬가지다. 당사자도 아닌 정부가 일본이 원하는 대로 밀어붙였다. 어릴 적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가 고초를 당한 피해자들의 한을 돈푼이나 뜯어내려는 노파老婆의 떼쓰기로 치부했다. 또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투기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윤정권은 일본 편을 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같은 입장이라 밝혔지만 해양투기에 반대한다는 말은 차마 못한다. 시찰단..
오늘은 3월의 네째 금요일이다. 북한의 도발로 시작된 제 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피격 사건에서 생명을 잃은 장병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2016년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라고 한다. 윤석열씨는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 8회 기념식에 참석하여 희생자 55인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했다고 한다. 군대도 가지 않은 윤씨가 울먹였다고 한다. 박근혜씨의 대국민사과 눈물처럼 맥락이 없고 공감이 없다. 그냥 생뚱맞다는 생각이다. 대체 무엇을 잊지 않겠다는 것인가? 주요한 길목마다 “그대들의 이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혹은 “그대들의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등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수구세력들의 일사불란함이다. 야당이 내건 현수막은 찾아볼 수 없다. 기념일 자체가 정쟁의 산물이니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