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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최소주의행정학

일국의 대통령, 일국의 총리, 일국의 장관 본문

반민주주의 증상

일국의 대통령, 일국의 총리, 일국의 장관

못골 2024. 1. 5. 16:08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가 고초를 겪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016년에서야 시작된 1차 소송에서 배춘희 할머니 등은 2021년 승소하였다. 2차 소송은 이용수 할머니 등 16명이 참여하였는데, 2021년 4월 1심 재판부는 이른바 “국가면제”라며 일본 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지난 달 23일 열린 항소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2억원씩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일본군 성노예(wartime sexual slavery of Japanese military)가 아니라 가해자의 시각을 담은 위안부慰安婦(comfort women)라는 표현이 탐탁찮다. 인권을 유린당한 피해자들의 소송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아니 피고인 일본의 편을 드는 윤석열 정권과 수구세력의 태도가 못마땅하고 속을 불편하게 한다.

일본군 성노예? 위안부? 매춘부?

지난 달 26일 부산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를 통해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되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박진 외교장관은 2015년 한일합의를 존중한다면서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양국이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재판부가 국제법을 위반했다며 한국 정부가 시정조치를 하라는 일본 외무상의 요구에 대꾸도 못했다.

성노예 피해자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일본정부의 반성과 사과인데, 도대체 어찌 돈으로 명예와 존엄을 회복한다는 것인가. 일본 정부가 전시에 패악질을 저질렀는데, 왜 한국 기업이 돈을 내고 한국 정부가 사법부 판단을 시정해야 한단 말인가. 이런 마당에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가 가당키나 한가?

범죄는 일본이, 수습은 한국이 알아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수구세력의 입장도 다를 바 없다. 2018년 대법원은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이 여운택 할아버지와 양금덕·김성주 할머니에게 피해를 배상하라고 최종 판결했고, 법원은 두 회사의 한국 내 자산 일부를 압류한 뒤 강제매각하도록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지난 3월 6일 제3자 변제안을 발표했다. 박씨는 한국 정부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만들어 한국 기업이 출연한 재원으로 일본 기업이 내야 할 배상금을 대신 변제하겠다고 했다. 대법원 판결을 비난한 한덕수 총리는 “가장 큰 돌덩이를 치웠다”라고 평했다. 법원에 배상금을 공탁하여 강제집행이라도 하겠단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요구한 일본의 사과는 쏙 빠졌다. 포악한 조선총독부의 모습이다.

윤씨는 2022년 8월 17일 취임 100일을 기념한 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에 관한 확정판결이 나왔으니 채권자들이 법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윤씨의 눈에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돈푼이나 뜯어내려는 거렁뱅이고,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이 아니라 빚쟁이의 채권을 실현하는 보상일 뿐이다. 잘못을 따져 밝히고, 가해자의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고, 수십년 곪아온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에는 관심조차 없다. 성노예든 강제 징용이든 성가시게 굴지 말고 그냥 좋게 좋게 일본이 원하는 대로 끝내자는 뜻이다. 친일본색을 증명하려는 듯 더 가혹하게 국민을 개돼지로 짓밟는 수구세력들이다. 국민의 뜻을 거스른 1965년 협정과 2015년 합의 모두 종미종일從美從日파들의 충성맹세다.

피해자가 돈뜯으려는 거렁뱅이인가?

지난 3월 27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박범계 의원은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이 대법원의 판결을 정면으로 위반한다고 했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대법원 판결은 당연히 존중돼야 되는 문제”라고 답했다. 남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인듯 딴청을 부렸다.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따라야 한다고 결코 말하지 않았다. 표창장이나 인턴 문제로 한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든 추상秋霜같은 기개라면 제3자 변제안을 지시하고 준비하고 결정하고 집행한 자들을 모조리 잡아다가 능지처참하고 부관참시해야 할 것 아닌가? 이 나라의 근간인 삼권분립을 부정하고 국민을 배신한 반역도들 아닌가?

한씨는 2020년 2월 13일 인터뷰에서 추미애 법무장관을 겨냥하여 “일개 장관이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를 포샵질을 하고 앉아 있”다고 했다. 일개 검사장이었던 한씨가 검찰총장도 아닌 법무장관과 맞장뜨는 호기는 가상해 보인다. 하지만 2022년 8월 23일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한씨는 최강욱 의원이 날카롭게 비판하자, “저도 지금 국무위원으로서, 일국의 장관인데...”라며 대꾸했다. 너는 일개一介 장관이고 나는 일국一國의 장관이라는 것 아닌가. 나는 언제나 옳고 너는 언제나 틀리다, 나는 뭘 해도 괜찮고 너는 뭘 해도 안된다는 정신줄이다. 완장차고 설치는 자들의 정신승리다.

一國의 장관, 日國의 장관?

박씨든 윤씨든 한씨든 이들의 황당한 언행을 납득할 길이 없다. 본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내뱉는 소리다. 누가 적어준 대로 읽다가 막히면 딴소리를 하는 영혼없는 말장난에 가깝다. 작년 10.29 참사때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경찰청장 등 주요 책임자들의 궤변이 그러하다. 부산액스포 유치를 위해 지구 495바퀴를 돌면 무슨 소용인가? 진심도 성의도 없는 눈빛을 어찌 감출 수 있을까? 문재인씨와 윤씨의 거리가 이리 먼 것이다.

어쩌면 일국이 一國이 아니라 日國으로 생각하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日國의 대통령, 日國의 총리, 日國의 조선총독, 日國의 외교장관, 日國의 법무장관, 日國의 국방장관... 부복하고 日國의 왕과 정부를 섬기는 일을 본분으로 하는... 그러면서 자신의 권력과 잇속을 알뜰하게 뒷주머니로 챙기는... 멀쩡한 一國의 대통령이고 총리고 장관이었으면 감히 그리 입을 놀리지 못했을 것이다.

소정 선생님은 이렇게 한탄했다. “내 나라를 빼앗[았]던 나라의 악을 용서할 능력이 없는 정권이 용서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 일본이 전과를 뉘우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였다. 용서할 자격이 있는 세력이 용서하고, 악을 저지른 자가 전과를 뉘우쳐야 한다는 이 두가지 요건이 ... 충족되지 않고 있다”(2008: 148).

같이 읽기

 

인용: 박헌명. 2023. 일국의 대통령, 일국의 총리, 일국의 장관 <최소주의행정학> 8(1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