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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 이문영 선생님의 최소주의 행정학, 비폭력, 협력형 민주주의를 밝히고 알리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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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대통령선거철이다. 여야 후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각종 실언이 쏟아지고 있다. 찌르고 막는 자들의 사생결단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맞든 틀리든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하다.

잠결에 날벼락 맞은 황교익

지난 13일 이재명씨가 음식평론가 황교익씨를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하자 여야 대선 후보들은 “보은인사”라며 비난했다. 그렇찮아도 이씨가 도지사직을 유지한 채 경선에 참여하는 것이 불공정이라며 시비를 걸던 터였다.

급기야 17일 이낙연 선거대책위원회 부대변인인 신경민씨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황씨는] 일본 도쿄나 오사카 관광공사에 맞을 분이 아닌가 생각이 되요. ... 일본음식에 대해서 굉장히 높이 평가하고 한국음식은 거기에 아류다...”라고 말했다. 관광공사는 커녕 맛집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깎아내렸다. 다른 관계자는 “경기맛집공사”라느니 누가 더 낫겠다느니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

이에 황교익씨는 이낙연 후보측이 “일베”의 친일 프레임으로 자신을 공격했다고 분개했다. 짐승이나 하는 짓이라고 했다. 보은인사가 아니라 법절차에 따라 공개모집에 참여해서 최종후보로 선정되었다고 했다. 분을 삭이지 못했는지 친일 프레임을 반사한다면서 일본통으로 알려진 이낙연씨는 일본 총리에나 어울린다고 일갈했다. “청문회 전까지 이낙연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데 집중하겠다”고 적었다.

스카이가 아닌 중앙대를 졸업한 죄인가?

나는 방송에 나온 황씨의 반응을 보고 놀랐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리 흥분할까 의아했다. 이해찬 전대표가 나서서 격앙된 황씨를 위로하고, 황씨가 후보를 사퇴하면서 공방은 마무리되었지만 나는 혀를 차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치권의 말폭탄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왜 애꿎은 일반시민(연예인에 가깝지만)에게 던진단 말인가?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은 셈이다. 황씨의 항거가 납득된다. 그런데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방송에 출연한 신경민씨는 남 얘기하듯 어물쩍 넘어갔다. 여당 전체에 폭탄을 던진 어리석음을 반성하지도 사과하지도 않았다. 더 놀라운 것은 정치인이든 언론인이든 누구도 신씨나 이낙연씨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송영길 대표도 황씨의 발언이 금도를 벗어났다고 말했지만 신씨의 발언은 문제삼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진보의 탈을 쓴 기득권의 힘자랑일까?

만일 신씨와 이낙연씨가 스카이를 졸업하거나 언론인을 거쳐 정계에 입문하지 않았다면, 황씨와 이재명씨가 중앙대학교가 아닌 스카이를 졸업했다면 어땠을까? 첫째, 보은인사 얘기는 애초부터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정언관政言官계를 장악한 스카이들이 지금까지 그렇게 해먹었기 때문이다. 음식평론이나 하는 “딴따라”가 무슨 사장이냐는 힐난은 핑계일 뿐이다(이런 식이면 “법나부랭이”들이 무슨 정치인이나 대통령이란 말인가). 둘째, 신씨와 이낙연씨는 “개비”들에게 처참하게 물어뜯겼을 것이다. 스카이 선후배 정치인, 언론인, 법조인 등이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조리돌리고 얼굴에 “非”라고 낙인을 찍었을 것이다. 반상의 법도를 뒤집는 역적을 가만둘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비개비”인 주제에 언감생심 개비의 밥그릇을 노렸다는 것이 황씨의 죽을 죄다.

욕설이라고 꼭 말폭력인가?

황씨의 발언 자체는 과한 것이 사실이다. 잠결에 날벼락을 맞은 억울함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짐승이라느니 정치생명을 끊겠다느니 하는 것은 일반 상식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지만 신씨의 발언은 사실에 기초하지도 않았고,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 황씨의 인격과 호구糊口를 뭉개는 폭력이었다. 인간의 최소한을 부정한 셈이다. 어쩌면 황씨의 대응은 인간으로 살기 위한 최소한의 저항일는지 모른다. 지금 상황은 강도가 칼을 들고 위협하다가 집주인에게 맞았는데, 경찰이 집주인을 살인미수라며 땅바닥에 패대기를 친 것이다. 알고 보니 강도와 기자와 경찰이 스카이인 상황이다. 그들은 황씨를 노리개로 쓰다 시궁창에 버린 것이다. 야만이다.

이재명씨가 형수에게 욕설을 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씨는 어머니가 위협받는 상황이었다며, 위기를 모면하려다 벌어진 일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이런 물리력과 욕설을 맥락없이 떼어 내어 비난하는 것은 비열하다. 하지만 설훈씨는 녹음을 들어보면 이씨의 인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실망스럽다. 설씨였으면 그런 상황에서 법을 따지고 품격을 따졌을까? 공자왈 맹자왈 하면서 엄중하게 훈계질을 했을까? 설씨나 이낙연씨는 어머니가 죽든 말든 나는 절대로 욕설이나 주먹질을 안했다고 뿌듯해 할 것인가? 비폭력을 강조하신 함석헌 선생님도, 소정 선생님도 권력기관의 포악한 폭력질에 악다구니를 쓰셨다고 했다(2008: 401). 인간의 최소한을 지키기 위해 동원된 물리력과 욕설을 폭력이라 말할 수 없다.

비폭력은 법과 상식을 지키는 일이다

왜 이재명씨에게 지사직 사퇴를 요구하는가? 왜 양승조·최문순 지사에게는 요구하지 않았나? 국회의원은 왜 사퇴하지 않나? 지난 대선경선에 나섰던 홍준표·안희정 지사는 어떠한가? 성남시장이던 이재명에게는 왜 요구하지 않았나? 경남지사를 사퇴하고 욕먹은 김두관씨는 뭐란 말인가? 도대체 무슨 공정을 원하는가? 돈많으면 버리고, 잘생기면 망가뜨리고, 말잘하면 어눌해져야 하나?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후보는 선거 90일 전까지 지사직을 그만둬야 한다. 이재명씨는 법대로 하면 된다. 원희룡씨가 제주지사를 사직한 것은 그의 맘이다. 하지만 “지사찬스”를 쓰지 말라고 이재명씨를 압박하는 것은 지나치다. 이씨에게 사퇴를 종용하는 평론가들도 마찬가지다. 말이 아니라 말폭력이다. 정말 후보가 공직을 유지하는 것이 불공정하다면 공직선거법을 비판하고 개정할 일이다. 선거와 관련한 불법행위가 있다면 법에 따라 처벌하면 될 일이다. 상식이다. 이재명씨를 둘러싼 시비에서 합당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그냥 이재명이기 때문에 벌어진 말폭력이고 이전투구다. “비개비”여서 차별받는 서러움을 보여준다.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기득권세력이 누군지를 똑똑히 보여준 패악질이다. 

인용하기: 박헌명. 2021. 황교익은 무슨 죄를 지었나?. <최소주의행정학> 6(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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