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을 빙자한 친위반란은 실패했지만 완전한 진압은 지난하다. 아직도 권력을 움켜쥔 반란세력이 구석구석에서 버티고 있다. 반란수괴에 대한 탄핵심판은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반란패거리들의 뻔뻔한 거짓말과 뚱딴지같은 궤변은 끝간데 없다. “국회가 반국가세력과 범죄자들의 소굴” “북한 지령을 받은 간첩단” “의회 독재” “계엄의 형식을 [빈] 대국민 호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란죄를 [덮어]씌우려는 공작” “사기 탄핵” “선동 탄핵”... 이것이 정치지도자의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 사람의 말이 아니다. 지켜보는 눈이 참담하고 부끄럽다. 말같잖은 소리로 고문당하는 귀가 고통스러울 뿐이다.
안씨의 깜찍한 상상, 윤씨의 끔찍한 망상
얼마전 Youtube에서 20여년 전에 유행했던 <깜빡 홈쇼핑>을 보게 되었다. 홈쇼핑에 나온 안어벙(안상태 분)이 엉터리 상품 소개와 능청스러운 자화자찬으로 시청자들을 웃겼다. 기상천외한 안어벙의 상상력과 반전은 중독성이 있다. 이 상품은 타이완 (Taiwan)으로 수출하지만 대만으로는 안한다, 방수는 되지만 물에 담그면 고장난다, 무선인데 선이 어디갔지? 선이 있어야 뭘 꼽고 할 것 아냐, “난 절대 어벙하지 않아, 난 띨띨해”... 주옥같은 사설이다. “윤어벙”의 궤변도 만만치 않다. 비상계엄은 통치행위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군이 반민주적이고 부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것을 알고 계엄을 했다, 두 시간짜리 내란이란 것이 있냐, 질서유지를 위해 국회에 계엄군을 투입했다, 계엄 선포와 관련해서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지만 체포영장은 거부하고 구속영장은 거부하지 않겠다, (김어벙이) 돋보이려는 욕심으로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지만 허위 경력은 아니다(나는 금시초문이다)...
안어벙은 뻔한 사실을 비틀어 방심한 청중들의 뒤통수를 후려 갈긴다. 머리가 시원해지고 물개 박수가 쏟아진다. 5인용 전기밥솥인데 전원버튼을 누르면 10명이 다 먹을 수 있다, 전자피아노의 검은 건반이 세 개 가다 하나가 없네, 이어폰 줄이 왜 왼쪽 오른쪽 짝짝이야? CDP가 흠집이 나거나 고장이 나면 재생버튼을 누르면 된다, (CD를 뒤집어 넣고) B면을 들어야 되는데 왜 안될까? 이놈들 A면만 신경쓰나? (꼬여있는 전화기줄을 보면서) 내가 그렇게 펴라고 얘길 했는데 일부러도 이렇게 못할거야, 소화기의 안전핀을 뽑으면 여기 터지고 불난다, (전화기를 들고) 뚜루루 별에서 10년 만에 신호가 왔다... 윤어벙은 명확한 사실을 확신범처럼 아전인수로 난도질한다. 뒷목이 뻣뻣해지고 걸쭉한 욕설이 쏟아진다.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지 않았고 방사능 유출도 없었다, 내 장모는 남에게 10원 한 장 피해준 적 없다, 죄지었으니까 특검을 거부하는 겁니다, (무속논란에 대해) 배우자가 교회를 다니는데 구약을 다 외운다, (명품가방 수수에 대해)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아쉽다, 국회의원을 체포하거나 끌어내라 지시한 적 없다, [완전무장한] 계엄군은 국민을 공격하지 않았고 오히려 [비무장한] 시민에게 폭행당했다... 그때 그때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둘러댄 거짓말이다.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하지도 못할 사기꾼의 말이다.
안어벙의 마데(Made)와 김어벙의 유지(Yuji)
어벙이들은 영어에 자신감을 보인다. 이 제품은 싱과 폴(Singapore) 두 나라로 수출한다, 인도에서 네 시에 만들었다(Indonesia), CDP는 최덕팔씨가, 비디오(VHS)는 복학생이 만들어서 그 앞 자를 딴 것이다, 라디오의 AM은 아침에 듣고 PM(FM이 아니라)은 저녁 때 듣는 것이다, 영국에서 만든 게 아니라 욱(UK)해서 만든 것이다, 미국에서 “불이야”를 피레(Fire)라고 한다, 고객분들에게 사례(Sale)한다, 러브는 엘(l) 오(o) 브이(v) 에이(a), 베트맨(Batman)이 변신하기 전에는 베트남이다, 복사용지 A4, B4, 비오(B5)... 윤어벙 역시 어그래시브(aggressive)하게 크라우드 매내지먼트(crowd management)와 규제라는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를 날리고, “김어벙”은 유지(Yuji) 논문으로 박사를 따고 엉터리 한자 실력을 뽐낸다. 도포입고 갓쓰고 양반질을 한다 한들 상것이 어딜 가겠는가. 능력이고 재력이고 간에 그저 천박할 뿐이다. 안어벙이 입에 달고 사는 마데(made) 정신은 윤어벙이 입버릇처럼 남발하는 자유민주주의다.
안어벙과 윤어벙이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
안어벙은 난처한 상황에서 존재하지 않는 “대중소”반장이나 “강중약”씨를 불러내 위기를 모면한다. 이에스씨(Esc)는 기계가 고장나면 고치러 오는 분이란다. 전화기의 샵(#) 버튼이 안보인다고 버티다가, 그냥 모르는 것으로 넘어가자고 선심쓰듯 우긴다. 시청자는 난장판으로 쓰러지고 폭소가 터진다. 윤어벙은 “바이든-날리면” “계엄-계몽” “의원-요원-인원”같은 말공작으로 화살을 피한다. 낯뜨거운 어거지지만 망설임은 없다. 어느 별에서 온 “윤인원”인가? 분위기가 썰렁해지면 반국가세력, 공산주의, 간첩을 들먹인다. 뜬금없이 산유국 타령으로 시선을 돌린다. 안어벙은 가습기는 소풍놀이, 비디오세트는 스타워즈(다스베이다), 전기밭솥은 로보캅, 전화기는 목욕놀이로 활용한다. 윤어벙은 그 자리에 있어서는 절대 안될 자들만 골라 앉히고 친일매국놀이를 즐긴다. 어디서 이런 보석같은 인재들을 찾아냈는지 참으로 용하다. 관료제의 기강이 무너진다. 실력없고 딸랑거리는 어벙이들이 설치니 뭘 해도 일은 안되고 탈만 난다. 나라는 엉망진창이고 국민은 속이 탄다.
안어벙은 상식을 깨뜨리는 어거지로 하자를 지적해놓고 “건성건성 속상하다, 이게 뭐니 이게”, “이젠 내가 난처하다, 이게 뭐니 이게, 지친다 이제”라며 부하직원들을 탓한다. 그러면서 “그럼 내가 이놈들 월급 올려주며 되잖아” “라면에 밥말아 줄께”라며 얼렁뚱땅 넘긴다. 윤어벙도 일이 틀어지면 무조건 책임을 남(시민, 야당, 노조)에게 떠넘긴다. 자신이 검찰총장이던 문재인 정권에서 공정과 상식이 무너졌다고 게거품을 물었다(술먹고 직무유기했나?). 내란이 실패하니 나 하나 살겠다고 주저없이 부하들을 희생시켰다.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안했다, 계엄해제가 의결되자 바로 군대를 물렸다... 일하는 방법도 그까이꺼 마음대로 거리낌이 없다. “내가 상현이한테 한번 더 얘길 헐께” “국정원에 대공수사권을 줄테니 우선 방첩사를 도와 지원해.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 법과 상식을 밥말아먹고 모든 굴레에서 자유로운 윤어벙의 영혼이다.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을 참아내지 못하는, 차마 하지 못하는 일을 거부하지 못하는 망나니의 가벼움이다. 통수권자라는 자가 국방장관이 아닌 장성들에게 직접 전화질을 하고, 미필인 주제에 현역 장교에게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고 호통을 치고 자빠졌으니... 법과 절차와 관례를 무시하고 못돼먹은 성질머리를 못이기고 상사질을 해댔다. 이젠 빼도 박도 못하고 된통 당하게 되었다.
윤어벙과 김어벙의 과대망상
안어벙은 모든 여자들이 자신의 치명적인 매력에 푹 빠져 있다고 너스레를 떤다. 귀여운 자아도취다. 속눈썹, 턱선, 치아, 인중, 입술, 쇠골, 엉덩이, 귓볼, 숨소리, 백치미까지 여자들을 꿈뻑 죽인다. 자신에게 안달나고 매달리고 집착하게 한다. 2대 8로 가른 머리 모양, 촌스러운 양복, 촛점없는 눈동자, 어수룩하고 어눌한 말투인데, 잘나고 멋진 여자들과 불장난을 하느라 피곤하다는 바람둥이라니... 능청스런 자기 자랑이 결코 밉지 않다. 상품 소개를 하다가 갑자기 “근데...” 하면서 여자얘기로 빠지는 안어벙처럼 윤어벙 역시 두서없이 말하다가 엉뚱한 얘기로 빠져 장황하게 이어간다. 매사에 게으르고 허당인 술고래가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거들먹거리고 훈계질한다. 국민을 약탈하는 반국가세력과 간첩을 일망타진하겠댄다. 자유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시민의 요구랜다. 환청인가? 절대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자기암시인가? 사실은 지은 죄가 있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재명만은 막겠다는 발버둥이다. 차라리 피해망상이다.
물가에 내놓은 세살박이같은 윤어벙을 놔둘 수 없어 나랏일까지 감당해야 하는 김어벙의 고뇌도 마찬가지다. 제 앞가림도 못하는 푼수데기가 뭘 좀 아는 것처럼 이것저것을 만지작대다 사고만 친다. 사주보고 점을 친다고 일이 되겠는가. 사진첩을 꾸미듯 시시콜콜한 개인의 일상을 공공기관 웹집에 도배하는 V0의 안목하고는... 어벙병에 감염된 좀비들이 찬사를 보내자 속보이는 비명질이다. 조선일보 폐간에 목숨을 건다니 과대망상과 피해망상이다. 표절로 학위 따고, 이름 고치고, 얼굴 갈고, 명품 두른다고 사람이 바뀌는가. 돈과 힘으로 분칠했지만 천성은 어쩔 수 없는 것을... 싼티 날리는 말투로 술술술 나오는 소리는 거침이 없다. 모두 조리있는 달변達辯이 아닌 그냥 다변多辯이다. 푼수꾼의 수다나 주정뱅이의 주사酒邪에 가깝다. 뭘 해도 국민밉상이다.
누가 헌법의 말을 오염시켰는가
안어벙의 깜찍한 상상은 국민들에게 많은 재미와 웃음을 주었고, 윤어벙의 끔찍한 망상은 극한의 분노와 고통을 안겨 주었다. 안어벙은 신선함과 즐거움을 주었고, 윤어벙은 악몽같은 절망감과 공포감을 안겨 주었다. 안어벙은 공감의 도가니로 만들었고, 윤어벙과 김어벙은 국민을 공포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다. 안어벙은 일상의 활력소가 되었고 두 어벙은 국민의 일상을 파탄내버렸다. 어벙한 매력에 빠졌던 국민들은 윤어벙이 밀어넣은 비탄의 바다에 빠졌다. 안어벙은 국민을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했지만 두 어벙은 아비규환에서 절규하게 했다.
안어벙은 혼자만 바보라는 상상이고, 윤어벙은 혼자만 멀쩡하다는 망상이다. 안어벙은 (모두가 멀쩡한데) 본인만 어벙한 척을 하여 모두를 웃겼는데, 윤어벙은 본인(맹종세력)이 정말로 어벙하여 국민들을 놀라고 화나게 했다. 윤어벙은 본인과 본인에게 계몽당한 패거리들만이 멀쩡하다고 확신하고 있는 듯하다. 반국가세력인 야당과 시민단체를 척결하고 자기들만의 자유민주주의를 완성하겠다는 사명감에 들떠 있다.
하지만 김윤 어벙의 내란은 계엄戒嚴이 아니라 염병染病이다. 멀쩡하게 생긴 사람들을 순시간에 두 어벙을 추종하는 좀비로 만들고 있다. 좀비가 된 정치인, 장차관, 관료, 장교, 법관, 검사, 변호사, 당원, 측근 등은 똑같은 염불을 반복하여 퍼뜨리고 있다. 계엄해제를 주저하고 탄핵을 반대했다. 법원에 몰려가 난장판을 만들어 놓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어벙의 인권에 목을 매고 국민권익위원회는 어벙의 권익을 지향한다. 급기야 법의 이름으로 반란 수괴를 풀어줬다. 주술같은 망상곡을 피리부는 윤어벙을 홀린 듯 따라가는 쥐떼들이다. 과연 호환마마虎患媽媽보다 무서운 병이다. 어벙에게 계몽啓蒙되었다는 자들은 그냥 몽매蒙昧한 자들이다. 주군인 윤어벙의 함자를 틀리게 쓰고 중공과의 “체재” 경쟁이라고 적는 무지렁이들 아닌가. 때가 되면 마파람에 봄눈녹듯 자취를 감추고 사라질 천둥벌거숭이들 아닌가.
윤어벙은 총칼과 헬리콥터를 동원하여 내란을 도모한 것도 모자라 황당무계한 언행으로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있다. 말장난과 말공작으로 국민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좀비들의 가려운 곳을 핥아(舐痔) 난동을 부추긴다. 국민을 갈라치고 있다. 조지 오웰이 <1984>에서 그려낸 B-B (빅브라더)의 언어파괴다. 바벨탑을 쌓은 인간들이 서로 다른 말을 하게 되어 뿔뿔히 흩어진 것처럼... 음흉하게 언어도단言語道斷의 혼란을 조장하고, 호시탐탐 위기를 타개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제 내란 사태가 마무리되면 사전과 법전을 다시 써야 할 지경이다.
가장 아름다운 헌법의 풍경으로
지난 2월 25일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에서 장순욱 변호사는 윤석열이 아름다운 헌법의 말과 풍경을 오염시켰다고 담담하게 읊조렸다. 그는 사필귀정으로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싶다고 변론을 끝맺었다. 약 40년 전에 시인과 촌장이 부른 <풍경>의 가사다. 시처럼 이어진 그의 말은 큰 울림을 주었다. 침침해진 눈이 정화되고 더럽혀진 귀가 씻긴 느낌이다. 이제 춥고 길었던 겨울이 가고 드디어 꽃피는 봄이다.
윤어벙의 과대망상과 피해망상에 화나고 지치고 다치고 아픈 마음은 안어벙의 마데정신으로 위로받으시라. 가슴을 적시는 시와 음악을 들으며 허전한 마음을 추스리시라. 따뜻하게 차한잔 하면서 어떻게 아름다운 헌법의 말과 풍경으로 돌아가는지 차분하게 지켜보시라.
인용: 박헌명. 2025. 안어벙의 마데정신과 윤어벙의 과대망상. <최소주의행정학> 10(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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