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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없다”와 시장선거에 나선 고대생

2021. 4. 4. 12:26 | Posted by 최소주의 못골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고전하고 있다. 서울과 부산 시장이 성추문으로 물러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LH공사 직원의 투기의혹에서 시작된 부동산 문제가 일파만파로 퍼지며 선거를 뒤덮고 있다. 공약은 눈에 띄지 않고 여야 세력의 힘겨루기만 보인다.

지난 주부터 광역시장 후보의 언행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사실관계가 어떠한지를 시시콜콜 따지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선거가 끝난 뒤 재판으로 가려질 것같다. 하필 유력한 후보 세 명이 고대를 졸업했다는 점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박형준·오세훈에게 이명박이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MB 없다”

고대와 연대의 응원전에서 벌어졌다는 우스개소리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피겨스케이트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가 국민영웅이 되었다. 이명박 정권 시절이다. 고대쪽에서 “우리는 연아 있다”라며 뻐기자, 연대쪽에서는 “우리는 MB 없다”라고 응수했댄다. 연아가 우아하게 벌어놓은 것을 명박이가 까먹는 것으로도 부족해 빚더미를 잔뜩 남겨놓은 셈이다.

“DAS는 누구겁니까?”의 주인공 이명박은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도곡동 땅이 어떻다고요? BBK 의혹이 어떻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라고 했고, “온갖 음해에 시달렸습니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것 아시죠?”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11년 뒤 그 말이 새빨간 거짓말이 되어 이씨를 감옥에 쳐넣었다. 기업인으로서 회사를 망치고, 4대강 사업, 자원외교, 공작정치 등으로 나라를 망치고, 그리고 아귀餓鬼처럼 사리사욕만 탐하다 인간을 망쳤다. 이씨에게 빌붙어 호의호식했던 이상득, 최시중, 원세훈 등이 감옥으로 끌려갔고, 김희중, 김백준, 김성우 등 측근들이 배신하고 그의 목을 졸랐다. 이씨에게 줄을 댔던 “고대생”(천신일, 이학수, 이팔성, 김우룡, 김재철 등)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갔다. 모교의 얼굴에 똥칠을 했다. 선량한 교우校友들이 공공의 적으로 몰려 악몽을 꾸었다.

박형준과 오세훈과 이명박

박형준과 오세훈은 이명박의 판박이다. 고대 졸업생이면서 끊임없이 부와 잇속을 탐하다 꼬리를 잡혔다. 도곡동 땅과 엘시티 아파트를 비롯한 여러가지 부동산 의혹을 받았다. 부적절한 공직자의 처신으로 도마에 올랐다. 거짓말로 세상을 속이려다 낭패를 보게 생겼다. 이명박 정권에서 박씨는 청와대 민정수석을, 오씨는 서울시장을 맡았다. 박씨가 이씨를 대통령으로, 오씨를 서울시장으로 적극적으로 밀었다. 이씨는 1964년 한일국교정상화 반대와 “샐러리맨 신화”로, 박씨는 학생운동권과 민중당과 동아대 교수로, 오씨는 민변과 환경운동연합 경력으로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모두 수구세력의 기수로 변신하였다. <이솝우화>에서 악한 강자는 위장하고 교묘한 말을 하여 약자를 속인다고 했다(2001: 138-139).

박씨는 민정수석시절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문건을 본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했다. 지시한 적도 관여한 적도 없다고 했다. 이미 국정원의 사찰문서 배포처에 민정수석이 들어있음이 확인된 상황이다. JTBC의 썰전 231회(2017년 8월)에 출연한 박씨는 국정원이 민간인 댓글부대를 운용한 사실을 알았냐는 유시민씨의 질문에 대해 당시 국정원의 사이버 심리전단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했다. [알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단두대로 가겠다고 못을 박았다.

오씨도 배우자의 도곡동 토지에 대해 존재도 위치도 몰랐다고 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토지보상은 주택국장이 결정했다는 것이다. 토지측량을 나온 국토정보공사 팀장, 경작인, 식당 주인 모두 틀림없이 오씨가 왔다고 증언했다. 당시 유명인사였던 오씨가 백바지에 선글라스를 쓰고 온 것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오씨는 입회사실을 부정하면서도 측량문서에 서명한 사람, 경작인의 계약 요구, 입회했다는 처남의 행적 등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이 일에 관여했다는 증언이 나오면 후보를 사퇴하고, 땅으로 이익을 봤다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이명박씨도 2000년 자신이 BBK를 설립했다고 말한 동영상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잡아뗐다. 2007년 대선 당시 자신이 BBK 소유주라면, 주가조작에 가담했다면 대통령이 되어서라도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이씨와 박씨와 오씨의 화법이 똑같다. 사실과 증거로 다투는 것이 아니라 벼랑 끝 패를 들이밀어 위기를 모면하려는 술책이다. BBK관련 의혹이 드러나면 어차피 대통령 노릇을 못하는 것이고, 민간인 사찰을 알았다면 감옥에 가야 할 것이고, 도곡동 땅을 알았다면 시장자리는 물건너 간 것이 아닌가. 손해볼 것이 전혀 없는 일을 마치 양보라도 하듯이 교묘하게 말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일단은 목적을 달성해놓고 보려는 사기꾼의 수법이다.

시장선거에 나선 고대생의 궁상

소정 선생님은 종종 <논어論語> 학이편學而篇에 나오는 교언영색선의인巧言令色鮮矣仁을 언급하시면서 말을 교묘하게 하고 생김새만 번지르르한 사람을 경계하셨다. 자신이 불리할 때는 숨어 있다가 무섭지 않을 때 기어나와서 이말 저말을 늘어놓으면서 잇속을 챙기는 이를 싫어하셨다. 남자가 성실하고 경우가 바르기보다는 친절하기만 하면 위선자일 뿐 좋은 배필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2001: 103).

불행하게도 이씨(경영학), 박씨(사회학), 오씨(법학) 모두 위장과 변신에 능한 “고대생”인 것같다. 사실을 분명히 밝히지 않고, 말을 바꾸거나 교묘한 말로 헷갈리게 한다. 기억 앞에서 겸손하라니... 마음 속에 땅이 자리하지 않다니... 본성이 드러날까 전전긍긍하는 속내다. 명명백백한 증거와 증언이 나온다 해도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태세다. 또한 이씨(배우자), 박씨, 오씨 모두 인물이나 언변에서 빠지지 않는다. 특히 박씨는 학식과 경험을 달변으로 그럴듯하게 풀어내는 솜씨가 있다. 사람을 속이고 말을 바꾸어 약속을 어기면서도 당당할 수 있는 재주다. 꾀병으로라도 감옥에서 벗어나려 용쓰고, 아이들 무상급식을 복불복에 걸고, 호화 아파트 의혹을 개인신상이라며 덮으려는 태도에서 고대생다운 당당함이 없다.

부산시장 후보로 나선 김영춘(정치외교학)은 세 사람과 반대편에 서 있다. 학생운동이나 진보를 배신하지 않고 소신을 지켜왔다. 눌변에 가까와 토론에서 박씨에게 많이 밀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가진 것이 비난받을 정도로 특별한 비리는 없어 보인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하여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이번 선거에서 예기치 못한 부동산 바람에 휩쓸리고 있다. 친절하지는 못해도 성실하고 경우 바른 고대생이 우직하게 고난을 헤쳐가고 있다.

굽은 것을 펴는 고대생이길

소정선생님은 “눌린 자들 쳐들기에 굽은 것 펴기에 쓰리로다 부리리라”라는 고대의 옛교가를 더 좋아하셨다. 누가 바른 것을 눌러 굽힌 자이고 누가 굽은 것을 펼 자인가. 주택국장이 전결했다고 둘러대고 민정수석실로 보내진 사찰문건을 알지 못한다는 자가 굽은 것을 펼 수 있을까. 또다시 교우들이 시민들 앞에서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하는 수모를 당하지 않았으면 한다.

악한 강자는 백성에게 아첨이나 구걸을 해서라도 권력을 얻은 뒤 백성을 해친다 (2001: 139). 사기꾼의 눈속임·말속임에 넘어가 곡간열쇠를 맡기는 우를 되풀이해선 안된다. 분위기에 휘둘리지 말고 사실과 거짓말을 냉철하게 따져 심판해야 한다. 

인용하기: 박헌명. 2021. “MB없다”와 시장선거에 나선 고대생. <최소주의행정학> 6(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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