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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자기비대화, 경직화, 자체분열 소정 선생님은 가장 포악한 정권의 모습을 자기비대화自己肥大化로 그렸다. 또한 과다한 체제 경직화硬直化나 우경화右傾化라고 했다(1986: 298; 1996: 383). 이렇게 최악으로 진행된 불치병(1996: 390)은 자기희생으로 치유할 수 있다. “자기 스스로를 자아에 의하여 희생하는,” “자신의 자유의사에 의하여 자신의 것을 포기하는,” “자신의 손해를 무릅쓰는 결단”이다(1980: 363; 1986: 327; 1991: 49). 정권의 자기비대화 자기비대화(self-aggrandizement)는 주어진 한계를 넘어 권한을 탐하고 끊임없이 확대하는 것이다. 힘으로 타인을 윽박질러 일을 강요하거나 강제로 타인의 권한을 빼앗는 행위다. “아랫사람을 쥐어 짜고 끝임없이 의심하면서 모든 권력을 빨아들인다. .. 2023. 10. 25.
수구기득권 세력의 사대주의와 기회주의 지난 3월 윤석열 정부는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노동에 시달렸던 징용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제3자 변제로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일본기업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배상하도록 한 대법원의 판결과 어긋난다. 인권과 법은 사라지고 일본 극우정권이 내세운 돈얘기만 남았다. 2015년 박근혜 정권의 한일 위안부(성노예로 불러야 마땅하다) 문제 합의도 마찬가지다. 당사자도 아닌 정부가 일본이 원하는 대로 밀어붙였다. 어릴 적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가 고초를 당한 피해자들의 한을 돈푼이나 뜯어내려는 노파老婆의 떼쓰기로 치부했다. 또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투기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윤정권은 일본 편을 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같은 입장이라 밝혔지만 해양투기에 반대한다는 말은 차마 못한다. 시찰단.. 2023. 10. 25.
앤드류 잭슨의 재림과 인사행정의 퇴화 인사관리(personnel administration)는 조직 구성원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일이다.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고, 알맞은 부서에 배치하고, 훈련시키고, 일한 성과를 평가하고, 승진을 시키고, 상벌을 주는 일이다. 인사행정(public human resources management)은 정부에서 공무원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일이다. 정부관료제는 민간기업보다 엄격하게 법과 절차를 따라야 하며 정치영향력으로부터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 인사人事는 동서고금의 상사常事지만, 현대 인사제도의 근간인 능력주의(merit system)는 고작 150년 된 역사이다. 윤정권의 용인술을 보고 있노라면 200년 전 미국의 엽관제(spoils system)가 떠오른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2023. 5. 30.
난도질당하는 공공기관장의 임기 보장 전현희 국가인권위원장이 방송에 나와 윤정권의 사퇴압박을 고발했다. 검찰이 기소하여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이들과 같은 장관급 정무직으로 이석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작년 8월 사표를 냈다. 이명박정권이 부당하게 KBS에서 쫓아냈던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도 위태로워 보인다. 지난 2-3월에는 문정인 세종재단(세종연구소) 이사장이 물러났고, 나승희 한국철도공사 사장과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은 해고되었다. 얼마전에는 정승일 한국전력사장이 자리를 내놓았다. 발표된 이유는 제각각이나, 그들이 심각한 잘못을 저질렀다는 얘기는 없다. 문재인정권에서 임명했다는 이유로, 윤정권과 정파가 다르다는 이유로 자리에서 내쫓긴 것(patronage dismissals)이다. 공공기관장.. 2023. 5. 28.
서해를 수호하지 못한 서해수호용사 오늘은 3월의 네째 금요일이다. 북한의 도발로 시작된 제 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피격 사건에서 생명을 잃은 장병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2016년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라고 한다. 윤석열씨는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 8회 기념식에 참석하여 희생자 55인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했다고 한다. 군대도 가지 않은 윤씨가 울먹였다고 한다. 박근혜씨의 대국민사과 눈물처럼 맥락이 없고 공감이 없다. 그냥 생뚱맞다는 생각이다. 대체 무엇을 잊지 않겠다는 것인가? 주요한 길목마다 “그대들의 이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혹은 “그대들의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등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수구세력들의 일사불란함이다. 야당이 내건 현수막은 찾아볼 수 없다. 기념일 자체가 정쟁의 산물이니 당.. 2023. 4. 3.
네팔의 전봇대와 윤석열의 전봇대 어쩌다 중국과 인도 사이에 위치한 네팔을 다녀왔다. 수도인 카트만두는 히말라야 산맥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분지다. 공해물질이 빠져나가지 못하는지 대기오염이 심하다. 북위 27도에 걸쳐 있고 해수면에서 1,300미터나 높은 곳에 앉아 있다. 2월 초인데 낮기온이 20도를 오르내린다. 과거 궁전이었다는 더르바르 광장을 둘러보았다. 사람과 개와 비둘기가 자유롭게 거닐고 있었다. 신과 왕의 위엄은 아기자기한 조형물에서나 찾아봐야 했다. 한때는 강성한 왕국을 건설했지만, 왕실은 스스로 신망을 잃고 2008년 쫓겨났다. 면적이나 인구가 서울의 1할인 카트만두인데, 도로며 다리며 건물이며 변변한 것이 거의 없다. 잿빛 먼지를 뒤집어쓴 가로수가 하늘거린다. 각지고 구멍뚫린 전봇대 차창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 2023. 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