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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3.10 불확실성을 활용하는 수구세력의 주술

어떤 의사결정을 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결과(possibility)와 각각의 확률(probability)을 알 수 있는 상황을 위험(risk)이라고 한다. 가능한 결과는 알 수 있으나 그 확률을 모른다면 불확실성(uncertainty)이라고 한다. 정책과정은 불확실성이 지배하고 있다. 누구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미리 알지 못한다. March와 Olsen (1976)은 복잡성(complexity)과 모호성(ambiguity)으로 묘사하고 있다. 행위자들의 일관된 의도와 선호를 기대하기 어렵고, 인과관계에 관한 지식, 기술, 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과거(history)는 계속 해석되고 재구성되며, 정책에 대한 구성원들의 관심은 바뀌기 마련이다(12쪽). 불확실성과 모호성에 직면한 인간은 겸허해야 한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 그대로를 인정해야 한다. 합리성을 추구하되 잘잘못을 따져 문제가 생기면 계속 오차를 수정해나가야 한다(Wildavsky 1987).

불확실성을 정책실패로 치환한 수구세력

대통령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야당 후보인 윤석열씨의 언사가 나날이 거칠어지고 있다. 독재, 부패정권, 국민약탈, 경제폭망, 방역실패에 이어 무능하고 오만한 친중·친북 정권이라고 저주을 퍼붓고 있다. 파시스트, 주사파, 무식한 3류 바보, 확정적 중범죄자, 미친 사람들, 같잖다, 돼먹지 못한 머슴, 버르장머리, 썩은 패거리까지 나온 판이다. 무조건 정권교체에만 몰입하다 보니 자연스레 현정권과 이재명 후보를 깎아내릴 수밖에 없는 사정일 터이다. 지역감정이든 남녀대립이든 세대갈등이든 이리 찢고 저리 째고 들쑤신다. 신들린 듯 널뛰는 “말길질”에 시시비비란 부질없다.

다만 수구세력이 어떻게 불확실성을 활용하는지 따져보고 싶다. 어쩌면 이들은 불확실성으로 인한 인간의 무기력과 불안감을 부추겨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데 쓰는 것같다. 그러면서 정작 자신은 불확실성에서 자유로운 존재인 것처럼 행동한다. 신접神接한 무당처럼 요란스레 굿판을 벌이면서 사람들을 홀린다. 신의 계시인양 밑도 끝도 없이 저주와 혐오질이다. 수구언론이 맞장구를 친다. 주술呪術이다. 무아지경에서 작두를 타며 외는 주사呪辭인가, 술먹고 횡설수설하는 주사酒邪인가. 어차피 맨정신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주절거림이라는 면에서 차이가 없다.

수구세력은 COVID-19가 기승을 부릴 때 중국발 입국을 금지하고, 나아가 국경을 폐쇄하라며 문정부를 압박했다. 국제보건기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한바이러스”라고 우기는 자들이다.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가 출입국을 막으면 대체 어쩌란 말인가? 또 문을 걸어 잠근다고 COVID-19 유입을 완전히 막을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의 행동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또 이들은 코로나 백신을 빨리 들여오지 않는다고 난리를 치다가 정작 접종을 시작하니 백신이 위험하다며 거품을 물었다. 혹자는 100% 안전한 백신을 달랜다. 그러면서 합리적인 정책오차수정을 말바꾸기나 오락가락으로 비난한다. 자기들은 COVID-19가 무엇이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데, 정부가 무능하고 부패해서 방역에 실패했다는 식이다. 예측할 수 없이 변화하는 COVID-19라는 불확실성을 K-방역실패로 등치시킨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수구세력의 비난은 가혹하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각종 규제로 집값을 잡겠다는 것이 오만이라고 했다. 윤석열씨는 정책을 28번이나 바꾸었지만 가격이 폭등했다며, 바보천치가 아니고선 이럴 수 없다고 했다. 서민이 집을 갖으면 보수화가 되기 때문에 일부러 집값을 올렸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아파트값을 올리고 내릴 수 있다면, 이것이 욕인가, 칭찬인가? 어찌하여 이들에게는 부동산정책이 이리도 쉽단 말인가? 가격과 수요와 공급이 서로 조화되지 못하여 시장이 실패한 상황인데, 무슨 잠꼬대같은 소리인가? 시장논리라지만 사실상 공급자를 편들고 실수요자는 무시한 땅장사·집장사의 논리아닌가. 그리 쉬운 일이었으면 왜 이명박근혜 정권에서는 아파트값을 잡지 못했을까? 그들은 수많은 변수가 서로 얽히고 섥힌 부동산의 불확실성을 정책실패로 치환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과격했던 것은?

이른바 K-방역이 해외에서 후한 평가를 받았지만 실수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COVID-19 이후 주요국의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다 해도 한국의 상황이 심각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불확실성 속에서 정부가 나름대로 상황 변화에 따라 정책을 수정해 온 노력을 폄하해서는 안된다. 큰 줄기로 보면 부동산정책의 방향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다주택자, 임대사업자, 대출규제, 종부세(공시가격) 등은 신중한 자세로 시행착오를 계속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불확실성을 가볍게 본 것이 있다면, 집권초 고위공직배제 5대 원칙을 천명하고 병역회피, 부동산투기, 탈세, 위장전입, 논문표절에 연루된 사람을 임명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그 기준 자체는 상식에 부합했지만 제한된 후보자군과 제한된 검증능력이라는 현실을 간과했다. 성급하게 선명성을 강조하려다 보니 자승자박이 되어 수구세력의 반격을 자초하였다. 꼭 필요한 기준부터 시작해서 현실에 맞춰나갔어야 했다. 또한 2019년 11월 19일 열린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가격을 잡을 수 있다고 장담한 것은 문대통령답지 않은 과격한 발언이었다. 경기부양을 위해 부동산을 이용하지 않고 투기수요를 억제하려는 문정부의 노력은 평가해줘야 하지만, 누구도 정답을 모르는 일을 자신있다고 말한 것은 허언에 가깝다. 지금 이재명 후보가 부동산 가격폭등으로 격앙된 민심에 고전하는 이유다. 복잡한 정책문제의 모호성과 불확실성 앞에서 겸손했어야 했다.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참고문헌

  • March, James G., and John P. Olsen. 1976. Ambiguity and Choice in Organizations. Universitetsforlaget, Oslo.
  • Wildavsky, Aaron. 1987. Speaking Truth to Power: The Art and Craft of Policy Analysis. New Brunswick, NJ: Transaction Publishers.

같이 읽기

 

인용: 박헌명. 2022. 불확실성을 활용하는 수구세력의 주술. <최소주의행정학> 7(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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