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비폭력과 최소주의 (20)
월간 최소주의행정학
소정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비폭력은 주먹을 내려놓고 말로 하자는 것이다(1986: 318). 이문영(2008)은 “무서웠을 때 내가 한 말은 적의 이성이 거절하지 못하는 최소의 말”(491쪽)이라 했고, “정부도 거절하지 못하는 말을 하되 말만 한다”라고 적었다(497쪽). 하지만 비폭력의 참뜻을 이해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무슨 일이 벌어지든 물리력을 사용하지 말고 거친 말을 내뱉지 말라는 뜻일까? 어떤 상황에서든 화내지 말고 성내지 말라는 소린가? 노무현씨처럼 최루탄이 터져도 도망가지 않고 길바닥에 앉아 연좌시위를 계속해야 하는가? 전투경찰들이 쇠파이프를 들고 달려들거나 군인들이 총을 난사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가만히 앉아서 품격있게 군자왈 맹자왈 하다가 맞아죽는 것이 비폭력인가? 이런 상황에..
촛불시위가 전국 곳곳에 타오르고 있다. 지난 달 26일 서울에만 150만명이 모였고 전국에서 190만명이 촛불을 들었다. 청와대는 물론 정치권도 놀랐을 것이다. 민심이 이렇게까지 뜨겁고 무서운 것인가 하며 탄식했을 것이다. 아마도 집회에 나선 시민들 스스로도 놀라고 또 감격했을 것이다. 주권자로서 박근혜씨에게 배신과 치욕을 당한 울분을 너도 똑같이 느꼈구나 하면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했을 것이다. 길거리로 뛰쳐나온 2백만 시민이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박근혜퇴진만을 외치는 촛불시위에 세계가 주목하고 감탄하고 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남녀노소가 촛불을 들고 참가자들의 발언을 듣고 공연을 즐기는 모습은 그 자체가 평화로움이다. 대규모 비폭력 촛불시위가 감동을 주는 까닭이다. 그러면 왜 비폭력인가?..
전인권이 지난19일 밤 광화문에 모인 60만 시민들을 울렸다. “평화 시위”를 염원한 그는 에서 “우리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가 끝내 이기리라”라고 토해냈다. 그의 입에서 느린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는 그의 말투처럼 어눌한듯 담담하나 비장한듯 장엄했다. 곧바로 이어진 과 어우러져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야수가 울부짖는 듯한 그의 은 시민들의 “떼창”으로 퍼져 진한 감동과 여운을 남겼다. ... 그러나 비가 내리면 그 비를 맞으며 눈이 내리며 두 팔을 벌릴거야. 에— 행진— 행진— 행진— 하는 거야. ...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행진— 하느님이 보우하사 하는 거야 우리들은 ... 우리나라 만세 하는 거야. OhmyStar의 김윤..
정태춘은 에서 “우리는 신선한 노동의 오늘 하루 우리들 인생에 소중한 또 하루를 이 강을 건너 다시 지하로 숨어드는 전철에 흔들리며 그저 내맡긴 몸뚱아리로 또 하루를 지우며 가는가... 우리는 이 긴긴 터널 길을 실려가는 희망없는 하나의 짐짝들이여서는 안되지. 우리는 이 평행선 궤도 위를 달려가는 끝끝내 지칠 줄 모르는 열차 그 자체는 결코 아니지 아니지 우리는...”라고 노래했다. 그는 92년 장마를 받아낸 종로에서 무더위처럼 답답하고 끈적거리는 우리의 하루살이를 그렇게 느꼈던 모양이다. ”헬조선”이란 전철에 내맡긴 몸뚱아리 이른바 “헬조선”이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아우성으로 들리는 시절이다. “갑질”로 상징되는 가진 자의 폭력이 난무하는 약육강식 속에서 힘없는 자들이 하루하루를 아등바등 살고 있다...
지난 7월 15일 국무총리 황교안씨가 경북 성주군을 방문하였다. 미국의 미사일요격체계라는 THAAD기지를 그 지역에 배치하게 된 연유를 설명하다가 여섯 시간 동안 군민들에게 곤혹을 당하였다. 일부 성난 군민들은 황씨에게 고함을 지르고, 소금을 뿌리고, 물병과 달걀을 던졌다고 한다. 방송과 신문에서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손나발을 불어댄다. 감히 국무총리에게 패악질을 했다느니, 불법 폭력시위를 했다느니, 공무집행방해와 교통방해를 저질렀다느니, 감금죄를 물어야 한다느니, 불순한 외부세력이 개입했다느니, 종북좌파가 어쩌느니 연일 떠들어 댄다. 왜 미군기지를 성주에 설치해야 하는지는 슬그머니 사라지고, 정승에게 달걀을 던진 불경스런 백성을 어떻게 단죄할 것인가를 앞다투어 따지고 있다. ‘사고’를 치고 외국으로 ..
흔히 사람들은 이문영 선생님을 이상주의자라고 곡해한다. 선생님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행동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선생님께서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을 고집스레 추구해서 쓸데없는 분란을 만들고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는 뜻이다. 또한 운동권 학생들과 그 태도와 주장이 같은, 혹은 그들을 배후조종하는 “운동권 교수”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다. 현실과 거리가 먼 이상을 추구하는 맹목적인 열정이 같다는 뜻일 게다. 이러한 곡해는 선생님의 행정 철학과 사상을 이해하거나 실천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에서 비롯되지만, 직접 원인이 된 것은 쿠데타 정권의 낙인찍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못된 정권은 폭력을 동원하거나 언론사를 사주하여 멀쩡한 (평범한) 사람을 아주 특별한 사람으로 낙인찍곤 한다. 조기숙(2012)은 이런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