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비폭력과 최소주의 (20)
월간 최소주의행정학
나는 이문영 선생님의 마지막 학부 지도학생이다. 1987년 봄 고대 행정학과에 입학했을 때 동기생이 65여명 되었는데, 가나다 순으로 학번을 매겼다. 절반을 나눠서 앞쪽에 있는 동기생들이 정년을 앞둔 선생님께 지도를 받도록 배정되었다. 그 앞쪽 절반의 거의 끝에 내 이름이 있었으니 마지막 지도학생이라 해도 과한 말은 아니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지도교수와 “고대스러운” 사제관계를 맺은 것은 아니다. 많은 동기생들이 지도교수가 누군지도 모르거나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선생님 화갑기념 논문집 출간회에 가서 심부름을 하고, 동기생과 북한산 등산을 마치고 쌍문동 선생님 댁을 불쑥 방문하고, 현민 유진오 선생 빈소사건에 사용된 피켓을 만드는 일을 거들고, 다른 대학의 행정고시반 운영현황을 조..
권위란 무엇인가? 20여년 전 직위가 높은 윗사람의 권위에 도전한 대가代價로 적어낸 반성문의 첫번째 문장이다. 많은 아랫사람들이 보는 데서 윗사람의 체면과 위신을 땅바닥에 패대기친 그 불경을 참회하라는 요구가 있었다. 떳떳한 마음으로 대의를 선택하기로 하고 나는 두번째 문장을 이렇게 적었다. “권위란 그 자리가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반성문을 읽어본 어느 상급자가 혀를 끌끌 찼다. 반성문을 가장한 훈계문에 당혹해하면서도 차마 나무라지 못하는 심경을 그의 낯빛에서 읽었다. 나는 어쩌다가 이런 “불경스런 반성문”을 적었을까? 무관심영역? 수용영역? 이문영은『인간 종교 국가』(2001: 388)에서 “바너드(Chester I. Barnard)는 1938년에 저술한 Fun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