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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최소주의행정학
청와대의 국민청원이 요즘 인기를 끌고 있다.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구호는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의 국민이 지지한 청원에 대하여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가 답한다는 것이다. 이미 청소년보호법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폐지하고, 낙태죄를 폐지하고, 흉악범 조두순을 다시 재판하여 처벌하고, 권역외상센터의 중증외상분야를 지원하고, 술을 마시고 저지른 범죄을 깎아주는 “주취감형”을 없애달라는 요구에 답을 했다. 국민청원의 빛과 그림자 지난 9년 이명박근혜 정권은 국민의 애절한 요구를 외면하고 억압했던 벽창碧昌이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규제를 덜컥 풀어준 것에 항의하며 거리로 뛰쳐나온 시민들을 소위 “명박산성”을 쌓아 물리쳤다. 세월호가 침몰하여 삼백여 명의 젊은 목숨이 수장되었는데도 대통령이 업무시간에 ..
요즘 갑질이 화두다. 이른바 ‘갑질’은 강자와 약자 사이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불공정한 행위를 말한다. 힘이 센 ‘갑’이 힘이 약한 ‘을’을 강제로 몰아붙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짓이다. ‘갑’과 ‘을’ 사이의 특별한 (권력) 관계를 올가미로 삼아 강자가 약자를 꼼짝달싹 못하게 묶어놓고 쥐어짠다. 저항하지 못하는 상대방에게 무차별로 발길질과 주먹질을 해대는 야비한 패악질이다. 일방적인 강자의 횡포이다. 악질의 적나라한 폭력 그 자체다. ‘갑질’과 ‘을’의 반란 그동안 갑질은 사회 구석구석에서 여러가지 양태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특별한 현상인 양 gapjil로 표현되기도 한다. 갑질공화국이라는 말도 생겼다. 하지만 그동안 갑질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공론장에 오르기 어려웠다. ‘..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으면 어색하고 불편하다. 물과 기름처럼 겉과 속이 따로 놀아 좀처럼 서로 어울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가 현실에 맞지 않아 거리감을 느낄 때 흔히 이렇게 말하곤 한다. 어쩌면 박근혜 최순실 사건 이후 우리가 느끼는 어색함과 불편함이 이런 것일는지 모른다. 미국 제도, 일본 관행, 그리고 조선 사람 20년 전 군복무를 하면서 종종 이런 생각을 했다. 몸뚱아리와 정신줄은 조선 사람인데 일본군의 관행으로 미군의 제도를 운영하려다 보니 이런 저런 탈이 나는 것은 아닌지. 장비는 물론 하다 못해 교본까지도 미군의 그늘 아래에 있다. 군대의 발길에 일본어 잔재가 흔하게 부딪혀 온다. 요즘 더 분명하게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을 다루는 방식에도 일본인들의 독특함이 있다. 칼 두 자루를..
상상을 초월한 박근혜와 최순실의 엽기 행각이 사람들을 놀래키고, 분노케 하고, 좌절시키고, 분열시키고 있다. 뜬금없이 “창조”를 말했지만 비선과 비정상으로 꼼꼼하게 챙겨낸 변태 추문이었다. 현재로서는 그 추문의 끝이 어딘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국민 행복 시대를 열겠다고 기염氣焰을 토했지만 단지 그들만의 행복 시대였다. 밑도 끝도 없이 “미래”를 말했지만 박씨의 아버지가 총맞아 죽었던 유신 독재 시절로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렸다. 이성과 상식과 염치를 기대할 수 없는 자들이다.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정부 관료제를 멋대로 부려먹은 자들이다. 장난감처럼 갖고 놀다가 망가뜨린 자들이다. 공직사회를 제멋대로 흔들어 기강을 무너뜨린 자들이다. 어찌하여 관료제와 공직자들이 그리도 속절없이 휘둘렸단 말인가? 권한 침..
엽기요 추잡스런 변태 행각이라고 박근혜 최순실 스캔들을 비난하면서도 나는 영 개운치가 않다. 정말 봉건시대에서도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일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는 문제를 심각하게 보지 않고 간과했는지도 모른다. 어느 행정학자가 대통령이 “비선실세”가 권한 옷을 입고, 회의를 열고, 정책을 만들고, 상벌을 내리는 상황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맞춤법도 “공항장애” 수준이고 말법도 “이그저”인 갑질 아줌마에게 연설문까지 “컨펌”을 받으리라 생각했단 말인가? 참으로 입에 담기조차 “거시기”한 일이다. 정부 관료제가 박근혜 최순실에게 완전히 털린 것이다. 농락籠絡을 당하고 강간을 당하고도 찍소리 못하고 따귀질을 당하고 발길질까지 당한 것이다. 배울 것 다 배우고 알 것 다 아는 엘리트 공무원들이 어찌하여 “이..
미꾸라지가 물을 흐리고 있다. 지난 가을부터 박근혜씨와 최순실씨, 그리고 그 부역자들이 나라를 뒤집어 놓았다. 민간인인 이른바 “비선실세”는 그렇다 쳐도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비서실장, 민정수석, 정무수석, 국가안보실장, 경호실장, 의무실장, 비서관, 행정관, 심지어는 장관과 차관까지 공무원들이 줄줄이 연루되었으니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언감생심焉敢生心 좀도둑이나 깡패집단이 청와대와 정부청사를 접수하고 나서 몇 년 간 마음껏 행세를 하고 난장판을 벌여놓은 셈이다. 곡간에 든 들쥐 무리처럼 말이다. 정말 이게 나라냐며 자조自嘲하는 까닭이다. 공직자의 의무와 윤리는 커녕 선공후사先公後私를 언급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중범죄를 저지르고 국정을 농단壟斷했다기보다는 그저 엽기獵奇다. 날마다 새롭게 드러나는 이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