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전체 글 (115)
월간 최소주의행정학
문재인씨가 지난 17일 대통령 취임 100일을 기념하여 내외신 기자들과 회견을 했다. 설레기도 했고, 낯설기도 했고, 또 흐뭇하기도 했다. 높은 지지율에 걸맞는 그런 회견을 해주기를 바랐다. 차라리 조바심에 가까왔다. 무엇보다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진솔하게 말을 주고 받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했다. 대화에 굶주리고 목말랐던 국민들의 마음이리라. 회견이 끝난 뒤 답답했던 속이 풀린 듯한 시원함과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럼 이명박근혜가 문재인보다 잘했니? 문재인씨의 기자회견을 두고 역시 여야의 평이 갈렸다. 사실보다는 자신들이 가진 이념과 처지를 언급한 수준이다. 지도자가 레드라인을 밝힌 것이 적절하지 않았다느니, 원론 수준에 머물렀다느니, 시간이 부족했다느니 등은 점잖은 편이었다. ‘이명박근혜’를 배출했던..
요즘 갑질이 화두다. 이른바 ‘갑질’은 강자와 약자 사이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불공정한 행위를 말한다. 힘이 센 ‘갑’이 힘이 약한 ‘을’을 강제로 몰아붙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짓이다. ‘갑’과 ‘을’ 사이의 특별한 (권력) 관계를 올가미로 삼아 강자가 약자를 꼼짝달싹 못하게 묶어놓고 쥐어짠다. 저항하지 못하는 상대방에게 무차별로 발길질과 주먹질을 해대는 야비한 패악질이다. 일방적인 강자의 횡포이다. 악질의 적나라한 폭력 그 자체다. ‘갑질’과 ‘을’의 반란 그동안 갑질은 사회 구석구석에서 여러가지 양태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특별한 현상인 양 gapjil로 표현되기도 한다. 갑질공화국이라는 말도 생겼다. 하지만 그동안 갑질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공론장에 오르기 어려웠다. ‘..
문재인 정부는 공직 배제 5대 원칙을 내세웠다. 대통령 후보로 나설 때부터 병역회피, 부동산투기, 탈세, 위장전입, 논문표절에 연루된 사람을 고위 공직에 임명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낙연, 강경화, 김상조, 김상곤 등이 위장전입이나 논문표절로 곤욕을 치렀다. 고위공직 배제 5대 원칙이 “자승자박”이 되어 새 정부를 옥죄고 있다(문현구 2017). 수구 기득권 세력은 공직배제 5대 원칙을 스스로 어겼다며 문재인 정부를 공격했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거나 참여정부 시절의 ‘코드인사’라며 비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인사참사 정부인가? 과연 문재인 정부가 치솟은 지지율만 믿고 엉터리 공직후보자를 남발했을까?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이후 국무총리와 장관..
지난 5월 5일 김어준의 파파이스(144회)에 출연한 유시민씨가 새 정부가 들어서면 무엇을 할 생각인지 밝혔다. 최근까지 국무총리로 청원되거나 “강제 소환”되는 압박을 받아온 그였다. 그런데 그의 답변은, “저는 공무원이 될 생각이 없어요. … 헛물켜지 마세요. … 저가 진보어용지식인이 되려고요. 진보어용지식인요.” 이 말을 듣고 나는 가슴이 먹먹했다. 노무현씨가 서거했을 때 세상이 무너진 듯이 절규하고 원망어린 눈빛을 화살처럼 쏘아내던 그였다. 그런 그가 진보어용지식인이 되겠다고 태연히 그리고 담담히 말했다. 깊은 곳에 박힌 가시를 품고 사는 자의 아픔이 묻어나온다. 아야 소리조차 뼈를 저미는 고통으로 다가오는 그런…. “저가 진보어용지식인이 되려고요” 유시민은 말한다. 정권이 바뀌었다지만 사실 대통령..
전우용 교수가 지난 해 10월 26일 그의 트위터 방(histopian)에서 “노무현은 대통령의 권위[주의]를 없앴고, 이명박은 대통령의 도덕성을 없앴으며, 박근혜는 드디어 대통령의 자격기준을 없앴습니다”라고 적었댄다. 참으로 재치있는 독설이다. 한마디로 시체나 금치산자가 아니라면 이젠 누구라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소리 아닌가? 촛불민심은 어디로 갔는가? 이른바 “촛불대선” 혹은 “장미대선”이 끝을 향하고 있다. 박근혜씨가 탄핵을 당하여 파면된 후 60일 만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깜깜이 선거”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후보와 그들의 공약을 꼼꼼하게 검증하기에 너무 짧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60일이 아니라 60년을 줘도 크게 달라질 것같지 않다. 관련 법과 관행은 ..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으면 어색하고 불편하다. 물과 기름처럼 겉과 속이 따로 놀아 좀처럼 서로 어울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가 현실에 맞지 않아 거리감을 느낄 때 흔히 이렇게 말하곤 한다. 어쩌면 박근혜 최순실 사건 이후 우리가 느끼는 어색함과 불편함이 이런 것일는지 모른다. 미국 제도, 일본 관행, 그리고 조선 사람 20년 전 군복무를 하면서 종종 이런 생각을 했다. 몸뚱아리와 정신줄은 조선 사람인데 일본군의 관행으로 미군의 제도를 운영하려다 보니 이런 저런 탈이 나는 것은 아닌지. 장비는 물론 하다 못해 교본까지도 미군의 그늘 아래에 있다. 군대의 발길에 일본어 잔재가 흔하게 부딪혀 온다. 요즘 더 분명하게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을 다루는 방식에도 일본인들의 독특함이 있다. 칼 두 자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