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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최소주의행정학
지난 23일 노회찬이 스스로 몸을 던졌다. 인터넷 게시물의 조회수를 조작한 “드루킹” 김동원 일당이 건넨 돈이 화근이 되었다. 그는 사건이 불거진 후 줄곧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유서에서 4천만 원을 대가없이 받았다고 인정했다. 예기치 못한 비보에 많은 시민들이 지역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빈소를 찾았다. 여야는 물론이려니와 수구냉전 세력까지도 이심전심으로 그의 죽음을 애도하였다. 폭염에도 조문객이 7만 명에 이르렀다니... 하물며 진보가 빨갱이로 낙인찍힌 나라에서. 유시민씨의 말대로 노회찬은 참 좋은 사람이었다. 다정하고 정의롭고 품격있는 논객이었다.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고 손을 잡아준 운동가였다. 척박한 토양에서 진보정치를 대중화시킨 정치가였다. 우리는 그런 사..
지난 6월 20일부터 약 사흘 간 일본 미애三重현 이세伊勢시에 위치한 신궁을 구경했다. 일본을 지켜준다는 천조대어신天照大御神(Amaterasu-Omikami)을 모신 곳으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신도神道의 성지다. 기원 전에 바쳐졌다는 이곳은 내궁인 황대신궁皇大神宮(kotaijingu)과 외궁인 풍수대신궁農受大神宮(Toyokedaijingu)으로 나뉘어져 있다. 매년 수많은 일본인들이 찾고 있다. 길잡이가 신도에 대해 설명해 준다. 일본인들은 모든 동식물과 산과 강에 신이 있다고 믿는다. 그 수만 해도 수백 만에 이른다고 한다. 애니미즘(animism)이다. 심지어는 왕이 죽어도 신이 되는데, 왕실에 관련된 신을 모시는 신사神社를 신궁이라 부른다. 신궁은 20년마다 기존의 건물 옆에 새 건물을 지어 ..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촛불혁명 이후 지난 1년간 국정농단에 연루된 자들이 줄줄이 재판정에 섰다. 주역인 최순실 박근혜씨가 감옥에 끌려갔고, 다스 실소유주 논란의 당사자인 이명박씨도 뇌물수수, 조세포탈, 국고손실 등의 혐의로 구치소에 갖혔다. 두 전직 대통령이 각각 수인번호 503과 716을 달고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내우외환에서 출발한 문재인 정부는 완강한 저항과 냉소에도 불구하고 적폐청산과 한반도의 비핵화를 묵묵히 추진하였다.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은 비명에 가까운 환호를 이끌어냈고, 끈질기게 문재인씨가 중재한 북미정상회담은 우연히도 선거 전날 열리게 되었다. 문재인씨의 지지율이 7할을 상회하고 여당인 민주당의 지지율이 5할을 넘고 있다. 잃어버린 ..
서울시가 2014년 제정된 에 따라 국어바르게쓰기위원회를 꾸려 행정용어 145개를 쉬운 우리말로 고쳤는데, 그 중에는 최근 고시된 성별, 장애 등 차별에 관련된 용어 13개가 포함되었다고 한다(연합뉴스, 2018.4.16). 예컨대, “정상인”은 “비장애인”으로, “조선족”은 “중국동포”로 쓰라고 권고했다. 아직도 많은 법률과 행정 용어와 표현이 한글의 말법과 글법과 거리가 있다. 우리의 일상에서 일본말 찌끄러기가 널부러져 있고 쓸데없이 영어 단어를 섞어쓰고 있는 현실에서 그 취지와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억지로 균형을 맞추려거나 일상의 말습관에 맞지 않는 것도 있기 때문에 마음이 마냥 편한 것은 아니다. 학부형? 처녀작? 레이싱걸? 예컨대, “학부형學父兄”은 학생의 아버지와 형이어서 여성이 빠져..
최근 여당의 유력한 공직 후보 몇몇이 성추행 의혹을 받고 공직에서 물러나거나 6월 지방선거 출마를 포기하였다.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출장을 가고 정치후원금을 기부한 일 때문에 김기식씨가 얼마 전 금융감독원장을 그만두었다. 댓글을 조작했다는 “드루킹 사건”으로 경남지사 후보로 나섰던 김경수씨가 곤경에 처했다. 물론 공직자든 아니든 법을 위반했다면 누구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조사를 받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일을 지켜보는 마음이 편치 않다. 야당은 물만난 물고기마냥 지난 대통령선거까지 들먹이며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명박근혜 시절 국가정보원, 사이버사령부, 기무사령부, 경찰까지 나서서 여론을 조작한 일과 마찬가지라며 총력을 다해 들쑤시고 다니고 있다. 역사적인 남북정..
지난 1월 29일 현직 검사가 JTBC 에 출연하여 수년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성추행당한 사실을 고발했다. 3월 5일에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정무비서 역시 에서 안지사의 성폭행을 폭로했다. 이른바 미투(#MeToo) 운동이다. 유명한 연극연출가, 시인, 배우, 가수, 정치인 등이 가해자로 지목되었고, 일부는 자리를 내놓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데뷰 25년 만에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던 김생민씨가 10년 전 회식 중 제작진 두 명을 성추행한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본인이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를 찾아 사과를 했지만 김씨는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출연중인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 해야 했고, 광고도 내려져 피해보상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과연 김씨의 성추행은 그가 이룬 모든 것을 허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