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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최소주의행정학
지난 5월 5일 김어준의 파파이스(144회)에 출연한 유시민씨가 새 정부가 들어서면 무엇을 할 생각인지 밝혔다. 최근까지 국무총리로 청원되거나 “강제 소환”되는 압박을 받아온 그였다. 그런데 그의 답변은, “저는 공무원이 될 생각이 없어요. … 헛물켜지 마세요. … 저가 진보어용지식인이 되려고요. 진보어용지식인요.” 이 말을 듣고 나는 가슴이 먹먹했다. 노무현씨가 서거했을 때 세상이 무너진 듯이 절규하고 원망어린 눈빛을 화살처럼 쏘아내던 그였다. 그런 그가 진보어용지식인이 되겠다고 태연히 그리고 담담히 말했다. 깊은 곳에 박힌 가시를 품고 사는 자의 아픔이 묻어나온다. 아야 소리조차 뼈를 저미는 고통으로 다가오는 그런…. “저가 진보어용지식인이 되려고요” 유시민은 말한다. 정권이 바뀌었다지만 사실 대통령..
전우용 교수가 지난 해 10월 26일 그의 트위터 방(histopian)에서 “노무현은 대통령의 권위[주의]를 없앴고, 이명박은 대통령의 도덕성을 없앴으며, 박근혜는 드디어 대통령의 자격기준을 없앴습니다”라고 적었댄다. 참으로 재치있는 독설이다. 한마디로 시체나 금치산자가 아니라면 이젠 누구라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소리 아닌가? 촛불민심은 어디로 갔는가? 이른바 “촛불대선” 혹은 “장미대선”이 끝을 향하고 있다. 박근혜씨가 탄핵을 당하여 파면된 후 60일 만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깜깜이 선거”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후보와 그들의 공약을 꼼꼼하게 검증하기에 너무 짧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60일이 아니라 60년을 줘도 크게 달라질 것같지 않다. 관련 법과 관행은 ..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으면 어색하고 불편하다. 물과 기름처럼 겉과 속이 따로 놀아 좀처럼 서로 어울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가 현실에 맞지 않아 거리감을 느낄 때 흔히 이렇게 말하곤 한다. 어쩌면 박근혜 최순실 사건 이후 우리가 느끼는 어색함과 불편함이 이런 것일는지 모른다. 미국 제도, 일본 관행, 그리고 조선 사람 20년 전 군복무를 하면서 종종 이런 생각을 했다. 몸뚱아리와 정신줄은 조선 사람인데 일본군의 관행으로 미군의 제도를 운영하려다 보니 이런 저런 탈이 나는 것은 아닌지. 장비는 물론 하다 못해 교본까지도 미군의 그늘 아래에 있다. 군대의 발길에 일본어 잔재가 흔하게 부딪혀 온다. 요즘 더 분명하게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을 다루는 방식에도 일본인들의 독특함이 있다. 칼 두 자루를..
김동환(2016)은 이명박 정권 말기부터 나라를 휩쓸고 있는 “빅데이터” 광풍을 유행이라고 표현했다. 1980년대를 풍미했던 “데이터” 라는 유행이 1990년대의 “정보,” 2000년대의 “콘텐츠”와 “사이버 공간,” 2010년대의 “스마트”를 거쳐서, 30년 만에 다시 “빅”이라는 접두사를 달고 돌아왔다는 것이다(41-42쪽). 빅데이터는 아무리 커도 데이터일 뿐인데 호사가들이 “그럴듯한 신화”로 둔갑시켜 사람들을 미혹迷惑시키고 있다고 했다(155-158쪽). 빅데이터라는 유행의 구조 이러한 “지적 유행”은 그 바닥에 여유자원이 넉넉하고, 그 떡고물을 얻어먹을 수 있는 판(기회)이 벌어져야 하고, 진리를 모르거나 회피하는 열악한 지식 풍토가 있어야 가능하다(113-114쪽). 도박으로 치면 뭉치돈을 대..
상상을 초월한 박근혜와 최순실의 엽기 행각이 사람들을 놀래키고, 분노케 하고, 좌절시키고, 분열시키고 있다. 뜬금없이 “창조”를 말했지만 비선과 비정상으로 꼼꼼하게 챙겨낸 변태 추문이었다. 현재로서는 그 추문의 끝이 어딘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국민 행복 시대를 열겠다고 기염氣焰을 토했지만 단지 그들만의 행복 시대였다. 밑도 끝도 없이 “미래”를 말했지만 박씨의 아버지가 총맞아 죽었던 유신 독재 시절로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렸다. 이성과 상식과 염치를 기대할 수 없는 자들이다.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정부 관료제를 멋대로 부려먹은 자들이다. 장난감처럼 갖고 놀다가 망가뜨린 자들이다. 공직사회를 제멋대로 흔들어 기강을 무너뜨린 자들이다. 어찌하여 관료제와 공직자들이 그리도 속절없이 휘둘렸단 말인가? 권한 침..
엽기요 추잡스런 변태 행각이라고 박근혜 최순실 스캔들을 비난하면서도 나는 영 개운치가 않다. 정말 봉건시대에서도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일이었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는 문제를 심각하게 보지 않고 간과했는지도 모른다. 어느 행정학자가 대통령이 “비선실세”가 권한 옷을 입고, 회의를 열고, 정책을 만들고, 상벌을 내리는 상황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맞춤법도 “공항장애” 수준이고 말법도 “이그저”인 갑질 아줌마에게 연설문까지 “컨펌”을 받으리라 생각했단 말인가? 참으로 입에 담기조차 “거시기”한 일이다. 정부 관료제가 박근혜 최순실에게 완전히 털린 것이다. 농락籠絡을 당하고 강간을 당하고도 찍소리 못하고 따귀질을 당하고 발길질까지 당한 것이다. 배울 것 다 배우고 알 것 다 아는 엘리트 공무원들이 어찌하여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