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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최소주의행정학
정부관료제가 쓸데없는 규정이나 절차를 들먹이며 시민들을 골탕먹이곤 한다. 오랜 관행이라거나 전통이라는 이유로 고집을 피운다. 타성에 젖어 중복되고 지나친 규제에 막무가내로 집착한다. 상식과 합리성과는 거리가 먼 이른바 빨간띠(Red Tape)질이다. 관료가 다 해먹는 관료독재의 완장질이다. 못된 버르장머리다. 어떤 제도가 정착되면 사람의 자의성이 아니라 약속된 규칙과 절차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효율성과 예측성이 높아지고 부패 가능성이 낮아진다. 하지만 그 제도가 변화하는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 관료제 곳곳에 때가 타고 기름이 낀다. 흐름은 느려지고 재량은 짓눌려 숨이 막힌다. 조직이 뻣뻣해지고 돌처럼 굳어진다. 이른바 석회화石灰化(calcification) 현상이다. 인간이 제도를 ..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석열씨가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아니라고 말했다. 정무직 장관이 검찰의 상관이라면 검찰의 정치중립과 사법의 독립이 훼손된다고 했다. 추장관이 윤총장을 특정사건에서 배제시킨 것은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한 것으로 검찰청법을 위반한 행위란다. 추장관의 지휘는 부당하고 비상식인 것이 확실하댄다. 뜬금없이 법무부와 검찰청은 법에 의해서만 관계되어 있댄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그래서 어쩌자는 것인가.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한테 할 수 있는 가장 점잖은 표현이 “중상모략”이면, 추장관은 윤총장의 부하인가? 대통령은 맞먹을만 한가? 대체 검찰총장이 무엇이란 말인가? 윤석열씨는 추미애씨의 부하다 부하部下 혹은 하관下官(subordinate)은 관료제의 직책상 자신보다 낮은 자리에 ..
네 자로 된 고사성어가 정치인의 입에 오르는 일은 흔하다. 양반의 품격과 학식은 사자성어로 완성된다고 믿는 것일까? 일부러 투박한 영국식 발음과 라틴어를 고집하는 미국인의 현학이랄까. 물론 꼭 맞는 비유여서 나도 모르게 무릎을 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열이면 아홉 이상은 돈주고 족보를 산 양반네들의 싸구려 에헴이다. 고개가 갸우뚱 하다가 손발이 오그라들고 닭살이 돋는다. 조미료가 듬뿍 든 음식을 털어넣은 듯 속이 거북하다. 도포 차림으로 공자왈 맹자왈만 하면 무얼 하는가. 사실도 아닌 일을 어설픈 비유로 힐난해놓고 스스로 대견해하는 모습이라니. 귀여운 구석조차 없는 몹쓸 "아재개그"다. 적개심이 지나쳐 정신줄을 놓은 꼰대들의 작태다. 언어에 대한 테러다. "추안무치"와 "주안무치" 지난 2일 야당의 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곤욕을 겪고 있다. 카투사로 복무하던 아들 서씨가 휴가 중에 무릎수술을 한 일을 두고 수구세력들이 일제히 “황제휴가”라며 매일 동네방네를 들쑤시고 있다. 서씨와 당직 사병이 통화를 했는지, 관련 서류가 왜 빠졌는지, 추장관이 국방부 민원실에 청탁을 했는지를 따지고 있다. 문제가 없다는 여당과 특혜라는 야당의 난타전에 신문사와 방송사들이 미소를 머금고 공방을 부채질을 하고 있다. 작년 조국 사태와 같은 양상이다. 의혹이 의혹을 낳고 폭로가 폭로로 이어지는 사이 사실과 진실은 설 곳이 없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떨어지자 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추장관과 문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섰다. 어리석은 분탕질에 혀를 차다 나는 그저 혀를 찰 뿐이다. 수구세력의 의혹에 손을 들어줘서가 아니다. 서씨..
주택시장이 시끄럽다. 정부가 수차례 대책을 발표해왔지만 아파트 가격이 치솟고 전세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 아우성이다. 수구세력은 정부가 시장에 맞서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누더기처럼 덕지덕지 발라놓은 각종 정부 규제를 철폐하고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댄다. 내 돈으로 집을 사고 파는데 왜 정부가 시비를 거냐는 얘기다. 수구세력은 주택 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했으니 국토부 장관을 갈아치우라며 악다구니를 쓰고 있다. 주택시장은 왜 실패하는가? 왜 정부가 주택시장에 개입하는가? 경제학의 논리로 치면 시장실패다. 주택시장에서 공정한 주고 받기가 잘 안된다. 완전한 경쟁이 어려운 상황에서 가격은 “보이지 않는 손”으로서 제구실을 하지 못한다. 구체적으로 주택은 (1) 대부분 개인이 아닌 독과점 기업..
수년 전 우연한 기회에 일본 소니 회장을 역임한 분의 강연을 듣게 되었다. 과거 1990년대까지만 해도 천하를 호령했던 “소니왕조”가 어떻게 몰락해 왔는지를 경영자 시각에서 회고했다. 문득 난생 처음으로 소니 워크맨(Walkman)을 사서 산으로 들로 다녔던 90년대 중반을 떠올렸다. 오토리버스 기능에 흡족해 하면서 이승환의 을 테이프가 닳도록 들었던 군대시절이다. 소니의 몰락은 앞선 일본 민주주의 때문? 연사는 소니가 시장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덩치가 커서 쉽게 움직이기 어려웠다고 했다. 지금까지 해오던 것을 바꾸기 싫어하는 일본인들의 정서도 지적했다. 국제화를 위해 해외지사로 발령을 내면 직원들은 좋아하기는 커녕 좌천된 사람처럼 사표를 냈다고 했다. 그런데 강연이 끝날 무렵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