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밤안개가 자욱한 절벽 위에 비를 맞고 서있는 느낌이다. 칠흑같은 어둠이 깔려있다. 당장 비라도 피해야 할 텐데 조금이라도 발을 헛딛는다면 천길 아래도 떨어질 판이다. 밤이슬같은 식은 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린다. 말 그대로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매일매일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내란 수괴는 파면되었지만 감옥에서 빠져나와 제멋대로 돌아다닌다. 추종자들은 좀비처럼 몰려다니며 패악질을 저지른다. 이제와서 잇속이 어그러지니 자기들끼리 물고 뜯고 악다구니를 쓰고 있다.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사주와 점괘로 이어온 “김여사” 정권의 “신빨”은 계속되는가.
파렴치한 법기술자들과 관기술자들
한덕수가 기어코 법안 거부권을 행사하고 대선출마를 감행할 태세다. 친위반란 정권에서 호의호식한 총리가 죄를 청하고 자숙하기는 커녕 이 무슨 망발인가. 선거를 관리하는 자가 갑자기 선수로 뛰겠다니... 위헌이라는데도 대통령 몫인 헌법재판관 후보는 콩궈먹듯이 지명하더니 내란을 조사할 상설특검 후보는 넉 달 넘게 뭉개고 있다. 다음 정권으로 미루라는 무역협상도 미국 입맛대로 퍼주고 자화자찬할 기세다. 헌법이든 뭐든 하라는 것은 안하고 하지 말라는 것은 기필코 하는 청개구리다. 나라가 망하든 말든 나부터 살고 보자는 심보다. 파렴치한의 마지막 발악이다.
한덕수든 최상목이든 구렁이 담넘어가듯 공공기관에 알박기를 하고 있다. 국방부도 법부부도 슬그머니 대못을 박아놓고 모른 체한다. 자료제출도 답변도 술에 물탄 듯 물에 술탄 듯하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경계가 없다. 분명하게 가부를 밝히지 않는다. 황당한 핑계나 장황한 사설을 동문서답으로 늘어놓는다. 자신의 업무도 숙지하지 못해 횡설수설하는 자, 아예 모른다며 배째라는 자, 기분나쁘다고 국회의원에게 대드는 자... 5.18에 북한군이 내려왔는지 자신은 (직접 보지 못했으니) 모른다고 버티는 박선영... 정녕 이런 자들이 백성을 대신하여 공무를 수행하는 머슴인가.
내란수괴 체포를 방해한 김성훈 경호차장을 체포하지 못하도록 손을 쓴 검찰, 딸 인질극을 벌여 조국을 감옥에 쳐넣었지만 총장 딸에게는 한없이 착한 검사들, 위기를 직감했는지 문재인을 기소하고 명태균을 곱게 모시는 검찰. 윤석열과 김명신을 압수수색하지만 여전히 딴 곳(건진·명태균)을 쳐다보는 검사들, 내란수괴를 풀어주는 데 공조한 지귀연과 심우정, 국민과 무관한 일인 것처럼 친위반란 재판을 공개하지 않는 판사와 검사... 호떡집에 불난 듯 서둘던 대법원은 이재명 상고심을 내달 1일 선고하겠댄다. 결과가 어찌 되든 간에 전례없는 속도다. 나경원의 “빠루사건”은 왜 6년째 뭉개고 있는가. 그러면서도 짧은 선거기간은 물론이고 선거일에도 굳이 이재명 재판만은 강행하겠다는 판사들의 비장함이여. 대체 그가 무엇이길래 이리 호들갑인가. 만인을 위한 법이 아니라 그들만의 “밥”이고 선량들의 양심이 아니라 악당들의 “앙심”이다. 내란세력들은 이성과 상식을 잃은지 오래다. 모두 법과 도덕에서 자유롭다는 자기최면을 걸고 설치는 파렴치한들이다. 좀비처럼 날뛰고 있는 수구기득권 패거리들이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다. 친일종미세력의 숙원宿願이 목전에 있다.
비루하고 무책임한 군기술자들의 궁상
인사권자가 멀쩡하지 않은 탓이다. 관료제을 알고 인재를 알아보는 민주주의자를 뽑지 못한 후과後果다. 무당질과 협잡질로 대중을 속인 무식한 건달에게 삽과 낫을 쥐어준 죄다. 人事가 萬事라 했는데, 亡事가 되었으니 사달이 날 수밖에 없다. 절대 안될 자들만 골라서 완장을 채워주었다. 유능하고 책임지는 자를 내몰고 무능하고 하자있고 말잘듣는 꼭두각시를 자리에 앉힌 것이다. 장차관 그 누구도 위헌이 명백한 비상계엄을 거부하거나 막지 않았다. 협조하거나 방조하다가 이제는 말을 바꾸고 흔적을 지우고 있다. 매사에 무성의하고 무책임하다. 거수경례도 제대로 못하고 “부대쉬어” 한마디를 감당할 수 없는 통수권자 수준 그대로다.
B급도 안되는 자들이 신선놀음하다 민생을 파탄낸 것처럼 웬만해서는 실패하기 어렵다는 친위반란도 말아먹었다. 김용현·신원식(국방장관, 안보실장), 김명수(합참의장), 이진우(육군참모총장, 계엄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문상호(정보사령관), 정진팔(합참차장), 박종준·김성훈(경호처), 조지호(경찰청장), 김봉식(서울경찰청장), 그리고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맞든 틀리든 명령에 맹종해야 한다는 자들. 불법계엄인줄을 알고도 저항할 배짱도 없는 장성들. 부하들을 속여 사지에 몰아놓고도 책임지기는 커녕 떠넘기기에 바쁜 상관들. 계급장을 달고도 거짓과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는 177개 똥별들. 이등병만도 못한 존재들. 김용현은 계엄당일 “이 시간 이후의 모든 군사활동은 장관이 책임진다. 공이 있다면 여러분의 몫이고...”라고 말했지만, 비열한 식언食言이었다.
반면 곽종근 특전사령관과 이상현 1공수특전여단장은 윤석열이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조성현 대령(수방사 1경비단장)은 부당한 명령으로 판단하고 부하들을 국회에 진입시키지 않았고, 김문상 대령(수방사 작전처장)은 특전사의 헬기진입을 지연시켰다. 그 밖에 안효영 대령(1공수특전여단 작전참모), 권영환 대령(합참 계엄과장), 나승민 대령(방첩사령부 신원보안실장), 김영권 대령(특전사 방첩부대장), 윤비나 대령(방첩사 법무실장), 구민회 중령 (방첩사 수사조정과장), 김형기 중령(특전사 1특전대대장) 등은 사실을 담담하게 밝혔다. 지휘관으로서 장교로서 상황과 임무를 냉철하게 판단하여 부하를 지켰고 국민을 지켜냈다. 단순한 총칼잡이가 아니라 조직을 알고 인간을 아는 무관의 전형이다. 무책임한 조태용(안보실장·국정원장)과는 달리 당당하게 진실을 말하고 조직을 구해낸 홍장원(국정원 1차장)의 모습이다.
김여사 정권의 친위반란은 누가 이 나라를 좀먹는 주적인지, 누가 나라를 지켜냈는지 똑똑히 보여주었다. “공직자는 인간을 아는 사람이어야지 한낱 기술자여서는 안된다”(2008: 452). 그런 사람들이 法기술자, 官기술자, 軍기술자의 난동을 제압한 것이다.

인용: 박헌명. 2025. 파렴치한 法기술자, 官기술자, 軍기술자. <최소주의행정학> 10(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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