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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ing-to-Hide와 윤석열의 요설

2022. 2. 14. 12:51 | Posted by 못골

대선에 출마한 윤석열씨가 지난 9일 보도된 수구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전 정권의 적폐청산수사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동안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서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냐면서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문대통령은 현 정부를 근거없이 적폐로 몬 것에 대해 강한 분노를 표시하고 윤씨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아무리 선거라지만 서로 지켜야 할 선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씨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문제될 것이 없다면 불쾌할 일이 없지 않겠나”라고 대꾸했다. “현 정부에서 수사한 건 헌법·원칙에 따라 한 거고, 다음 정부가 자기들 비리·불법에 대해 수사하면 보복인가”라고 반문했다.

잘못한 것이 없다면 순순히 조사받으라고?

민주당은 정치보복을 선언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혹자는 계산된 선거전략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나는 탄식했다. 문정권을 수사하겠다는 대목에서가 아니다. 문제될 것이 없으면 수사를 한다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대목에서다. 도둑이 제발저린다거나 발끈하는 것을 보니 켕기는 것이라도 있냐는 비아냥이다. 이른바 Nothing-to-hide의 음흉함이다. 잘못한 것이 없다면 감출 까닭이 없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는 엉터리 논리다. 반대로 말하면 무엇을 감추고 두려워하면 잘못한 것이 있기 때문이라는 소리다. 그러니 묻는 대로 순순히 다 불라는 얘기다. 경찰, 검찰, 안기부 같은 권력기관이 애용하는 궤변이다. 잘못을 했든 안했든 하고 싶지 않는 말을 하지 않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드러난 혐의도 없는 현직 대통령에게 적폐수사를 운운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짐이 곧 국가이자 헌법이자 정의라는 정신줄이 아니고서야...

기억컨대, 수년 전 법무부장관이던 황교안씨가 국회에 나와서 야당 국회의원을 사찰했다는 비난과 추궁에 대해 같은 말을 했다. 궤변인 줄을 모르고 그리 답하는 것인지 알면서도 법기술자의 허세를 부리는 것인지... 아직도 일제시대 순사질과 검사질을 하고 있는가? 아무나 불러다가 몸을 더듬고 반항하면 일단 줘패고 보는 재미가 솔솔한가? 국회의원이나 장관을 불러다 조사권과 기소권으로 찍어누르는 손맛이 짜릿한가? “생사여탈권”을 제멋대로 흔드는 쾌감이랄까? 어쩌다 죄가 드러나면 감옥에 쳐넣고, 안나오면 없는 먼지라도 탈탈 털어서 면피하면 그만 아닌가. 잘못이 없으면 적폐수사를 해도 불괘할 일이 없다니... 명색이 법무장관씩이나 된 자가, 또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온 전직 검찰총장이란 자가 어찌 그따위 망발을 입에 담는단 말인가? 도대체 어느 법에 나와 있단 말인가? 어느 열혈 검사가 다짜고짜 윤씨를 반란죄로 체포한다 해도 고분고분 쇠오라(수갑)를 받을 것인가? 잘못한 것이 없으니 떳떳한 마음으로 고문을 달갑게 받을 것인가?

시스템이라고? 경우없는 사람이 문제다

일이 커지자 윤석열씨는 누가 누구를 보복하냐며 자신의 사전에 정치보복은 없다며 살짝 발을 뺐다. 대통령이 수사에 개입하지 않고 시스템에 따라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 수사는 사법부의 견제와 통제를 받으면서 법절차에 따라 진행된다고 했다. 법전에 정치보복을 하라거나 인권을 유린하라거나 법조인은 서로 봐주라고 적혀있을 리가 없다. 독재자 박정희와 전두환도 정치보복을 한다고 설치고 다니지 않았다. 폭력을 포장한 법치와 정의를 내세워 정적을 짓밟았다. 그러니 대통령 후보가 현 정권의 적폐가 있다고 단정하고, 당연히 수사를 해야 한다고 공언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현 정권에서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4년을 호의호식해놓고, 이제와서 정권이 검찰을 앞세워 범죄를 저질렀다니... 결국 검찰총장 시절 본인이 행동대장이 되어 적폐를 쌓았단 말인가? 자신이 기여한 적폐를 자신이 수사하겠다는 것 아닌가? 아님 정권이 수많은 범죄를 사주하고 적폐를 쌓는 것을 보고도 못본 척 했다는 것인가? 동업자여서? 무서워서? 아니면 능력이 없어서였나? 그럼 본인의 깡패질이나 직무유기부터 참회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동안 할짓 못할 짓 다 해놓고 나서 이게 무슨 경우境遇란 말인가.

윤씨가 말한 현재의 사법시스템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검경수사권을 조정했지만 아직도 검찰은 수사권을 쥐고 있다. 김학의씨와 같이 불법을 저지른 검사들을 끝까지 감싸준 검찰이다. 사법농단을 저지른 판사들에게 하염없는 인자함으로 무죄를 선고해 준 사법부다. 한번 법조인이면 영원한 특권층이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총칼을 들이대는 독재자에게 굴종하고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집권자는 물어뜯는 제도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다는 정치중립의 본 모습이다. 검찰총장이 대놓고 사람을 때려잡는다고 말하는 호시절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시스템이다.

제도가 좀 미진하다 해도 운영을 하는 사람이 멀쩡하면 된다. 윤씨는 문정권을 부패하고 무능하고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민을 약탈하는 독재라고 했다. 하지만 문정권에서 한국은 5년 만에 완전한 민주주의(23위)를 회복했고, 60년 만에 선진국으로 분류되었다. 언론자유지수는 70위(2016)에서 41위(2019)로 아시아 1위다. 경제는 망했고 K-방역은 실패했다며 윤씨는 비난했지만, 한국의 수출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고, 경제성장은 선두권을 달리고 있고, 문화산업은 꽃피우고 있고, K-방역은 해외에서 호평받고 있다.

청문회에서 공수처와 검경수사권 조정에 동의했던 윤씨는 이제 공수처를 폐지하겠다고 한다. 검찰왕조를 복원하려는 것인가? 또 한동훈씨가 독립운동하듯 했댄다. 그럼 문대통령은 조선총독부 총독이었나? 현 정부의 적폐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윤씨는 “자연스럽게 전 정부 일이 1, 2, 3년 지나며 적발”될 것이라고 답했다. 어차피 적폐는 있는 것이니 조사하면 다 나온다. 조국 장관처럼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를 인질삼아 압박하면 없는 증거도 나온다. 좀 세게 추궁하면 피의자가 초조해져서 자살한다. 뭐 이런 얘기 아닌가? 불신받는 사법시스템에서 이런 정신줄을 가진 낭만 자객이 못할 일이 과연 무엇인가? 이취임식이 끝나자마자 "범죄 수괴" 문재인을 기소하고 “확정적 중범죄자” 이재명을 때려잡을 기세다. 이미 사주팔자로 판결까지 마친 듯한 윤씨의 “관심법”이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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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박헌명. 2022. Nothing-to-Hide와 윤석열의 요설. <최소주의행정학> 7(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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