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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최소주의행정학

부동산으로 흥한 선거 부동산으로 망하나 본문

반민주주의 증상

부동산으로 흥한 선거 부동산으로 망하나

못골 2021. 4. 1. 09:45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사생결단이다. 문재인 정부를 전체주의 독재로 낙인찍은 수구기득권 세력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가 드디어 LH공사 비리를 계기로 파상공세를 시작했다. 예민한 부동산 문제를 물고 늘어지면서 선거판을 휩쓸고 있다. 한 쪽에서는 보유세가 별것 아니라며 “영끌”이니 “패닉바잉”을 부추기면서 다른 쪽에서는 세금폭탄이라며 사회주의를 운운하는 자들이다. 어쩌면 이번 선거는 부동산에서 시작해서 부동산으로 끝날 것같다. 부동산으로 흥한 선거 부동산으로 망하는가.

공직 후보의 무책임한 말잔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오세훈씨는 부인이 소유했던 도곡동 토지에 대해 위치도 존재도 몰랐다고 했다. 수억대 토지보상을 받았으면서도 손해를 봤댄다. 이명박 정권에서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고 보금자리주택지구를 지정한 것은 주택국장 전결사항이라 자신은 알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전결 얘기를 듣자마자 실소가 나왔다. 행정절차상 전결사항이라 해도 시장이 몰랐다고 말하다니... 23만평이나 되는 택지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뒤얽힌 사안이 아닌가. 부서의 주요한 일은 사후에라도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설명하는 것은 상식이다. 국장이 시장의 권위를 빌어 일을 하지만 그 책임은 시장의 몫이다. 전결을 했든 안했든 시장이 꼼꼼하게 살펴야 하고 필요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전결사항을 정말 몰랐다면 한마디로 무능하고 무책임한 상급자다. 어찌 그리 천연덕스럽게 몰랐다고 말할 수 있는지... 다 주택국장의 책임이니 나에게 묻지 말라는 소리인가?

땅의 위치도 존재도 몰랐다는 말은 거짓임이 분명하다. 오씨는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에 당선된 뒤 도곡동 110번지와 106번지를 배우자의 재산으로 신고했다. 2005년 택지개발용역이 시작되기 직전 오씨가 백바지에 선글라스를 쓰고 와서 처가 식구들과 토지측량을 입회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토지를 측량한 팀장과 직접 말뚝을 박았다는 경작인이다. 그럼에도 오씨는 토지측량 보고서에 장인이 서명했으니 자신이 현장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했다. 또 “기억 앞에서는 겸손해야 한다”며 어물쩍 뭉개고 있다. 누군가 자신이 압력을 가했다고 나서면 바로 후보를 사퇴한댄다. 땅으로 이익을 봤다면 정계를 은퇴한댄다. 자신의 양심문제에 웬 조건을 거는가. 자기관리와 자기책임에 게으른 사람이다.

부산시장 후보로 나선 박형준씨도 이명박 정권에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한 사람들을 사찰한 국정원의 문서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문서에 청와대 홍보기획관의 요청사항이라고 적혀있고, 14건은 배포선에 민정수석을 포함하고 있었다. 당시 홍보기획관이었고 민정수석이었던 박씨는 불법사찰을 알지도 듣지도 못했다고 했다. 배포선에 넣으면 우편물처럼 가게 되어있다는 임태희 전비서실장의 발언이 무색해진다.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원세훈의 국정원이 제멋대로 문서를 생산해서 아무렇게나 배포했다는 것인가? 민정수석이면 보고를 받지 못했다 해도 입소문이 난 일을 잘 살펴서 잘못된 일을 바로잡았어야 했다.

배우자와 그 딸이 홍익대학교를 찾아가 울면서 미대입학을 청탁했고, 민정수석이던 박씨가 외압을 넣어 입시비리 검찰수사를 덮었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박씨는 딸이 당시 런던예술대학을 다녔는데, 입학시험을 보지도 않았고 홍대 근처에도 안갔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실기시험 점수를 올려주었다고 고백한 김승연 전 미대교수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하였다. 어느 쪽이 사실인지 쉽게 밝힐 수 있는 일을 논박하는 모습이 우습다. 홍대가 박씨 딸이 시험을 쳤는지를 밝히면 되는 일 아닌가? 진실을 알고 있는 학교나 검찰에서 침묵하고 있으니 난감하다.

엘시티 아파트와 동경 아파트

박씨 부인 명의로 된 해운대 엘시티 아파트도 공방중이다. 2005년 배우자의 아들과 딸이 하필 분양계약 첫날에 아래위층(17-18층) 분양권을 구했댄다. 자녀가 모친과 친분이 있던 중개인을 우연히 만났고 마침 분양권을 팔려는 사람을 만나서 복비도 주지 않고 계약서를 썼댄다. 참으로 기묘한 우연이고, 112평 아파트를 구입한 자녀의 재력이 놀랍다. 지난해 부인이 아들에게 웃돈 1억원을 주고 아파트를 구입했는데, 1년만에 가격이 20억에서 35억으로 올랐댄다. 그런데 엘씨티에 18억원 조형물을 납품한 회사의 대표이사가 박씨의 아들이라고 한다. 부산의 복마전을 상징하는 엘시티처럼 박씨의 아파트 의혹은 쉽게 해소될 것같지 않다.

이에 수구야당은 부산시장 후보 김영춘씨가 서울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고, 서울시장 후보 박영선씨의 남편이 동경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며 군불을 지폈다. 박씨가 BBK로 이명박씨를 집요하게 몰아붙인 탓에 남편은 일본으로 사실상 쫓겨갔고, 지난 2월 아파트를 처분했다고 해명했다. 10억원정도의 20평 아파트란다. 과연 얼마나 많은 차액을 벌었을까?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일본에서 가격상승을 노리고 아파트에 투자했다면 어리석다. 휴양지에서도 비싼 공과금을 버티지 못해 공짜로 부동산회사에 넘기는 판이다. 박씨 남편이 동경의 부동산 물정에 밝았다면, 큰 수익도 없이 번거로운 매매보다 임대를 선택했을 것이다. 게다가 동경에서 20평이면 평균치일 뿐 엘시티의 호화로움과는 거리가 멀다.

깨어있는 시민의 지혜와 실천이 필요하다

여론조사는 민주당 후보가 서울과 부산에서 야당 후보에게 두 자리수 차이로 밀리는 것으로 나왔다. 성난 민심의 반영이라지만 과하다. 대다수 방송과 신문은 수구세력에 기울어져 있다. LH공사를 비롯한 공무원의 부동산 투기 보도는 넘치지만 유력한 야당 후보에게 쏟아진 부동산 의혹은 가뭄에 콩나듯 하다. 후보 단일화와 상호 난타전을 전할 뿐 이성과 상식에 근거한 분석과 토론은 찾아보기 어렵다. 우격다짐같은 “백날토론”을 할 뿐이다. 사실관계를 묻는 질문은 “네가티브”라고 깎아내린다. 수구기득권의 힘이 선거판을 움직이고 있다. 만일 오세훈이나 박형준이 조국이나 추미애였다면 벌써 3족이 난도질을 당했을 것이다. 깨어있는 시민의 냉철한 판단과 굳건한 믿음과 불굴의 용기가 필요한 때다. 

인용하기: 박헌명. 2021. 부동산으로 흥한 선거 부동산으로 망하나. <최소주의행정학> 6(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