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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 이문영 선생님의 최소주의 행정학, 비폭력, 협력형 민주주의를 밝히고 알리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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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9일 현직 검사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하여 수년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성추행당한 사실을 고발했다. 3월 5일에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정무비서 역시 <뉴스룸>에서 안지사의 성폭행을 폭로했다. 이른바 미투(#MeToo) 운동이다. 유명한 연극연출가, 시인, 배우, 가수, 정치인 등이 가해자로 지목되었고, 일부는 자리를 내놓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데뷰 25년 만에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던 김생민씨가 10년 전 회식 중 제작진 두 명을 성추행한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본인이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를 찾아 사과를 했지만 김씨는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출연중인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 해야 했고, 광고도 내려져 피해보상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과연 김씨의 성추행은 그가 이룬 모든 것을 허물어야 할만큼 용서받지 못할 중죄인가?  

최근 금융감독원장으로 임명된 김기식씨가 국회 정무위원 시절 피감기관인 한국거래소의 지원을 받아 2014년 3월우즈베키스탄에 출장을 다녀오고 2015년 5월에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지원으로 유럽에 갔다고 한다(김남일 엄지원, <한겨레신문>, 2018. 4.6). 일부 야당과 언론은 평소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주도하면서 기업의 잘못된 관행에 날을 세웠던 김씨가 뇌물성 외유를 다녀왔다며 국회일정을 볼모삼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청와대가 임명을 취소하거나 본인 스스로 사퇴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과연 김씨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합당한가? 

“미투 공작”과 “사이비 미투”

팟캐스트 <다스뵈이다>를 진행하고 있는 김어준씨는 지난 3월 14회 방송에서 미투 운동을 공작으로 이용하고 싶은 자들이 있다면서, 미투 운동이 안희정, 정봉주 등 한쪽에 몰려 있고, 각하(이명박씨)가 점점 관심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미투 운동이 사회인식을 바꾸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효과를 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고 민감한 문제여서 공작이 비집고 들어올 여지가 많다고 했다. 따라서 본질인 미투 운동이 사라지고 공작만 남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언론, 시민 사회에서 김씨가 진영논리에 빠져 미투 운동에 찬물을 끼얹고 피해자들을 두 번 죽였다며 비난했다.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의 조기숙씨는 지난 3월 12일 FaceBook에 미투 운동이 사이비 미투(익명에 기대 증거나 논리도 없이 무차별로 공인의 성적 추문이나 사생활을 폭로하는 행위)에 의해 오염되고 있다고 말했다. 위계나 위력 관계이거나, 가해자가 피해자의 피해사실을 인정하거나, 폭로의 논리나 근거가 일관성이 있거나, 실명으로 폭로하거나, “한 사람이 반복적으로 경험하거나 2명 이상이 유사한 경험을 한 경우”를 미투 운동에 부합한다고 했다(조기숙, <오마이뉴스>, 2018.4.5). 그렇지 않으면 Me Too가 아니라 Me only라는 것이다. 이 글을 두고 “위계와 위력에 의한 상습적 성범행”만을  미투의 대상으로 한정했다며 여기저기서 날선 비난이 쏟아졌다. 

두 사람 모두 정당한 미투 운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미투를 빙자한 공작이나 사이비 미투 운동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혁명보다는 그 과실을 따먹으려는 사람들처럼 미투보다는 그 기회를 통해 잇속만 차리려는 무리들이 있다. 가해가 불분명하거나 피해가 심각하지 않거나 절실함도 없고 뒷감당을 각오하지 않는 미투다. 조씨는 “우리 사회에 정작 미투가 필요한 곳은 지속적인 왜곡과 오보로 한 인간을 인격파탄으로 이끄는 일부 언론들이다”라고 적고, 언론이 신중하게 미투 사실을 확인하고, 인권을 보장하고, 책임있게 보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투 운동과 민의 과격한 난동

孟子는 梁惠王章句 下에서 “이러한 즐거움을 얻지 못했다 하여 그 윗사람을 비난하는 것도 잘못이고, 백성의 윗사람이 되어 백성과 즐거움을 함께하지 않는 것도 잘못이다(不得而非其上者非也 爲民上而不與民同樂者亦非也)”라고 했다. 한쪽 끝에 법을 위반하여 백성(피해자)에게 고통을 주는 경우(가)를, 그 반대편에 선정을 베풀어 백성에게 즐거움을 주는 경우(라)를 상정하자. 그 사이에 법위반은 아니어도 백성을 불편하게 하는 경우(나)와 불편하게 하는 것도 즐겁게 하는 것도 아닌 경우(다)를 놓아 보자. 위 구절은 (라) 수준이 아니라고 함부로 上을 비난해서도 안되지만(民의 亂動이니까), 上이 (라)를 지향하지 않는 것도 잘못이라는 뜻이다. 

김생민씨의 경우 위계관계나 상습 행위가 아니다. 의도는 있으나 피해가 심각한 것도 아니다. 우연한 실수에 가까와 보인다. 미투에 해당하는 (가)가 아니다. 더구나 다른 가해자들과는 달리 김씨는 바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했다. 孔子는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過則勿憚改)”고 했고 “나는 아직 자신의 허물을 보고서 진심으로 자책하는 자를 보지 못하였다(吾未見能見其過而內自訟者也)”라고 탄식했다. 허물을 깨닫고 반성하고 고치려는 김씨에게 미투라는 이름으로 굴레를 씌우고 불도장을 찍는 짓은 집단 폭행이나 조리돌림이다.  

김기식 원장을 비난하는 일도 과격한 미투 운동과 비슷하다. 김씨의 행동은 (나)이거나 (다)에 해당한다. 만일 (가)였다면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이미 결딴이 났을 것이다. 일부 야당과 언론과 시민들이 사퇴를 종용하고 검찰에 고발한 것은 上이 (라) 수준이 안된다는 이유로 비난하는 짓이다. 부당하고 과격한 요구다. 이명박근혜 정권에서는 (가)와 (나)도 밀어붙였으면서 문재인 정권에서는 (라) 수준을 요구하는 것은 패악질일 뿐이며 경우에 맞지 않다. 

이런 음흉한 정략에 넘어간 시민 사회는 노무현 정권을 난도질하다가 스스로 발등을 찍었다. 청와대도 여당도 벼랑끝에 몰린 일부 야당과 언론과 시민의 과격한 난동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 수구세력에 대한 피해의식이나 도덕적 결벽에 빠져 (라) 수준이 아님을 자책하지 말아야 한다. 김 원장도 스스로를 겸허히 돌아보되 부당한 겁박에 무릎꿇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원문: 박헌명. 2018. 미투 공작, 사이비 미투, 민의 과격. <최소주의행정학> 3(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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