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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최소주의행정학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는 과학인가? 본문

인간과 과학기술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는 과학인가?

못골 2023. 10. 25. 13:51

일본이 지난 8월 24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인근 바다에 방사능 오염수를 버리기 시작했다. 동경전력은 2011년 원전 폭발 이후 원자로에 사용된 냉각수를 거대한 탱크에 담아 보관해왔는데, 탱크 수는 천 개가 넘고 총량은 150만톤에 이른다고 한다. 원전 근처의 빗물과 지하수에 방사능이 섞여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매일 수백톤의 오염수를 제외한 수치다. 앞으로 30년간 바다에 쏟아낼 예정인데, 그때까지 폐로를 마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일본의 꼭두각시가 된 윤석열 정권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세계 각국에서 우려와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일본산 해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강수를 두었다. 그런데 일본과 가장 가까운 나라의 반응이 해괴하다. 오염수 해양투기를 반대해 온 문재인 정권과는 달리 윤석열 정권은 일본 정부가 하자는 대로 해놓고선 찬성하는 것도 반대하는 것도 아니랜다.

국무총리든 외무장관이든 국회에서 답변하는 내용과 논리는 똑같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안전성을 검증하였고 과학적으로 처리된 오염수니 안전하다는 것이다. 여당과 지지자들도 똑같은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 시절에는 오염수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고 방류를 결사반대하던 자들이 이제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친일과 기회주의 본색 그대로다.

"과학이 진리는 아니죠"

수년 전 가수 송창식씨가 어느 방송에 나와서 한 말이다. 과학은 항상 진리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봤을 때 진리일 수 있댄다. 나는 무릎을 탁 쳤다.

윤씨는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과학을 믿지 않고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우기는 사람이라며 비난했다. 정말 1 더하기 1은 하늘이 무너져도 2여야 하는가? 1+1 =2는 십진수의 세계관이다. 이진수의 세계에서는 1+1=10이다. 1+1=2는 수학이고 1+1=10은 수학이 아닌가? 십진수의 2와 이진수의 10은 똑같다. 쓰고 있는 색안경에 따라 서로 다르게 보일 뿐이다. 평생 십진수만 알고 있는 자에게는 황당한 셈법이다. 뭘 모르는 자의 아집이 이리 무섭다. 윤씨의 비분강개가 측은한 까닭이다. 하긴 후쿠시마 원전은 폭발하지 않았고 방사능도 누출되지 않았다고 확언한 자가 아닌가.

진리 앞에 한없이 초라한 과학

과학은 인간의 삶을 바꿔왔다. 특히 20세기 서양의 과학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찬란한 성과를 냈다. 1-3차 산업을 지나 4차 산업에서 로봇(인공지능)의 시대를 꿈꾸고 있다. 수많은 질병을 극복했고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냈고 이제는 우주로 향하고 있다. 이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신의 자리를 넘볼 기세다.

하지만 과학이 알아낸 진리는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한 진리 앞에 한없이 초라할 뿐이다. 우리가 겸손해야 하고 미지의 진리를 두려워해야 하는 이유다. 원자력을 이용하는 과학은 80년 역사를 자랑하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다. 핵폭탄이든, 핵발전소든, 핵폐기물이든 뿜어져 나오는 방사능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 방사능이 인간이나 생태계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완벽하게 아는 이가 없다. 피폭된 생물을 완벽하게 치료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한총리가 침이 마르도록 언급한 과학은 후쿠시마 원자로가 폭발한 지 10년이 지나서야 겨우 로봇을 밀어넣을 수 있었다. 아직도 어디가 어떻게 얼마나 망가졌는지, 어떤 방사능이 얼마나 나오는지 정확히 모른다. 언제 어떻게 원자로를 해체할 수 있는지도 모른채 핵연료가 방사능을 다 뿜어낼 때까지 하염없이 냉각수를 퍼부을 뿐이다. 30년이 될 지 300년이 될 지 알 수 없다. 방사능을 제거하는 ALPS는 툭하면 고장이고 일부만 걸러낸다. 오염수 방류가 언제 어디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하게 답하지 못한다. 방사능 안전기준이라는 것도 대강의 최소한이지(잘 모르니까), 이것을 지킨다고 안전하다는 뜻이 아니다. 현재 과학 수준의 민낯이다.

과학은 믿지만 인간을 믿지 못한다

과학도 과학이지만 과학을 이용하는 인간을 믿을 수 없는 현실이 뼈아픈 대목이다. 과학을 말하는 자들이 정치질을 하고 있다. 문제는 과학이 아니라 사람이다. 어차피 대중은 과학을 모르기 때문에 과학을 이용해 먹는 자들의 방식과 논리를 판단할 뿐이다.

그동안 동경전력은 수차례 거짓말을 하고 부실하게 자료를 관리한 전력이 있다. 처음에는 원전이 폭발하지 않았다고 했다. 냉각이 되지 않은 핵연료가 녹아내려 압력용기를 뚫고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졌음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실은 콘크리트 균열을 통해 방사능 물질이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다. 급한대로 바닷물을 퍼부어 일단 원자로를 식히자는 기술자를 내쫓았다. 그의 말을 들었더라면 돈은 날렸을지언정 이 참사는 피할 수 있었다.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능이 2천여종인데, 64종만 언급하다가 이제는 30종, 9종으로 줄였다. 일본 정부에게조차 원전관련 사실을 숨겼다. 방사선 피폭 한도를 대폭 높여 노동자를 개죽음으로 내몬 사람들이다. 숫자 장난으로 기준에 부합하니 안전하다는 것이 그들의 과학이다.

IAEA나 윤정권(오염수 시찰단)이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방법으로 오염수의 안전성을 검증하지 못했다. 체계적으로 정확한 방사능 자료를 축적하는데 게으른 동경전력이 오염수 탱크 위에 있는 물을 떠다줬을 뿐이다. 원하는 때에 원하는 곳에 접근하지도 못했다. 탱크 안의 오염수든, 원자로 안의 냉각수든, 지하수든, 발전소 앞바다의 물이든 자체 기준으로 시료를 채취했어야 했다. IAEA도 일본이 준 돈으로, 일본이 원하는 검사항목만 따져 보고서를 작성했을 뿐이다. 그러면서 과학적으로 분석했네, 안전기준에 맞네 하고 있다. 이런 저런 수치를 들이밀면서 왜 과학을 믿지 않느냐고 항변한다. 안믿으면 가짜뉴스고 종북이랜다. 천안함 민관합동조사 때와 똑같다. 터무니없는 궤변이다. 대중은 어리석지 않다.

한총리는 과학적으로 처리되어 국제기준에 부합한 “오염처리수”라며 마시겠다고 했다. 일본총리도 못한 말이다. 제정신이 아니다. “오염처리수” 맛에 중독된 토착왜구들의 금단증상인가? 

 

인용: 박헌명. 2023.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는 과학인가? <최소주의행정학> 8(8):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