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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 이문영 선생님의 최소주의 행정학, 비폭력, 협력형 민주주의를 밝히고 알리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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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국가인권위원장이 방송에 나와 윤정권의 사퇴압박을 고발했다. 검찰이 기소하여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이들과 같은 장관급 정무직으로 이석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작년 8월 사표를 냈다. 이명박정권이 부당하게 KBS에서 쫓아냈던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도 위태로워 보인다. 지난 2-3월에는 문정인 세종재단(세종연구소) 이사장이 물러났고, 나승희 한국철도공사 사장과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은 해고되었다. 얼마전에는 정승일 한국전력사장이 자리를 내놓았다. 발표된 이유는 제각각이나, 그들이 심각한 잘못을 저질렀다는 얘기는 없다. 문재인정권에서 임명했다는 이유로, 윤정권과 정파가 다르다는 이유로 자리에서 내쫓긴 것(patronage dismissals)이다.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이유는?

2022년 현재 350여개의 공공기관(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 기획재정부장관이 지정한 기관)이 있다. 대통령이 임면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공기관의 자리는 기관장, 이사, 감사 등 3,800개라고 한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기관의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기관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하고(3조), 기관장은 법·정관 위반(22조), 직무태만(32조, 35조), 경영실적저조(48조), 비위행위(52조) 이외의 사유로 임기중 해임되지 않는다(25조).

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까닭은 더 좋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자율 경영, 책임 경영, 합리 경영, 투명한 경영을 통해 공공기관의 대국민서비스를 증진하기 위함이다(1조). 능력있고 정직하고 성실한 자가 책임을 지고 일을 하고 그 결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안정성을 부여한 것이다. 공공서비스는 정권의 향방에 관계없이 일정하게 꾸준히 제공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관장은 제멋대로 자리를 던지거나, 일은 안하고 정치에만 몰두하거나, 느닷없이 보궐선거에라도 출마하지 말라는 소리다. 그러니 일을 모르거나, 관심이 없거나, 무노동으로 월급이나 탐내거나, 출마할 사람을 기관장으로 임명하지 말아야 한다. 반대로 임면권자의 맘에 안든다고 터무니없는 이유로 멀쩡한 기관장을 쫓아내지 말라는 소리다. 상식에 가까운 얘기다.

누가 알박기, 국기문란, 후안무치란 말인가?

그런데 여당인사와 수구언론에서 나오는 소리는 황당하다. 새정부 출범 후에도 문정부에서 임명한 기관장들이 알박기를 한댄다. 정치도의를 망각한 후안무치라느니 대선불복이자 국기문란이라고도 했다. 서울신문의 사설 “공공기관 틀어쥔 문정부 인사들 물러나라”(2023.5.16)는 반란수준이다. “전정권의 코드를 맞춘 자들이 아직도 자리를 꿰차고 있다니 이런 부조리극이 없다. 보통 심각한 인사파행이 아니다”라고 했다. 현재의 국정철학과 정책노선에 공감하지 못하는 기관장들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이며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훈계했다. MB정권에서 장관 자리를 꿰찼던 유인촌씨가 생각난다.

당연한 내 몫이니 당장 자리를 내놓으라는 것이다. 없는 죄를 만들어서라도 끌어내리겠다는 협박이다. 정치꾼들의 이전투구泥田鬪狗식 밥그릇 타령이다. 역사와 법을 우습게 보는 자들이다. 직업공무원제를 정착시키기까지 치렀던 값비싼 시행착오를 모르는 자들이다. 알면서도 법치주의를 외면하고 잇속대로 딴소리를 하는 자들의 어거지다. 간도 쓸개도 빼놓고 그저 공천을 받아내기 위한 처절한 몸무림이다. 논리도, 책임도, 양심도 없는 정치질이다.

기회주의 정치꾼들의 더러운 정치다

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이유는 좋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지, 선거를 도운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나눠 주기 위함이 아니다. 국민을 위한 것이지 정치꾼들을 위함이 아니다. 누가 기관장을 임명했는지, 기관장이 맘에 드는지 안드는지는 따질 까닭이 없다. 얼마나 일을 잘해서 공공서비스를 만족스럽게 제공했는가를 물을 뿐이다. 능력과 자질에 관한 문제다. 명백한 직무유기나 비위행위 증거를 내놓지도 않으면서 이것 저것 들춰보겠다거나 막말로 도발하는 짓은 수구 검찰과 언론를 믿고 벌이는 공갈이다.

공공서비스는 정권이 바뀐다 해서 근본이 달라질 수 없다. 윤정권에서는 원전만 사용하고 가스값은 시장價고 KTX는 우측통행하는가? 후쿠시마 오염수가 깨끗하다니 이제 수입해서 가정에 공급해야 하나? 학문과 문화도 마찬가지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며 노래를 금지시키고, 대마초 가수라며 매장하고, 칸 영화제 각본상을 받을 이창동씨의 <시>에 빵점을 주는 것는 만행이다. 사실과 가치, 공과 사를 구분못하는 자들의 유치찬란한 떼쓰기다.

기회주의 정치꾼들의 주장이 맞다면 공공기관운영법은 알박기, 대선불복, 국기문란, 부조리극, 인사파행, 정치도의를 저버린 후안무치를 제도화한 것이다. 그러니 법을 만든 여야 국회의원들을 반국가행위자로 죄다 잡아다가 물고物故를 내야 할 것이다. 당장 이런 중범죄자들을 방치하고 있는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부터 파면해야 한다. 그리고 법을 개정하여 정권 출범시 모든 공공기관장을 새로 임명하도록 해야 된다. 이렇게 되면 누가 이득을 보겠는가?

마음은 콩밭(선거)에 가 있는 자를 전리품(spoils)을 주듯 기관장으로 앉히면 공공서비스가 망가진다. 관료제가 정치판이 되어 합리성과 전문성을 잃는다. 완장찬 낙하산들이 공무원들을 줄세우고 정파검증을 할 것이다. 자리를 빼앗겼거나 꿰차지 못한 자들은 암살이라도 시도할 것이다. 200년 전 미국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결국 국민이 손해다. 권력자와 정치꾼들만 이득을 본다. 이들은 정작 정권을 잃으면 직업공무원제와 정치탄압을 운운하며 자리에서 악착같이 버틸 것이다. 남이 하면 보은·코드 인사고 자기가 하면 공정·능력 인사다. 이미 검사출신들이 요직을 장악하고 있다. 절대 낙하산 인사는 없다던 윤정권의 철학과 정책인가, 자가당착인가?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국민에 대한 도리를 찾아볼 수가 없다. 철딱서니없는 기회주의자들의 무책임한 난동이 노여웁다. 

같이 읽기

 

인용: 박헌명. 2023. 난도질당하는 공공기관장의 임기 보장. <최소주의행정학> 8(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