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정부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50억 달러(6조 원)를 요구하였다. 지난 2월에 어렵게 합의된 9억 2천만 달러(1조 원)에 비하면 황당한 금액이다. 말이 증액이지 일방적인 협박이다. 외교력이 아닌 군사력을 앞세운 힘자랑이다. 정치인의 협상이 아닌 트럼프의 입에서 시작된 장사치의 후려치기다. 적나라한 강자의 폭력이다. 피로 맺었다는 한미동맹의 민낯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동맹의 민낯
한미동맹은 1951년 군작전통제권을 미국에게 반강제로 빼앗기고 1953년 휴전 직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면서 출발했다. 북진통일을 자신하던 이승만이 한강철교를 폭파하고 도망간 뒤, 반공포로를 석방하면서까지 미국의 바짓가랑이를 잡은 것이다. 이후 한국군은 미군의 보호를 받으며 안주했고 1994년에서야 겨우 평시작전권을 이양받았다. 노무현 정권에서 전시작전권을 돌려받으려 했으나 수구세력의 완강한 반대에 부딫혀 아직까지 표류하고 있다. 특히 유재흥劉載興은 한국전쟁에서 2군단과 3군단을 말아먹음으로써 작전권을 상실케 한 장본인인데, 그런 그가 2004년 전시작전권 환수를 반대하고 나섰다. 한미동맹을 바라보는 수구 세력의 시각을 고스란히 보여준 장면이다.
그들은 애초부터 스스로 나라를 만들거나 지킬 생각도 의지도 없다. 미국이든 일본이든 강자에게 빌붙어 호의호식하려는 자들이다. 미군이 없으면 북한에게 당하기 때문에 무슨 수를 쓰든 붙잡아놔야 한다. 한미동맹이 없는 “그들의 대한민국”은 없다. 그러니 지소미아 파기도 철회하고 방위비 분담금도 달라는 대로 줘야 한다. 성조기를 휘날리며 미국 대통령이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누가 감히 불경스럽게 패권자의 심기를 건드린단 말인가. 기득권을 틀어쥐고 있는 한 미국에게 500억 달러를 준다 한들 무슨 대수인가? 트럼프가 수천 명의 공녀를 바치라 한들 무슨 상관인가?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나갈 돈도 아니며 자신의 딸이 끌려갈 일도 없기 때문이다. 일제 식민지 시절 강제징용이나 성노예로 끌려가 고초를 겪어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는 미일중러를 따지지 않는다. 나라와 민생이 망하든 말든 별로 개의치 않는다.
이러한 친일·종미·반공 수구 세력에게 한미동맹은 생명줄이자 성역이다. 국가안보가 우려된다면서도 한미동맹이 튼튼한지를 걱정할 뿐, 국방비를 더 내고 군역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작전수행능력을 높이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주한미군을 줄이거나 철수한다는 말만 나와도 까무라치는 정신줄이다. 천문학적인 돈이 내야 한다며 거품을 무는 자들이다(대체 왜 미국이 이런 자들을 지켜줘야 하나?). 전시작전권을 포기한 지 70년인데도 아직 환수 준비가 안되었다고 정색하는 자들이다. 60만 대군과 최신 무기가 있다지만 스스로 작전을 세워 제대로 병력을 움직이고 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부끄러움을 모른다. 몸뚱아리는 사지 멀쩡한 어른이지만 머리는 백일된 아기 수준인 것을... 작전능력이 없어서 작전권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작전권이 없으니 작전능력이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스스로를 지킬 의지가 없다. 한미동맹이 만병통치라는 미신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를 지키려는 의지와 자신감이 중요
지금까지 한미동맹은 나라를 지키는 마법이었다. 수구 세력이 그들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퍼트린 신화였다. 한국과 미국이 혈맹이라지만 수구 세력의 짝사랑에 가깝다.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는 군사적으로, 심리적으로 식민지에 머물러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나라 간에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 상식이자 철칙이다. 150년 전 미국은 우리와 전쟁(신미양요辛未洋擾)을 치른 적이었다. 미국이 계속 동맹으로 남을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중국, 일본,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냉엄한 국제질서다. 이런 마당에 백성들이 마르고 닳도록 한미동맹에만 목을 매고 한국군이 미군의 용병처럼 군다면 한심한 일이다. 이제는 그 허상을 걷어내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스스로를 옥죄는 환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요한 것은 돈이나 병력이나 무기가 아니다. 최고 용병을 데려오고 첨단 전투기와 미사일을 들여온다고 나라를 지킬 수 없다. 백성이 주인으로서 스스로 지킬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적이 쳐들어왔다고 모두 도망친다면 천하무적 용병인들 목숨을 걸고 싸울 까닭이 있을까? 아무리 한미동맹이 강고하다 해도 결국 우리를 지키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또한 쓸데없는 자학이나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우리의 능력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무역과 군사력에서 세계 7위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가 아닌가.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 시민들의 대일본 불매운동은 우리의 의지와 자신감의 표현이다.
합리적 근거를 대면서 할 말을 하라
트럼프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는 사실상 폭력 행사다. 하지만 강자의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하면 안된다(2008: 68-69). 날선 말로 트럼프를 비난하거나 미대사관에 쳐들어가면 안된다. 이런 난동은 미숙하고 불완전한 대응이다. 아무리 억울하고 무섭다 해도 끝까지 참고 비폭력에 의지해야 한다. 보편성있는 원칙과 상식과 합리성에 근거하여 할 말을 해야 한다. 강자조차 감히 거절하지 못할 만한 올바른 진리를 말해야 한다(2008: 66). 비폭력은 매를 맞으면서도 할 말을 하는 것이지 공포에 질려서 맞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1991: 118). 트럼프의 도발에 찍소리도 못하고 꼬리를 내린다면 굴종이지 비폭력이 아니다. 그래서 비폭력은 비굴한 것이 아니며 약자를 보호하고 약자의 품격을 높인다(1991: 19; 2001: 149).
예컨대, 주한미군의 유지비가 많이 든다고 하니 제대로 원가를 따져본다. 분담금에 포함되지 않는 시설비, 전기료, 물세 등을 포함하여 계산서에 올린다. 미국이 누리는 편익도 하나하나 따져 수치로 보여준다.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여 현재 분담금도 과한 것임을 증명한다. 한미동맹이라는 약발이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이제 깨어있는 국민의 의지와 자신감으로 할 말을 하면 된다.
인용하기: 박헌명. 2019. 방위비분담금 협상과 한미동맹의 민낯. <최소주의행정학> 4(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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