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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 이문영 선생님의 최소주의 행정학, 비폭력, 협력형 민주주의를 밝히고 알리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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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효자종목이라는 태권도와 양궁 뿐만 아니라 수영에서도 김우빈 선수가 놀라운 기량을 펼쳤다. 축구와 야구 모두 대회 연속으로 우승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에 무심했던 나의 주목을 끈 것은 탁구 혼합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낸 장우진·전지희와 임종훈·신유빈이었다. 국내외로 어수선하고 우울한 일들이 벌어지는 와중에 내린 청량한 단비랄까?

동메달들의 발칙한 행각이 사랑스럽다

우연히 지난 9월 30일에 열린 이들의 시상식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나는 탁구를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이들을 보고도 누군지 알지 못했다. 단지 언론 보도로 신유빈이란 이름 석자는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들의 발칙한 행각에 처음엔 얼떨떨 하더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고였다.

먼저 장우진·전지희 짝이 시상대에 올랐다. 메달과 꽃다발을 차례로 받은 후 키가 큰 장우진이 무심코 전지희 목 뒤의 메달 끈을 정리해 주었다. 누가 보는 줄도 모르고 사랑에 겨워 자연스레 연인의 매무시를 다듬어주는 모습이다. 꿀물같은 달콤함이다. 이 장면이 본 관중은 환호했고, 어리둥절했던 당사자들은 엉겁결에 중계화면을 확인하고 쑥스러워 했다. 새색시같은 전지희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고, 장우진은 민망한지 슬며시 고개를 떨구었다.

이어서 임종훈·신유빈은 시상대에 오르자마자 환하게 웃으면서 볼하트를 만들었다. 장난꾸러기 여동생의 성화에 못이기는 척 같이 발칙한 짓을 저지른 오래비의 어색함이랄까? 스스로도 멋적은지 손으로 눈을 가리며 웃는 임종훈에게 신유빈은 복사꽃같은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엄지척을 해준다. 연인같은 남매의 모습이다. 꽃다발을 받은 후 임종훈은 장우진을 따라하듯 신유빈의 메달 끈을 다듬는 시늉을 했다. 영혼까지 털린 능청스러움에 폭소가 터져나왔다. 즐거운듯 수줍어하는 “삐약이”의 얼굴이 해맑고 곱기도 하다.

이들의 풋풋하고 발랄한 모습을 중계진도 놀란듯 흥미롭게 해설해 주었다. 어색하든 민망하든 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어떻게 수습해야 한단 말인가. 싱그러운 네 짝꿍은 어여쁜 꽃으로 활짝 피었다. 국적을 불문하고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 무장해제시켰다. 따뜻하게 마음을 감싸고, 괜스레 설레게 하고, 생기가 돌게 했다. 이렇게 예쁘고 흥겨운 시상식을 본 적이 있었던가?

반면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낸 중국 선수들은 목석처럼 긴장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들은 한국 선수들의 공연같은 “애정행각”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하다가 이내 엄숙함으로 돌아왔다. 10여년 전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했다는 전지희가 시종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과 대조된다. 스스럼없이 동료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영락없는 한국 아낙네다. 만일 그녀가 중국선수로서 금메달을 땄다면 과연 저런 웃음을 보여줄 수 있었을까?

더이상 “죄송합니다”는 없다

지금까지 우리 선수들은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죄송합니다”를 반복했다. 국가를 대표한다는 중압감에 짓눌린 모습이었다. 권위주의 정권의 폭압에 시달리고 있는 백성들의 찌들린 모습이다. 금메달을 따면 나라를 구한 영웅이 되고, 아니면 반역죄를 뒤집어 쓰는 분위기였다. 시상식에서 중국선수들이 경직되어 있었던 이유다. 나는 이런 “올림픽패러다임”이 너무 싫었다.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자체를 즐기고, 그런 모습을 보고 즐기는 상상을 하곤 했다. 덜컥 이런 발칙한 행각을 발견한 것은 신기하고 즐거운 경험이다. 동메달이어도 저렇게 발랄하고 해맑을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마치 한국 선수들이 금메달을 딴 것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정치판에서도 삐약이의 발칙함을 보고 싶다

소정 선생님은 “당원들이 단결하지 않으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데, 단결은 구성원간의 합의가 모색되었다는 뜻이다”라고 했다(2001: 365). 동지는 없고 내 편, 내 계파만 있다면 구성원 간의 합의도, 단결도 없고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규칙에 따라 상하 간의 신임을 얻고, 공은 동지에게 돌리고 불리한 것은 자신에게 돌리고, 스스로 많이 자책하고 타인을 적게 책망함으로써 각자가 지닌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화합을 이뤄야 한다(1996: 428-429). 상하간의 기강이 무너지고, 불리한 것은 동지에 돌리고, 나보다 타인을 책망하면 합의와 단결을 이룰 수 없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지 못했다. 구태여 회기중에 체포동의안을 밀어넣은 검찰은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 전체를 시험에 들게 한 것이다. 2년 동안 피의사실을 흘려 언론을 도배하고, 정적들을 법사슬에 묶어 끌고 간 자들이다. 요설과 압박으로 단결하지 못하도록 장기의 말을 둔 것이다. 간사한 자들은 은혜입은 것을 잊었고, 박쥐처럼 기회만 엿보았고, 거짓말로 지지자를 속였고, 잇속으로 서로 싸우다, 막상 동지가 어려울 때 돕지 않고 도망간 것이다(2001: 163). “참는다는 것은 포악함에 시달리는 사람이 갖출 덕목의 모두”라 했는데(1980: 384), 끝내 참지 못했다. 유혹과 겁박을 이기지 못하고 동지를 절벽위에 세웠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 오직 일등만이 살아남는 살벌한 정치판이 되었다. 어찌하여 8할에 까운 지지로 당선된 당대표를 흔드는가? 이대표의 사법리스크라고 말하지만 정적이 쳐둔 덫을 밟는 어리석음이다. 조국씨를 담근 것처럼 눈앞에 거슬리는 자는 누구든지 풍비박산 내주겠다는 식이니, 이대표를 내어주면 그 다음은 누구를 벼랑 아래로 밀 것인가? 행여 자신이 당권을 쥐고 공천을 받는다 해도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 이들은 폭정을 멈추고 평화를 가져올 대안을 결코 내지 못한다. 그저 비루하게 정적이 던져주는 고깃덩이나 핥을 뿐이다. 시민들은 이미 사법리스크를 넘어 탄핵리스크로 향하고 있는데 말이다.

끝없이 편을 갈라 치고 박는 어리석음은 멈춰야 한다. 얼굴빛부터 바르게 하고, 예법에 따라 군자다운 다툼으로 경쟁해야 한다. 패배했기에 더 단결해야 한다. 탄압받는 동지의 매무시를 수습해주고, 함께 볼하트를 날리는 삐약이의 발칙함을 보고 싶다. 

같이 읽기

 

인용: 박헌명. 2023. 탁구혼합복식 동메달들의 발칙한 행각 <최소주의행정학> 8(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