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민주주의로 가는 길 (16)
월간 최소주의행정학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달 20일 문형배씨와 이미선씨를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이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 10일 두 후보자를 대상으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여야는 이 후보자 내외가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거래한 사실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수구세력은 후보자의 재산내역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고 내부정보를 이용한 의혹이 있다고 했다. 금융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하고 후보자 내외를 검찰에 고발했다. 여당은 주식투자가 실정법 위반이 아니라고 했다. 법조계와 정의당은 이 후보자의 자질과 소수약자라는 점을 부각했다. 이 후보자는 본인의 주식을 처분했다고 밝혔고, 헌법재판관이 되면 남편의 주식도 전부 내다 팔겠다고 했다. 15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3할(28.8%)이 적격, 5할 이상(54.6..
얼마 전에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노벨 박물관에 다녀왔다며 누군가가 내게 Elinor Ostrom (1951-2012) 사진을 선물했다. 200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고 3년 뒤에 세상을 떠난 인디애나대학교의 정치경제학자다. 짧은 인연을 생각하며 바라본 사진 속 린(엘리노어의 애칭)은 너무 근엄해 보였다. 정말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했다. 자상하고 활기찬 모습 뒤에 엄격함과 날카로움이 숨겨져 있음을 안다. 그래도 인간미 넘치는 모습으로 보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린의 동반자였던 Vincent Alfred Ostrom (1919-2012)도 비슷한 양면성을 가진 분이다. 빈센트와 소정 선생님 언젠가 안도경 교수가 빈센트와 소정 선생님(1927-2014)께서 많이 닮았다는 얘기를 했다. 수년 간 린..
소정 선생님은 구민법의 대상이 되거나 세금을 내지 않으면 숫제 선거권을 주지 않는 제한선거제도를 채택했더라면 우리나라 정치가 훨씬 나아졌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2008: 219). 어느 수업시간이었는데, 당시 나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른바 보통 ·평등·직접·비밀 선거라는 원칙에서 벗어나는 말씀이셨기 때문이다. 인종, 지역, 성별, 교육, 소득 등에서 차별을 두지 않는 보편선거(universal suffrage)가 상식에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원칙은 원칙이 아니라 주입된 이념에 가깝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내가 후원금을 내는 이유 나는 몇년 전부터 참여연대를 비롯한 몇몇 사회단체에 후원금을 내고 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꾸준함을 깊이 새겨 매달 꼬박꼬박 내려고 한..
지난 5월 문재인씨가 제 19대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 청와대 위민관爲民館의 이름을 여민관與民館으로 되돌린다고 했다. 2004년 노무현씨가 청와대에 비서실 건물을 새로 짓고서 여민관으로 이름지었는데, 2008년 이명박씨가 청와대에 들어가서 위민관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대다수가 이명박씨의 “Anything But Rho”라는 구호로 추진된 “노무현 흔적 지우기”라고 생각했다. 임석규 (2017)는 여민이든 위민이든 뜻은 다 훌륭하니 문패를 갈아치우는 악순환을 피하고 그 뜻을 제대로 구현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했다. 나는 이러한 두리뭉실한 양비론이 몹시 불편하다. 과연 여민과 위민은 같은가? 에 나오는 여민 여민관의 “與民”은 에 나오는 말로 “백성과 더불어 같이 즐긴다(與民同樂)”는 표현에 있다. 반면 위민..
문재인 정부는 공직 배제 5대 원칙을 내세웠다. 대통령 후보로 나설 때부터 병역회피, 부동산투기, 탈세, 위장전입, 논문표절에 연루된 사람을 고위 공직에 임명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낙연, 강경화, 김상조, 김상곤 등이 위장전입이나 논문표절로 곤욕을 치렀다. 고위공직 배제 5대 원칙이 “자승자박”이 되어 새 정부를 옥죄고 있다(문현구 2017). 수구 기득권 세력은 공직배제 5대 원칙을 스스로 어겼다며 문재인 정부를 공격했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거나 참여정부 시절의 ‘코드인사’라며 비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인사참사 정부인가? 과연 문재인 정부가 치솟은 지지율만 믿고 엉터리 공직후보자를 남발했을까?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이후 국무총리와 장관..
지난 5월 5일 김어준의 파파이스(144회)에 출연한 유시민씨가 새 정부가 들어서면 무엇을 할 생각인지 밝혔다. 최근까지 국무총리로 청원되거나 “강제 소환”되는 압박을 받아온 그였다. 그런데 그의 답변은, “저는 공무원이 될 생각이 없어요. … 헛물켜지 마세요. … 저가 진보어용지식인이 되려고요. 진보어용지식인요.” 이 말을 듣고 나는 가슴이 먹먹했다. 노무현씨가 서거했을 때 세상이 무너진 듯이 절규하고 원망어린 눈빛을 화살처럼 쏘아내던 그였다. 그런 그가 진보어용지식인이 되겠다고 태연히 그리고 담담히 말했다. 깊은 곳에 박힌 가시를 품고 사는 자의 아픔이 묻어나온다. 아야 소리조차 뼈를 저미는 고통으로 다가오는 그런…. “저가 진보어용지식인이 되려고요” 유시민은 말한다. 정권이 바뀌었다지만 사실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