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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 이문영 선생님의 최소주의 행정학, 비폭력, 협력형 민주주의를 밝히고 알리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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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 달 21일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법”을 위한 입법청문회를 열었다. 출석한 이종섭(국방장관), 임기훈(국방비서관), 김계환(해병대 사령관), 임성근(1사단장)씨의 증언을 들으면서 탄식했다. 현역 장교라면 당당하게 증인선서를 하고 간결·명료하게 답하는 것이 마땅하거늘. 별을 두 개, 세 개나 단 자들이 선서를 거부하고 구차한 변명과 딴소리로 얼버무리는 모습이라니... 이런 비루한 자들이 지휘관이랍시고 거들먹대는 군대라니...

관료제를 비웃는 똥별들의 궁상

대통령실과 장성들은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권이 없으며, 장관이 수사결과보고서를 결재한 후 이첩보류를 지시했는데 수사단장이 이첩을 강행했다는 주장이다. 판결문도 아닌 보고서가 뭐길래 수백 건의 통화로 난리를 피웠단 말인가. 임사단장은 장병들에게 수중수색을 지시하지 않았고, 해당사실을 사후에 알았다고 했다. 부하들이 자신의 명령을 제멋대로 해석해서 이 사달이 났댄다. 작전통제권이 없으면서 부하들을 다그친 것은 작전지시가 아니라 작전지도라고 했다. 지휘관으로서, 장교로서, 해병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낙제다. 이등병보다도 못한 똥별의 궁상이다.

사건에 연루된 실력자(대통령실), 참모, 장관, 장군급 지휘관 모두 관료제의 원리를 대놓고 무시하였다. 합리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을 뽑아 일을 시키고, 규정에 따라 문서로 일을 처리하고, 분업화에 따른 갈등을 계서제(hierarchy)로 조정하는 베버의 이념형을 비웃고 있다. 관료제의 이념형에 가까운 조직인 군대를 허물고 있다. 아무리 좋은 무기가 있어도 기강이 무너진 군대는 이길 수 없다. 결과적으로 적을 이롭게 한 무지와 어리석음이다.

먼저 해병대 수사단의 전문성이 부정되었다. 군인 사망사건에 관한 군사법원법의 취지에 따라 수사단이 작성한 결과보고서를 느닷없이 장관이 걸고 넘어졌다. 장관은 물론 통수권자도 구체적 사건에 대해 수사단을 지휘·감독할 수 없다. 지휘책임자를 빼라는 것도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는 것도 법을 거스르는 짓이다. 수사단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처사다. 한마디로 계급이 깡패니 까라면 까라는 소리다. 별을 달면 어느날 갑자기 오만가지를 다 꿰는 만물박사라도 되는가? 법은 사망사건에서 판단의 주체가 지휘관이 아니라 전문성을 가진 군검사나 경찰관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상급자가 함부로 계급장으로 찍어눌러 장난질치지 말라는 취지다. 일(전문성)보다 계급을 앞세우지 말라는 소리다. 상하간의 질서(계서제)는 일을 합리적으로 처리하는데 필요한 장치일 뿐이다. 별이 수백 개가 되어도 법을 넘을 수 없다.

법과 절차를 묻어버린 내부의 적들

해병대 수사단장은 순서대로 해병대사령관, 해군참모총장, 국방부장관에게 수사결과를 대면보고하고 결재를 받았다. 군법원법 228조 3항에 의거한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 7조 1항에 따르면 “군검사 또는 군사법경찰관은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범죄에 대한 고소·고발·진정·신고 등을 접수하거나 해당 범죄가 발생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을 발견하는 등 범죄를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대검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또는 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 수사단장은 사망사고에서 범죄를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례와는 달리 지체없이 사건을 이첩하지 않았다. 대면보고와 결재를 받는 “지체”를 초래하여 외부의 개입을 불러들였다. 수사단장의 죄가 있다면 항명이 아니라 과실이나 직무유기다.

더 큰 문제는 사령관, 참모총장, 장관이 결재한 문서를 정해진 절차에 따라 취소하지도 않고 문서에 적힌 대로 이행한 박대령을 항명수괴로 몬 것이다. 문서에 의한 일처리 원칙을 비웃는 처사다. 장관이 결재한 문서는 아직도 유효하다. 자신이 결재했다 해도 장관이 멋대로 취소할 수 없다. 생사가 달린 전장에서 지휘관이 장병들에게 말로 명령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장관은 대통령실의 전화를 받은 직후 참모총장을 건너뛰고 사령관에게 이첩보류를 지시했다. 이어 공직기강비서관, 국방비서관, 법무관리관, 국방차관 등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해병대를 압박했다. 이제 와서는 언제 누구와 통화했는지, 무슨 내용이었는지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 말할 수 없다를 반복하고 있다. 국방이 망가지든 말든 책임이나 모면하겠다는 얄팍한 수다. 관료제가 아니라 양아치패거리다.

해병대의 기강을 무너뜨린 용산의 불장난

상관은 자신이 내린 명령에 모든 책임을 지고, 부하를 끝까지 아끼고 보호해준다는 해병대의 기본 약속과 신뢰가 깨졌다. 이제 상관이 언제 어떻게 말을 바꿔 자신은 빠져나가고 부하를 곤경에 빠뜨릴지 모른다. 필요할 때 죽어줘야 하는 소모품으로 여기는 상관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나? 법과 상식에 따라 일을 수행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는 장교들은 수개월 째 수사와 재판에 시달리고, 사망사고와 이첩사건에 연루된 똥별들은 거짓말을 늘어놓으면서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 군인복무규율이 무색한 상황이다.

이제 지휘관은 반드시 명령서를 작성하거나 직접 부하에게 명령해야 한다. 대대장과 중대장들은 정말 사단장이 지시했는지, 명령인지 지도인지, 어떤 명령인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단장에게 직접 전장에 나오거나 공증된 명령서를 제시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명령 계통과 하달을 따지고 발령자의 책임을 살펴 조금이라도 흠이 있는 지시는 거부할 것이다. 동영상, 녹취, 명령서 등을 변호인에게 전달할 것이다. 당장 눈앞에 적이 몰려온다 해도 만일을 대비해야 한다. 전투에서 패하여 적에게 죽나 상관에게 뒤통수를 맞고 죽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패할 전투인데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다. 여차하면 별값도 못하는 지휘관의 모가지를 따고 각자 고향으로 돌아갈 채비를 해야 한다. 이제 국가도 충성도 명예도 없는 해병대가 되었다. 개념없는 용산의 전화 한통으로 시작된 불장난에 군대가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같이 읽기

 

인용: 박헌명. 2024. 누가 해병대의 기강을 망가뜨렸나?. <최소주의행정학> 9(7): 1.